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생각, 그리고 미래 – BMW 라트 허브(rad°hub) 뮌헨 참관기(1)
코로나 사태로부터 서서히 벗어나던 지난 5월 초, BMW로부터 색다른 초대장을 받았습니다. 엔데믹 시대를 맞이하여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초대받은 행사에 다녀온 참관기를 2부에 걸쳐 독자분들에게 솔직하게 전달합니다.
1박 2일 일정으로 초대받은 이번 행사는 BMW 본사에서 주최하는 워크샵 같은 것이었습니다. 워크샵 이름이 ‘rad°hub’. 무슨 뜻일까 혼자 생각해 봅니다. ‘rad’는 독일어로 바퀴라는 뜻입니다. 자동차 회사와 어울리는 단어 같습니다. 그런데 그 옆에 위첨자로 동그라미가 붙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라디안, 즉 각도를 뜻하는 것일까? 점점 모르겠습니다.
일단 미뤄 놓고 그 다음 단어를 봅니다. hub? 바퀴의 중심축인 허브를 뜻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rad hub 그 자체로 말이 되긴 하는데. 아무래도 아닌 듯합니다. Hub라는 단어에는 중심이나 핵심, 혹은 물리적으로 많은 사람이나 물건이 모이는 주요 포인트라는 뜻도 있습니다. 허브 공항처럼 말이죠.
그래서 대충 결론지어 봅니다. ‘방향성을 생각하는 모임’ 같은 것이겠구나.’
여기까지 생각한 뒤에 비로소 BMW 그룹 홈페이지에서 rad°hub의 진짜 뜻을 찾아봤습니다. rad는 역시 바퀴이고 바퀴는 인간 문명의 핵심이 되는 발명물이라는 심오한 뜻을 갖습니다. rad°는 지구 자전 속도를 나타내는 뜻이랍니다. 아하! 그리고 허브는 사람들이 모여서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내는 곳을 뜻합니다. 즉, rad°hub는 지구와 그 위의 생명체들이 모멘텀을 얻기 위한 모임이라는 상당히 심오한 뜻을 갖고 있었습니다.
모임의 취지를 이해한 다음 드디어 이번 모임의 주제를 살펴봅니다.
‘In which digital world do we want to live in 2040?’
(2040년에 당신은 어떤 디지털 세상에 살고 싶습니까?)
‘How do we envision positive futures of mobility?’
(모빌리티의 밝은 미래를 어떻게 그려볼 수 있을까요?)
‘Is digitalization the solution for sustainability?’
(디지털화는 지속가능성을 위한 해결책일까요?)
디지털 세상인 미래의 모빌리티를 그려보자는 뜻이구나. 점점 흥미가 솟아납니다. 초대 메일의 링크를 따라 참가 신청서를 작성합니다. 상당히 구체적인 질문들을 받습니다. 내 전문 영역, 미래에 대한 내 관심사, 내 생각의 넓이, 주로 참석하는 커뮤니티 등을 묻습니다. 그러고는 나와 잘 맞을 것 같은 사람들로 그룹을 만들어주겠다고 합니다. 이미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독일로 날아갔습니다.
도착 다음 날 아침부터 일정이 시작됩니다. 촉박한 준비 기간 동안 도와주었던 BMW 본사 식구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드디어 참가자들을 만납니다. 참석자는 대략 60~70명. 그런데 놀라운 사실. 이들 가운데 자동차 관련 종사자는 단 두 명밖에 없습니다. 아주 작은 숫자만 포함된 BMW 본사 직원들도 자동차와는 직접 연관이 없는 업무 종사자들이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Thinking out of the box’이구나!’
BMW는 정말로 새로운 관점에서 미래를, 그리고 미래의 모빌리티를 바라보려는 것이었습니다. 자동차 회사가 주최하는 행사에 자동차 관련 직업을 가진 사람이 이렇게 극소수인 경우는 처음 겪어봅니다.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가상현실, 환경기술, 유엔 산하 인권단체, 그리고 심지어는 금융업 등 다양한 구성원들의 모임이었습니다. 심지어는 내가 알 수 없는 종류의 플랫폼에 관련된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실제로 대화를 나누면서 처음에는 적잖은 어려움을 겪기도 했습니다. 제 영어가 부족한 이유도 있었겠지만 ‘영어가 같은 영어가 아닌’, 즉 사용하는 용어가 상당히 다른 이유도 컸습니다.
