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영혼을 가진 존재, 내 친구 ‘디’를 소개합니다
친밀한 미래를 만나다 - BMW i Vision DEE
‘친해졌다.’
이것이 BMW가 올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3에서 선보인 컨셉트 카 ‘BMW i 비전 디(BMW i Vision DEE)’를 만나고 나서의 첫 소감이었습니다. BMW의 혁신적인 차세대 전기화 디지털화 전략 모델 ‘뉴 클래스’(Neue Klasse· 노이에 클라세)를 엿볼 수 있는 제품답게 i 비전 디는 첨단 테크놀로지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것들보다 과연 이렇게 친밀하게 다가온 미래차가 있었던가, 하는 감흥이 더욱 진하게 다가왔습니다.
새로운 기술은 언제나 안락한 인간의 삶을 추구한다고 말합니다. 말들은 합니다. 하지만 우리 솔직해 봅시다. 오히려 신기술 앞에서 압도당하고 주눅이 드는 사람들을 많이 봅니다. 우리가 모두 얼리어답터일 수 없으니까요.
BMW도 물론 이것을 모르지 않습니다. 기술의 발전을 이끌어온 브랜드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많은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새로운 기술을, 그리고 새로운 세상을 인간들이 더 쉽게 만끽할 수 있을까, BMW는 끊임없이 고민해 왔습니다.
특히 새로운 시대를 열게 될 뉴 클래스를 앞둔 BMW에게 지금은 매듭을 한 번 지어야 할 중요한 시기였을 겁니다. 그리고 마침내 너도나도 이야기하는 새로운 사용자 경험(UX)을 쉽게 제공할 수 있는 사용자 인터페이스(UI)에 대한 정리된 생각을 BMW i 비전 디가 보여준 것이죠. 저는 다른 어떤 것보다 이것이 가장 커다란 의미가 아닌가 합니다.
BMW i 비전 디에게 친근한 마음이 들었던 이유는 바로 ‘대화’였습니다. ‘디’는 – 앞으로 친구처럼 ‘디’라고 부르겠습니다 – 마치 살아있는 듯 나를 알아보고 대화를 나누려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살아있는 듯’이라는 표현은 과장이 아니었습니다. BMW는 실제로 i 비전 디를 설명하면서 ‘디지털 영혼을 가진 존재’라는 표현을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마치 인격체를 대하듯 ‘디’는 말이 통했던 것이었습니다.
‘디’는 나를 알아보고 반가워합니다. 이것을 BMW는 웰컴 시나리오라고 부르더군요. 멀리서부터 나를 알아본 ‘디’는 헤드라이트와 키드니 그릴의 디스플레이를 통해 다양한 표정과 목소리로 반겨줍니다. 내가 운전석에 다가서면 나의 아이콘을 창문에 표시하면서 ‘친구, 왔어?’라고 말하는 듯 다시 한 번 반기고 운전석 도어를 열어줍니다. 미래차를 대하는 부담이 어느새 반쯤 녹아내립니다.
‘디’의 운전석에 앉습니다. 정말로 아무것도 없습니다. 편안한 중간 톤의 따뜻한 실내가 전부입니다. 시커멓게 꺼져 있다가 쨍 하는 그래픽으로 화려했던 디스플레이도, 어떻게 만져야 할까 주눅 들게 만들던 다양한 다이얼이나 스위치도 없습니다.
대시보드 중앙에 다섯 개의 점과 이를 잇는 선이 은은하게 보입니다. 손가락을 미끄러뜨리듯 점 위로 움직이자 앞유리에 정보가 간결하게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가상 세계로 인도하는 포털의 문이 손가락의 움직임을 읽는 샤이테크 센서를 통하여 열립니다. 바로 BMW 혼합 현실 슬라이더와 어드밴스드 헤드업 디스플레이 입니다. 주행 정보, 뉴스, 메시지, 캘린더, SNS 등 메뉴가 간결하게 나타나고 쉽게 펼쳐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자전거가 나타납니다. 앞유리에 잘 보이는 네모로 자전거가 하이라이트 표시됩니다. 내 친구 ‘디’는 한 시도 주위를 게을리 하지 않습니다.
우리 솔직해집시다. 현재의 BMW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제공합니다. i드라이브, 터치스크린, 터치패널, 음성 인식, 그리고 제스처 컨트롤까지 세계에서 가장 다양할 겁니다. 물론 사용자들은 입맛에 맞게 골라서 사용하면 됩니다. 하지만 메뉴가 너무 많아도 음식을 주문하기 어렵듯 분명 어렵게 느끼는 이들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디’는 전혀 어렵지 않습니다.
‘디’는 나를 이해하려고 항상 노력합니다. 내 취향을 알기 위하여 내 SNS를 다 읽을 정도로 부지런합니다. 어쩐지 ‘디’가 친숙하게 느껴지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여러 가지 색깔과 무늬로 내 기분을 맞춰주는 차체 외부 패널과 휠도 단순한 볼거리만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디자인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요즘 최신형 모델들이나 미래차 컨셉트 모델들은 블링블링 반짝거립니다. 화려한 외모와 커다란 디스플레이가 가득한 실내가 특히 그렇습니다. 하지만 ‘디’의 외모는 수수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이 친구가 BMW 가문의 자제라는 것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누구의 자식인지를 알아보는 데에 신분증이나 증거가 필요 없듯이, 그 얼굴과 생김새만으로 충분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디’를 바라볼 때 E30 3시리즈, 혹은 BMW 2002가 떠오르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오랜만입니다. 미래차 컨셉트 모델을 보면서 흐뭇한 미소와 안도의 심호흡을 경험한 것 말입니다. 새로운 기술과 인터페이스 디자인을 조목조목 분석하기에 분주했던 다른 모델과의 기억이 이렇게 부질없게 느껴지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었는데 말입니다.
그래서 ‘디’는 소중합니다. 현재는 물론 미래에도 우리 인간은 편안하기를 바랄 뿐이지 기술의 노예가 되고 싶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폭풍 속의 평안함. BMW i Vision DEE는 미래의 안식처를 향한 믿음직한 내비게이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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