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M의 봉인을 해제하는 주문을 외웠을 때
자동차마다 주무대가 있습니다. ‘물 만난 고기처럼’이라는 표현이 있잖아요? 자동차도 성향에 맞는 합당한 장소에서 더 반짝거리게 마련입니다. 정통 오프로더를 아스팔트보다 흙길에서 탈 때 더 즐거운 것과 마찬가지죠. 제대로 물을 만난 셈입니다.
BMW M 모델이라면 크게 고민할 필요도 없습니다. 모터스포츠에 기반한 고성능을 제대로 만끽하려면 트랙만 한 곳이 없으니까요. 물론 BMW M은 ‘양의 탈을 쓴 늑대’라는 별명도 있습니다. 세단을 기반으로 한 만큼 공공도로에서도 합당한 즐거움을 선사하죠.
그럼에도 트랙에서 봉인을 해제하고 타는 것만큼 짜릿함을 주진 않습니다. 과거 M의 초창기 때라면 ‘양의 탈을 쓴 늑대’를 부려 공공도로에서 양들의 어안을 벙벙하게 만드는 재미가 있긴 했죠. 세단처럼 점잖은 외관을 한 채 스포츠카 뺨치는 성능을 발휘했으니까요. 이제 M의 외관은 스포츠카처럼 강렬하게 변했습니다. 아는 사람은 다 알 만큼 늑대다워졌죠.
성능 또한 강력해졌습니다. M3, M4만 해도 500마력을 넘어요. M5는 600마력을 넘죠. 공공도로에서 제대로 즐기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요. 어디서든 가속페달을 밟은 오른 다리에 힘만 주면 충분히 짜릿하긴 합니다. 하지만 왠지 반쪽짜리 M만을 즐기는 듯한 갈증까지 해소하긴 힘들죠.
M의 한계까지, 물론 운전자의 한계지만, 아무튼 한계까지 밀어붙이고 싶은 욕망이 생깁니다. 마왕의 봉인을 해제하는 주문을 외우고픈 마도사의 본능 같은 거겠죠? 트랙은 봉인을 해제하는 주문입니다. 트랙에 M을 끌고 간다는 건 그런 의미죠. 진면모를 알아보겠다는 어떤 결심. 모터스포츠를 기반으로 탄생한 M의 근원을 마주하는 일입니다.
M을 제대로 마주할 일이 생겼습니다. M의 50주년을 기념해 트랙 행사가 열렸거든요. 장소는 BMW 드라이빙 센터. 한국에서 M의 50주년을 기념할 장소로 BMW 드라이빙 센터만 한 곳도 없죠. 운전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BMW를 상징하는 장소이기도 하죠. BMW 코리아만의 차별 요소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BMW 드라이빙 센터의 의미는 나중에 또 다루도록 하죠.
BMW 드라이빙 센터는 M의 50주년을 맞아 새 단장을 했습니다. 센터 벽면에 붙인 거대한 프린트도 50주년답게 바뀌었습니다. BMW M의 시작을 알린 M1과 3.0 CSL이 다른 M 모델을 비롯해 iX M60과 함께 자태를 뽐내는 장면이죠. 지난 50년과 앞으로의 M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센터 안의 전시 차량도 싹 바뀌었습니다. 드라이빙 센터 내 BMW 모델을 M과 M 퍼포먼스 모델로 채웠어요. 그에 맞춰 전시 인테리어도 바뀌었고요. 원래 M 타운이라고, M 모델을 전시하는 공간이 따로 있긴 했어요. 이번 50주년을 맞아 그 공간뿐 아니라 BMW 일반 모델 전시 공간도 M 퍼포먼스로 채웠죠.
이곳저곳 ‘50 JAHRE BMW M’이란 문구와 클래식 ‘BMW 모터스포츠’ 엠블럼을 볼 수 있습니다. ‘JAHRE’는 독일어로 년을 뜻해요. 말 그대로 ‘50주년 BMW M’이라고 써놓은 거죠. 이번 전시는 7월까지 이어진다고 합니다. BMW 드라이빙 센터에 와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긴 셈이죠.