그래서인지 서로 인사를 나누는 방법도 특이했습니다. 이름표이자 일정표 역할을 하는 디지털 목걸이는 목걸이끼리 가볍게 맞대면 서로 친구가 되는 기능도 갖고 있었습니다. 명함이 필요 없었습니다. 행사가 끝난 지금, 저는 그 때 만난 사람들의 연락처를 모두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기가 공개하고 싶은 추가의 데이터들도 함께. 즉, 이 목걸이는 디지털 기술이 제공하는 편리성과 정보 공개의 제한을 함께 경험하는 작지만 훌륭한 도구였던 셈입니다.
BMW 라트 허브(rad°hub) 뮌헨의 구성은 대략 다음과 같았습니다. 먼저 아이스브레이킹으로 옛 고전을 읽어주는 코너가 종종 있었습니다. 100년 전의 소설책이 이미 스마트폰을 상상했다는 것, 그리고 유명한 영화 ‘백 투 더 퓨처’의 상상도 이미 많은 부분에서 이루어졌거나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 등 오늘 우리의 상상이 결코 허황된 것만은 아니라는 자신감을 주었습니다.
그 다음은 마중물처럼 우리의 창의력을 자극하기 위한 ‘임펄스 세션’으로 BMW의 ‘iFACTORY’ 뮌헨 공장 소개와 메타(Meta)가 바라보는 메타버스에 대한 ‘Road to the Metaverse’ 코너로 본격적인 행사가 시작되었습니다.
100년 역사의 BMW 뮌헨 공장은 초기에는 뮌헨 교외였지만 이제는 도시에 둘러싸인 상황이랍니다. 탄소중립화와 디지털화는 오늘날 뮌헨을 비롯한 BMW 전 세계 공장의 혁신에 가장 큰 원동력이 되었고 그것이 BMW i팩토리 프로젝트로 정리되었습니다. 한 가지 이채로운 부분은 ‘도시에 갇힌’ 뮌헨 공장은 제한된 면적에서 많은 차종을 혼류 생산하면서 동시에 혁신을 진행하는 엄청나게 복잡한 여정을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실제로 이번 행사에 포함된 팩토리 투어를 통하여 뮌헨 공장의 다양한 얼굴과 역동적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세계 최고의 밀도를 자랑한다는 공장의 엄청나게 많은 로봇들 모습에서 무언의 압도를 느꼈습니다.
그리고 메타의 프레젠테이션은 ‘우리가 이미 얼마나 멀리 왔는가’를 실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메타버스는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급격하게 우리 곁으로 다가왔고 이미 틀을 갖추어가고 있습니다. 즈위프트로 가상 세계에서 함께 자전거를 타던 내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이미 존재하는 온라인 서비스들이 메타버스에서 만나면서 새로운 세상을 만들고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잇는 새로운 디바이스로 메타버스를 경험하는 시대가 온다면 메타버스는 진정한 또 하나의 세상이 되는 것이라는 말에 미래는 이미 우리와 함께 있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그룹 토의 세션을 진행합니다. 내가 속한 그룹 1은 모두 여섯 명. 당연히 자동차 업계에 몸담은 사람은 저 혼자입니다. BMW 본사 직원이 한 명 함께 했지만 그는 홍보팀 소속입니다. 가상현실 기술 전문가, 디지털 마케팅 전문가, 메타버스 게임업체, 기업–대학–학생–사회를 연결하려는 플랫폼 기업 등 구성원도 매우 다양합니다.
첫 번째 그룹 워킹 세션은 ‘우리가 살고 싶은 2040년 디지털 세상은 무엇일까?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하는 긍정적인 미래 모빌리티 세상을 그려보자’였습니다.
참 막연합니다. 그래서 팀원들의 현재 모빌리티 라이프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를 짚어보고 이것을 미래에서 개선하는 방향으로 토론을 이어가기로 합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정말 재미있는 일이 벌어집니다. 한 명은 차를 운전하는 것을 너무나도 싫어합니다. 또 다른 한 명은 체내의 글루코스 대사에 문제가 있어서 정해진 시간마다 정해진 영양분을 섭취해야 하기 때문에 장거리 여행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즐기기 위해서라면 장거리 주행을 마다하지 않지만 일 때문이라면 실려서 가는 것을 선호하는 극단적 취향이 공존합니다. 그리고 차 안에서는 무조건 즐겨야 한다는, 즉 엔터테인먼트가 중요하다는 친구도 있습니다. 이렇듯 취향과 니즈가 너무나도 다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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