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모토라드 테마 시승기]
BMW 모토라드 R 1250 R과 함께 평화의 댐까지 셀레는 댄스를
모터사이클을 타면 삶에 변화가 생깁니다. 활동 반경이 넓어진달까요? 모터사이클을 타려면 일단 밖에 나가야 하죠. 날 잡고 오래 타려면 멀리 가야 합니다. 이왕 멀리 가는 김에 경치 좋은 곳이면 더 좋겠죠. 혹은 가는 길이 수려한 쪽으로 목적지를 정하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면 안 가본 곳을 많이 다니게 되죠. 모터사이클을 타지 않았다면 평생 가보지 않을 듯한 그런 곳이죠. 물론 안 가봐도 사는 데 지장은 없습니다. 하지만 가보면 삶이 조금 더 풍요로워지죠. 나아간 길 하나마다 새로운 경험이 몸속에 새겨질 테니까요.
평화의 댐도 그런 곳입니다. 어릴 때 성금 낸 기억이 흐릿하게 떠오르지만, 커서는 평화의 댐을 대화에 올린 적은 없을 거예요. 모터사이클을 타면 다시 그 지명을 듣게 됩니다. 라이딩 코스로 꽤 유명하거든요. 당연하죠. 북쪽 깊은 곳에 만든 댐이니까요. 길이 다채로울 수밖에 없어요. 무려 아흔아홉 굽잇길이 기다립니다.
평화의 댐까지 함께할 동반자는 BMW 모토라드 R 1250 R입니다. 복서엔진 품은 네이키드. 모터사이클의 기본 움직임을 가장 정직하게 보여주는 장르죠. 무엇보다 민첩한 움직임을 즐기는 재미가 커요. 평화의 댐까지 이어지는 와인딩을 즐기기에 최적일 겁니다. 1254cc로 업그레이드한 수랭 복서엔진에 집중해 달려보고 싶었는데, 딱 알맞은 모델이죠. 가장 기본이 되는 모델이니까요.
투어 경로는 가양대교를 건너 경기 북부를 관통하는 쪽으로 잡았습니다. 고양시 거쳐 포천과 화천을 넘어 양구까지, 경기 북부 탐방이랄까요. 평화의 댐이 북쪽 끝에 있으니 자연스레 북쪽을 훑게 되네요. 전방 군부대를 잇는 코스가 될 겁니다. 그만큼 길은 한적하고 풍광은 진하겠죠. 지도만 봐도 구불거리는 길이 확연히 드러납니다. 즐길 일만 남았다는 뜻이죠.
어라, 생각보다 훨씬 가벼운데? R 1250 R을 타고 시내를 빠져나가면서 몸이 먼저 반응한 특징입니다. 제원을 보면 절대 가볍게 느껴질 무게가 아니거든요. 주행 준비 상태에서 공차중량이 239kg니 묵직합니다. 출발하기 전에 밀고 끌어봤을 때도 적당히 묵직했어요. 그런데 움직이기 시작하니 미들급 모터사이클처럼 경쾌하더라고요. 무슨 마법을 부린 거지?
몇 가지가 영향을 미쳤을 거예요. 일단 복서엔진 특유의 낮은 무게중심이 무게감을 줄였죠. 콤팩트한 네이키드 장르 특유의 민첩함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배기량이 올라가고 시프트캠을 적용한 신형 1254cc 수랭 복서엔진의 질감도 작용했겠죠. 한층 부드러우면서 저속에서부터 고속까지 출력이 매끈하게 나오니까요. 다 경쾌함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이죠.
모터사이클을 탔는데 한결 가볍게 느껴지면 헬멧 속에서 실실, 웃음이 나옵니다. 재밌으니까요. 적응할 시간을 생략하고 바로 즐길 수 있죠. R 1250 R은 만나자마자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하는 유쾌한 친구처럼 다가왔습니다. 친해질 시간이 필요 없었죠. 바로 깔깔거리며 도로를 내달릴 뿐이죠.
