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MW 3시리즈엔 왜 ‘정석’과 ‘교과서’와 같은 수식어가 꼭 따라붙을까
최선의 결과를 낼 수 있는 정형화된 방식을 두고 우리는 ‘정석’이라고 부릅니다. 바둑에서도 정석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우리의 학창 시절을 힘들게 괴롭혔던 수학에도 정석이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자동차는 어떨까요? 자동차는 각 세그먼트를 대표하는 모델을 ‘정석’ 혹은 ‘교과서’로 표현합니다. ‘스포츠카의 정석’, ‘플래그십의 교과서’ 이런 식이죠. 대개 사람마다 차에 대한 느낌은 주관적이기에 다양한 정석들과 교과서가 존재하죠. 하지만 어떤 세그먼트를 보면 독보적이라고 할 만큼 사람들이 의견이 하나로 모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바로 D 세그먼트 스포츠 세단의 정석, BMW 3시리즈 이야기입니다.
앞 엔진, 뒷바퀴굴림이 주는 최고의 스포츠 드라이빙 감각과 차체 무게 배분 5:5의 완벽한 밸런스, 날카로운 스티어링을 통한 정교한 핸들링, 여기에 이어지는 민첩한 코너링, 빠른 가속과 정확한 제동 능력까지. 이러한 특징들이 잘 어우러지며 3시리즈는 BMW의 캐치프레이즈인 ‘Sheer Driving Pleasure(진정한 운전의 즐거움)’와 가장 잘 어울리는 모델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동급의 D 세그먼트 차량이 출시되면 항상 3시리즈와 비교하는 리뷰가 빠지지 않고 나오는 것은 물론 몇몇 타이어 제작회사들은 타이어를 개발할 때 벤치마크 테스트할 때 쓰기 위한 자동차를 보유하는데 D 세그먼트, 뒷바퀴굴림이라면 거의 대부분 3시리즈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일반 운전자뿐 아니라 업계 전문가조차 3시리즈를 인정한다는 대목이겠죠.
이번 시간엔 D 세그먼트의 정석 3시리즈,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판매량을 올리고 있는 320i를 시승하고 꼼꼼하게 리뷰하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함께 출발하시죠.
외관
LCI(Life Cycle Impulse)로 돌아온 320i의 외관을 보면 이전보다 정돈되고 스포티한 느낌이 풍기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역시나 변화의 큰 부분을 담당하는 건 얼굴인 앞모습입니다. 키드니 그릴 속 바(Bar)를 두 겹으로 변경하는 디자인 변화를 가지고 갔는데요. 크게 티가 나지는 않지만 전보다 디테일과 멋스러움이 살아있는 것 같습니다. 또한 M 스포츠 패키지 모델로 키드니 그릴 테두리를 블랙 하이글로시로 채웠으며 공기 흡입구와 에이프런 디자인을 스포티하게 바꿨습니다.
헤드램프 속에 두 개의 L자형 주간 주행등을 ㄱ자 모양으로 바꿨고, 이와 동시에 램프 테두리 굴곡을 최소화해 간결하고 깔끔한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디퓨저 장식을 강조한 리어 범퍼 역시 M 스포츠 패키지 전용 디자인인데요. 이전 M 스포츠 패키지 모델과 비교했을 때에도 훨씬 과감한 디자인 변화를 가지고 갔습니다.
CLAR 플랫폼을 사용하면서 크기도 살짝 커졌는데요. 길이, 너비, 높이가 각각 4713mm, 1827mm, 1440mm, 휠베이스는 2851mm입니다. 놀라운 건 휠베이스의 변화입니다. 이전 세대보다 무려 41mm를 늘렸죠. 완전 변경이라고 하더라도 이만큼의 길이 변화는 꽤 놀라운 수치입니다. 크기는 커졌지만 무게는 수십 kg이 가벼워져 성능과 실용성 모두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참고로 M 스포츠 패키지 모델은 M 스포츠 서스펜션 적용으로 높이가 10mm 낮습니다. 높이가 낮다는 건 무게중심도 그만큼 내려간다는 의미이니 더 묵직하고 아래로 깔려나가는 주행 감각을 기대할 수 있겠네요. 휠 크기는 앞뒤 모두 18인치, 5스포크 휠이 들어갔습니다. 스포크 사이로 모습이 살짝 드러나는 파란 M 브레이크 캘리퍼도 상당히 멋스럽네요.
