[BMW 모토라드 테마 시승기]
G 310 R과 함께 경쾌한 춤을…도심과 근교 와인딩
길에 따라 적합한 모터사이클이 있을까요? 모터사이클로 어떤 길을 달리든 재밌지만, 더 재밌고 덜 재밌는 환경은 있습니다. 장르와 크기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차이가 생기게 마련이죠. 복잡한 시내가 대표적이겠네요. 차량이 많기에 모터사이클을 타기 좋은 환경은 아니죠. 덩치 큰 모터사이클이라면 밀리는 시내를 관통하는 일은 고역일 수도 있습니다.
반면 배기량 적고 체구 작은 모터사이클이라면 한결 수월하죠. 도심만의 라이딩 재미를 느낄 수도 있겠고요. BMW 모토라드 G 310 R 같은 쿼터급 네이키드라면 딱 적합한 모델이겠네요. 아담한 차체가 313cc 단기통 엔진을 품었거든요. 딱 시내와 근교를 민첩하게 다니기에 좋습니다. 작다고 무시하면 안 됩니다. 작은 차체에 최고출력 34마력을 발휘하니 재미를 느끼기엔 충분하니까요. 오히려 작아서 더 재밌는 면도 있습니다.
이래서 모터사이클이 흥미로워요. 크기별로, 배기량별로, 장르별로 재미가 다 다르거든요. 크면 큰 것대로, 작으면 작은 대로 재미가 다릅니다. 크면 호방한 맛이, 작으면 민첩한 맛이 있죠. 출력도 마찬가지예요. 적은 배기량의 엔진을 쥐어짜며 타는 재미가 또 다르거든요. 무조건 고출력에 크고 고급스런 모터사이클이 재미 면에서 꼭 최고는 아니죠.
도심에서 주로 라이딩을 즐긴다면 쿼터급의 매력을 무시할 수 없죠. 해서 BMW 모토라드 G 310 R을 타고 시내와 근교 카페에 가보기로 했습니다. 딱 G 310 R이 매력을 뽐낼 주무대죠. 서울 시내 도심 라이딩을 즐기다가 카페 모토라드 분당까지 달리는 코스입니다. 멀지도, 그렇다고 아주 가깝다고 할 수도 없는 거리죠. 볕 좋은 날 라이딩을 즐기다가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몸을 식히는 짧은 쾌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럴 때면 세상 부러운 게 없죠.
현행 G 310 R은 디자인이 한 번 변했어요. 좋은 방향으로 변했습니다. 고성능 네이키드 S 1000 R의 형태를 계승했거든요. 보다 많은 사람이 좋아할 디자인입니다. 가운데 초승달 형태 LED 주간주행등이 변화의 핵심입니다. 전면 인상을 한층 고급스럽게 바꿉니다. 영롱하게 빛나는 눈을 그려넣은 셈이죠. 쿼터급 모터사이클이라도 신경 쓸 건 쓴다는 뜻이죠.
시트에 앉아 핸들바를 잡아보면 바로 알아차립니다. 다루기에 부담스럽지 않은 콤팩트한 감각이에요. 시트고는 785mm, 무게는 연료탱크를 채우고도 164kg이니까요. 신장 175cm 정도인 남자에게는 당연히 수월하고, 여성이라도 무게가 가벼워 타볼 자신감이 생깁니다.
장르가 네이키드이기에 더 응축된 느낌을 전해요. 타는 사람은 더 콤팩트하다고 느끼죠. 기본적으로 휠베이스가 짧아서 더 부담이 적어요. 거기에 짧은 휠베이스를 휘두르기에 알맞도록 앞 서스펜션 각이 세워져 있죠. 그만큼 시트에 앉아 핸들바를 잡으면 민첩하게 다룰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깁니다.
딱 그 느낌 그대로 도로를 달릴 수 있습니다. 느낌만 민첩한 게 아니죠. 실제로도 민첩한 거동이 G 310 R의 재미입니다. 차체를 다리 사이에 낀 채 몸을 웅크리고 움직이면 딱 바퀴 위에 올라타는 기분이죠. 마치 외발 자전거를 타는 듯한 민첩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쿼터급 네이키드이기에 느낄 수 있는 재미죠. 부담 없이, 보다 날렵하게.