친해지면 스로틀을 더 과감하게 감게 마련입니다. 그럴 때 보다 성격이 분명해지죠. 처음에는 잘 못 느끼다가도 어느 순간 까탈스럽게 반응하는 경우도 있어요. R 1250 R은 시종일관 부드럽고 알기 쉽게 반응합니다. 출력을 빼어 쓰는 데 거리낌이 없어지죠. 알게 모르게 점점 속도도 높아지고요. 그럴수록 몸에 밀착되는 감각이 선명해집니다.
수랭, 게다가 1254cc로 배기량이 커진 복서엔진은 확실히 매끈합니다. 물론 4기통의 매끈함과는 비교할 수 없고, 다른 2기통과도 다르긴 해요. 복서엔진 특유의 건조하면서도 터프한 느낌은 있어요. 툴툴거리며 양쪽으로 전해지는 고동감도 있고요. 그럼에도 다분히 부드럽고 매끈합니다. R 나인티 시리즈의 공유랭 복서엔진에 비하면 확실히 현대적이죠.
복서엔진다운 특성을 부드럽고 매끈하게 표현하는 점이 꽤 인상적입니다. 같은 엔진을 품은 투어링인 R 1250 RT와도 또 달라요. 차체 크기와 장르 특징이 한데 어우러져 그렇겠죠. 이런 특징은 경쾌한 거동과 만나 한층 산뜻하게 달리게 합니다. 도로를 내달리는 일련의 과정이 깔끔하죠. 단순하게 모터사이클을 타는 그 자체에 집중하게 한달까요.
R 1250 R에 집중하는 동안 수많은 군부대를 지나쳤습니다. 그 사이를 잇는 다양한 길과 풍광이 흘러갔죠. 그러다 보니 어느새 남한 최북단 터널인 해산터널에 진입했습니다. 터널을 빠져 나오면 다른 세상이 펼쳐지죠. 아흔아홉 굽잇길이 기다립니다. 오래된 지방도 특유의 빛바랜 아스팔트를 품은 도로가 구불구불 이어집니다.
급격한 쇼트 코너라 빨리 달릴 순 없어요. 대신 모터사이클을 좌우로 기울이며 리드미컬한 움직임을 즐길 수 있죠. 모터사이클을 타고 와인딩을 하면 꼭 스키를 타는 기분이에요. 좌우로 슥슥, 마찰을 일으키며 앞으로 나가는 느낌이 비슷하달까요. 스키는 잘 못 타도 그 느낌은 꽤 즐겁습니다. 속도가 빠르지 않아도 움직임만으로도 충분히 짜릿하죠.
R 1250 R은 그 굽잇길을 안정적으로 기분 좋게 나아가게 합니다. 깔끔한 선을 그리며 코너를 돌아나가면 합을 잘 맞춘 춤을 춘 것처럼 뿌듯해지죠. R 1250 R은 경쾌한 댄스를 함께하기에 이상적인 상대입니다. 라이더를 압도하지도, 그렇다고 무덤덤하게 대하지도 않죠. 라이딩 내내 편하게, 그러면서 원하면 언제든 짜릿하게 반응하죠.
굽잇길을 달릴수록 첫인상의 경쾌함이 더욱 진하게 다가왔습니다. R 1250 R의 성격을 오롯이 드러내게 하는 길을 달린 덕분일 겁니다. 평화의 댐으로 목적지를 정한 건 잘한 결정이란 뜻이죠. 평화의 댐에 도착해 R 1250 R을 감상하면서 괜히 뿌듯해했습니다. 라이딩 코스가 모터사이클 성격과 맞아떨어지면 그런 기분이 들죠. 좋은 라이딩이었다는 뿌듯함.
평화의 댐에는 오래 있지 않았습니다. 그냥 댐이니까요. 원래 라이딩이 그렇죠. 목적지보다 그곳으로 오가는 과정이 더 중요하죠. 보통 여행에서 돌아갈 땐 기분이 가라앉습니다. 모터사이클 투어는 조금 달라요. 온 만큼 돌아갈 때 다시 그 길을 즐길 수 있으니까요. 복귀하려고 R 1250 R에 올라타며 다시 설렐 수 있는 이유죠. R 1250 R은 그런 설렘을 증폭하기에 충분한 모터사이클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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