클래식 ‘BMW 모터스포츠’ 엠블럼과 함께 50주년 기념 리버리를 입은 M3, M4, M5는 특히 눈을 사로잡았습니다. 클래식 엠블럼 아이디어는 두 번 박수 치고 싶어요. 보기에도 좋고 의미도 남다르니까요. 갖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이런 마음을 알고 오는 6월부터 국내 판매 M 모델에 클래식 ‘BMW 모터스포츠’ 엠블럼을 적용한다고 해요. 이 엠블럼을 갖기 위해 M 모델을 사고 싶은 사람도 있겠죠?
전시한 M 모델을 보는 것도 좋지만 타는 것만큼 짜릿할 순 없죠. M3와 M4를 트랙에서 번갈아 밀어붙일 수 있었습니다. 다른 BMW 드라이빙 센터 트랙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했지만, 역시 클라이맥스는 트랙 주행이죠. 인스트럭터가 앞장서는 트랙 주행이지만, 그래서 더 마음 편하게 즐길 수 있기도 합니다. 인스트럭터가 참가자의 실력을 파악해 점점 주행 속도를 올리기에 전체 속도도 만만치 않습니다. 빠르게 탈수록 더 빨라지니까요.
언제나 탈 때마다 새로워요. 그동안 BMW 드라이빙 센터에서 트랙을 여러 번 달려봤습니다. 신차 출시 때는 물론, M 트랙데이를 경험한 적도 여러 번이었죠. 그럼에도 트랙에 들어가는 순간은 매번 두근거립니다. 공공도로 시승으로는 느낄 수 없는 날선 감각을 만끽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봉인 해제의 시간이 시작되는 거죠.
트랙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각이 펼쳐집니다. 가속페달을 짓이기듯 밟았을 때의 엔진의 포효는 소리의 데시벨이 달라집니다. 그에 따라 변속은 한층 민첩하게 오르내리며 잘 맞물린 기어의 기계적 쾌감을 증폭하죠. 물론 공공도로에서도 느낄 수 있지만, 트랙에선 반복적이면서 지속적입니다. 잠깐 끓어오르다 바로 식혀야 하는 아쉬움이 없습니다. 코너와 코너, 코너 후의 직선은 끊임없이 이어지니까요.
그러다 보면 조금씩 M의 능력에, 본성에 다가갈 수 있습니다. 출력을 쏟아내 빠르게 튀어나가는 것만이 고성능이 아니라는, 간단하지만 중요한 지점을 몸으로 느끼죠. 오히려 코너와 코너 사이에서 더 감탄합니다. 코너와 코너 사이가 더 짜릿해집니다. BMW M이 단순한 고성능 모델이 아닌 모터스포츠 기반의 고성능이라는 걸, 몸이 느낄 수 있습니다.
BMW가 추구하는 운전의 즐거움을 증폭해 다다른 감각의 집합체. 트랙을 돌면 돌수록 그 감각은 더욱 선명해집니다. 밀어붙이면 밀어붙일수록 자동차의 한계보다는 스티어링 휠을 잡고 있는 자기 한계가 더 다가오죠. 그럴 때면 자기 한계를 더 높이고 싶다는 욕망이 생깁니다. 더 정교하게 다루면서 더 짜릿한 감각을 경험하고픈 욕망이기도 하죠. 그 마음을, BMW M은 자극합니다. 트랙에서 타기에 느낄 수 있는 기분이죠. BMW M의 근원에 조금 다가간 기분이기도 합니다.
이번 50주년 행사에서도 어김없이 느꼈습니다. BMW M은 확실히 트랙에서 탈 때 더 제대로 마주할 수 있습니다. 다행히 BMW 드라이빙 센터가 있기에 그럴 기회는 더 많죠. BMW M을 트랙에서 타보세요. 왜 고성능 세단의 상징으로 군림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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