이런 몸놀림이라면 복잡한 도심도 부담스럽지 않죠. 오히려 G 310 R의 경쾌한 움직임을 다채롭게 즐길 놀이터가 됩니다. 도심 라이딩은 분명 피곤한 일이지만, 어떤 모터사이클을 타느냐에 따라 게임처럼 즐길 수도 있죠. G 310 R은 그런 재미를 줍니다.
성수동 골목길을 탐험하듯 달리는 즐거움, G 310 R이라면 만끽할 수 있습니다. 도심의 여러 명소가 랠리 포인트처럼 다가오기도 하죠. 길을 잘못 들어 모터사이클을 돌릴 때도 부담이 적어요. 아담한 차체와 날렵한 몸놀림은 도심을 다채로운 놀이터로 만들어줍니다. 이때 속도는 빠를 필요가 없어요. G 310 R과 몸을 동기화해 경쾌한 몸놀림을 즐기면 그만입니다. 외발 자전거를 잘 다룰 때 짜릿하잖아요? 그런 즐거움이 있죠.
도심을 거쳐 외곽으로 나가봅니다. 카페 모토라드 분당까지 가는 길은 은근히 시원스레 뻗은 길이 많아요. 수서역을 지나면 복잡한 도심 구간도 거의 빠져나갑니다. 그때부턴 신호등과 신호등 사이로 널찍한 도로가 펼쳐집니다. G 310 R의 펀치력을 느끼기에 알맞죠.
리터급 모터사이클에 비하면 34마력은 조촐하게 느껴질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만큼 차체가 아담하기에 상대적으로 짜릿합니다. 게다가 엔진 출력을 싹싹 비워 달리는 재미도 쏠쏠해요. 분명히 다른 재미거든요. 풍요로운 출력을 흩뿌리며 달리는 재미, 물론 짜릿합니다. 하지만 적은 배기량 엔진을 괴롭히듯(?) 스로틀을 비틀어 달리는 쾌감은 줄 수 없죠. 각자 영역이 다른 거예요. 각 영역에서 고유한 재미가 있다고 할 수 있죠. 그래서 사람들이 기종 추가 즉, ‘기추’를 하는 거죠.
G 310 R에는 다양한 전자장비는 없습니다. 딱 기본만 있죠. ABS와 슬리퍼 클러치가 있습니다. 전자장비는 다다익선이지만, 크게 아쉽진 않습니다. 합당한 출력에 맞는 수준이죠. ABS는 이제 당연한 장비지만, 슬리퍼 클러치는 고마운 장비죠. 클러치를 더욱 손쉽게 조작할 수 있도록 하고, 감속할 때 과도한 엔진 브레이크를 막아줍니다. 조작이 미숙한 사람에겐 소중한 기능이죠. 알게 모르게 주행할 때 피로도를 낮춰줍니다.
바람을 가르고 달리다 보면 금세 카페 모토라드 분당에 도착합니다. 멀지 않아요. 딱 상쾌한 기분이 몸을 적실 때쯤 나타납니다. 카페 모토라드 분당은 BMW 모토라드 소유자라면 뿌듯해할 만한 공간입니다. 가볍게 달리기 좋은 코스이자 브랜드만의 정체성이 있는 쉼터니까요. 요즘 바이크 카페가 많아졌지만, BMW 모토라드만의 공간으로서 의미는 충분하죠.
자기 모터사이클을 바라보면서 마시는 커피 한 잔의 여유! 사실 따지고 보면 모터사이클을 타고 카페에 와서 커피 한 잔 마시는 행위에서 특별할 건 없습니다. 극적인 요소는 없죠.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재미있어요. 신기하죠. 단지 타고 와서 커피 마시며 모터사이클 보는 것뿐인데도, 특별한 레저를 즐긴 기분입니다. 모터사이클과 잠깐 호흡을 맞추고 그 순간을 음미할 수 있는 시간이니까요.
G 310 R은 도심과 근교를 달리기에 적절한 모터사이클입니다. 카페 모토라드 분당은 그 시간을 음미하기에 적합한 공간이죠. 모터사이클 타고 카페 가기. 별거 아닌데 은근히 끌리지 않나요? 어렵지 않아요. G 310 R에 올라타 시동을 걸면 준비는 끝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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