인테리어
실내는 X5에서 공개된 디자인 큐가 그대로 적용돼 옆으로 길게 늘어진 육각형을 활용해 실내를 꾸몄습니다. BMW 특유의 센터페시아가 운전자 쪽으로 기울어진 형태의 수평형 패밀리룩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이전보다 깔끔하게 정돈되었으며 실내에 쓰인 소재와 마감 등이 크게 개선됐죠. 한층 넓어진 실내의 공간까지 함께하면서 꼭 한 등급 위의 세그먼트를 탄 기분이었습니다. 그만큼 고급스러움을 챙겼다는 이야기입니다.
게다가 미래적인 분위기도 물씬 풍깁니다. 미래적인 분위기의 키는 바로 디스플레이입니다. BMW 7시리즈와 동일한 초대형 디스플레이를 얹어 분위기를 싹 바꿨는데요. 12.3인치 계기판은 세 가지 레이아웃으로 그 안에 내비게이션과 주행보조기능 상황을 널찍하게 띄울 수 있고, 14.9인치 센터 디스플레이에는 주행을 제외한 차 안에서의 거의 모든 기능을 실행할 수 있습니다. 앱 방식으로 실행할 수 있어 직관성이 좋고 처음 접한 사람일지라도 스마트폰을 사용하듯 쉽게 사용 가능합니다.
또 하나의 변화라고 한다면 기어레버입니다. 이전까진 길쭉한 기어 봉 스타일의 기어레버를 빼고 토글형 기어 셀렉터를 달았죠. 덕분에 센터콘솔 부분이 평평해지면서 깔끔하게 정리했고 시동이나 주행 모드, 오토 홀드와 같은 구성은 그대로 남겨줬습니다.
공간은 정말 넓어졌습니다. 41mm만큼 휠베이스를 늘린 효과가 굉장한데요. 개인적으로 운전석보다는 뒷좌석에서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평균 신장 이상의 성인 남자가 무릎을 살짝 펴서 앉아도 불편하지 않습니다. 센터 터널의 높이가 있어 생기는 공간적인 약점을 앞뒤 널찍한 무릎 공간으로 커버한 셈이죠. 등받이 각도도 완만해 공간적으로나 자세적으로나 한층 여유가 생겼습니다. 2열 전용 송풍구 아래 온도 조절 버튼과 USB C-타입 포트 2개를 챙겨 배치해 승차환경도 편안합니다.
320i의 트렁크 용량은 480리터로 넉넉한 편입니다. 옆으로 넓은 것도 있지만 안쪽 깊숙하게 공간이 펼쳐져 있어 골프백 두 개 정도는 여유롭게 들어갑니다. 늘어난 휠베이스 덕분에 실내 공간뿐 아니라 적재 공간 역시 큰 영향을 받은 것 같네요. 테일게이트는 전동식이라 버튼 하나로 여닫을 수 있습니다. 트렁크를 자주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알 거예요. 손을 당겨 수동으로 사용할 때 느껴지는 불편함을 말이죠. 테일게이트를 잘못 잡으면 손에 차체 먼지가 묻기도 하죠. 3시리즈는 기본 모델에도 전동식 테일게이트를 적용해 이런 불편함과 문제를 사전에 없애버립니다.
디지털
최근 BMW는 자동차의 디지털에 큰 신경을 쓰고 있는데요. 3시리즈 기본 모델에서도 BMW의 최신 디지털 기술들을 모두 경험할 수 있습니다.
실생활에서 크게 느껴졌던 기능은 세 가지 정도 꼽을 수 있을 거 같은데 첫 번째는 BMW 디지털 키입니다. 사실 키를 따로 챙겨다니는 건 너무나 성가시죠. BMW 디지털 키를 활용하면 스마트폰으로 차의 도어를 여닫는 것은 물론 시동을 켜고 끄는 것까지 모든 것을 실행할 수 있습니다. 과정도 간단합니다. 스마트폰으로 디지털 키를 활성화하고 운전석 쪽 도어 핸들 옆에 갖다 대면 차 문이 열리죠. 그리고 BMW 충전단자에 스마트폰을 올리면 시동까지 가능합니다. 더 놀라운 건 최대 다섯 명에게 사용 권한을 줄 수 있다는 것이죠. 이제 키를 주고받으며 운전할 일이 없을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BMW 후진 어시스턴트입니다. 많은 BMW 팬들이 열광한 기능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저 역시도 그랬거든요. 좁은 도로와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을 때 양쪽 사이드 미러를 번갈아 보면서 후진했던 경험, 다들 한 번쯤은 있었을 거에요. 특히 초보 운전자들에겐 식은 땀이 나는 상황이죠. 하지만 BMW 후진 어시스턴트는 마지막으로 주행한 50미터의 거리와 운전대 조향을 그대로 기억해 원위치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마지막은 BMW 인텔리전트 퍼스널 어시스턴트입니다. 간단하게 말해 음성으로 차에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것이죠. 차량 상태나 내가 주행하고 있는 도로 상황에 대한 정보도 알려줍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기능은 Automate My Habit인데요. 내 운전 습관, 그러니까 주차를 할 때 창문을 내리는 등의 행위를 인지해 똑같은 상황이 발생했을 때 독립적으로 기능을 수행합니다. 일종의 딥러닝 기능인 셈이죠. 덕분에 부차적인 행위를 하는 수고를 덜 수 있습니다.
주행 및 편의 사양
320i의 보닛 아래에는 최고출력 184마력, 최대토크 30.6kg·m를 발휘하는 BMW 트윈파워 터보 직렬 4기통 엔진이 들어갑니다. 여기에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함께 적용됩니다. 마일드 하이브리드는 48V 전기모터를 함께 탑재해 엔진을 보조하는 역할을 하는 새로운 형태의 하이브리드 종류인데요. 일반적으로 내연기관차에 들어가는 12V 전기모터보다 더 강력한 전압으로 스타터 모터를 구동하기 때문에 스톱앤고 작동 상태에서 한 단계 빠른 시동 반응과 진동 및 소음을 억제해 이질감이 없고 부드러운 출발을 돕습니다. 물론 정말 민감한 사람이 아니라면 잘 느끼기 어렵죠.
하지만 연비는 확실하게 느껴지실 겁니다. 차가 정차하려고 할 때 발생하는 에너지를 회수하고 저장하는 회생 제동을 지원해 약 10%의 연비 개선 효과도 있거든요. 그리고 320i에 들어간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경우 최고출력 11마력, 최대토크 2.5kg·m의 힘을 더해 가속 성능을 향상시킵니다. 강하고 스포티한 주행 감각을 좋아하는 BMW 오너들에게는 희소식이죠.
주행 감각은 아주 편합니다. 20i라는 기본 모델은 많은 잠재 고객들을 끌어당겨야 하기 때문에 스포티보단 부드러움과 편안함에 무게를 실은 듯합니다. 오래 운전해도 피로도가 적고 운전도 쉽습니다. 최근 3시리즈를 선택한 여성 고객들이 늘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었는데 그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물론 이런 편안함보단 스포티를 좋아하는 운전자라면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바꾸고 변속기 역시 기어레버를 한 번 더 당겨 S 모드로 바꾸면 됩니다. 컴포트 모드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지는데 엔진 반응은 즉각적이고 스티어링도 살짝 조여진 기분이었습니다. 오히려 약간의 타이트함을 좋아하는 기존의 고객이라면 더 선호할 만한 세팅이었습니다.
운전하면서 인상적이었던 건 주행 밸런스였습니다. 직선도로에서든 급격한 굽잇길에서든 주행 밸런스가 좋아 안정적이고 운전자가 원하는 주행을 그릴 수 있었습니다. 사실 이 부분은 주행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만약 밸런스가 깨져 안정성이 흔들린다면 운전자는 차를 믿을 수 없죠. 급격하게 연속된 코너에서 스티어링 반응이 늦어 자세를 잃더라도 3시리즈는 다양한 안전장비들을 통해 재빨리 원래 자세로 돌려놓습니다. 밸런스가 좋고 안전장비들도 든든히 뒤를 받치고 있으니 운전자는 더욱 자신감이 생기죠.
또 하나 마음에 들었던 건 바로 눈으로 들어오는 정보의 선명도였습니다. 계기판, 센터디스플레이, 헤드업 디스플레이까지 시인성이 좋고 그래픽이 선명해 그 안의 정보들이 쏙쏙 들어온다는 이야기인데요. 운전자의 시야 범위 내에서 선명한 그래픽으로 정보를 제공하니 오래 시선이 머무르지 않아도 돼 안전하면서도 편안한 운전이 가능한 것이죠.
지금까지 320i에 대해 자세한 내용을 알아봤는데요. 왜 3시리즈에 ‘정석’과 ‘교과서’와 같은 수식어가 따라붙는지 알 수 있는 시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부드러움과 날카로움의 공존, 전통과 미래의 조화, 성능과 실용의 균형 등이 어우러지며 지금의 D 세그먼트의 정석 3시리즈를 만들어냈죠. 그중에서도 BMW 대중화의 선두를 서고 있는 320i는 기본 모델이라고 해서 부족하지 않고 3시리즈라면 응당 가져야 할 덕목들을 착실하게 챙기고 있습니다. 이렇게 고개를 자주 끄덕이고 입맛을 다지며 시승한 것도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320i 꼼꼼리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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