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팬덤과 대중성을 모두 갖춘 참 독특한, BMW 3시리즈
BMW 3시리즈는 참 이상한 자동차입니다. 아니, 특별한 자동차라고 하는 게 이 차를 제대로 설명하는 것에 좀 더 가까운 표현이 아닐까 합니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D세그먼트 세단이 매니악한 면과 대중적인 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으니까요.
‘매니악하다’는 표현은 광적이라는 의미를 지닙니다. 또한 비주류(마이너)라는 뜻으로도 사용되죠. 그러니까 어떤 자동차에 매니악하다는 표현을 쓰는 것은 열성 팬덤이 있지만 대중성이 떨어지는 자동차를 지칭할 때 주로 씁니다. 그런데 3시리즈는 엄청난 팬덤을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주류로 자리 잡았다는 점에서 특이합니다.
예전 독일에서 BMW 3시리즈를 타고 다닐 때 들은 얘기입니다. 터키인이 운영하는 자동차 정비소에서 겨울용 타이어를 교체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사장은 터키 젊은이들, 더 정확하게는 독일 등으로 이민 온 터키 가정에서 자란 젊은 층 사이에서는 3시리즈가 드림카로 여겨진다고 전했습니다.
언제부터 이런 로망이 생겼는지는 모르겠지만 과거부터 검은색 3시리즈에 친구들을 태우고 아우토반이나 독일 시골길을 달리는 것을 꿈꾸는 터키 출신의 젊은이들이 많았다고 했습니다. 여력이 안 되는 경우 중고 3시리즈를 샀고, 신형 3시리즈를 산 친구는 성공했다며 주변으로부터 축하가 쏟아진다고 전했습니다.
어디 이민자들뿐일까요? 취업을 앞둔 독일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BMW는 늘 가장 들어가고 싶은 기업으로 꼽힙니다. 이공계, 경상계 전공을 가리지 않는다고 하죠. 독일에서 BMW는 가장 다니고 싶은 직장이며, 동시에 거기서 만든 3시리즈는 ‘저먼(German) 드림’을 꿈꾸는 젊은 이민자들의 대표적인 드림카가 됐습니다.
그렇다면 3시리즈는 일부 젊은 층에서만 선호될까요? 아닙니다. 판매량을 보면 특정 계층에서만 수요가 몰리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프리미엄 고급 세단임에도 양산 브랜드 베스트셀러 모델 못지않게 많이 팔리고 있습니다. 이런 3시리즈의 인기를 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통계 자료가 있습니다. 2022년 상반기 유럽 27개 나라에서 팔린 중형 세단 판매량인데요.
● 2022년 EU 상반기 중형 세단 판매 TOP 10 (자료=JATO DYNAMICS)
1위 : BMW 3시리즈 (44,337대)
2위 : 테슬라 모델3 (39,897대)
3위 : 메르세데스 C-클래스 (37,596대)
4위 : 폭스바겐 파사트 (35,409대)
5위 : 아우디 A4 (27,903대)
6위 : 스코다 수퍼브 (23,467대)
7위 : BMW 4시리즈 (21,055대)
8위 : 볼보 S60/V60 (13,232대)
9위 : 폴스타2 (12,931대)
10위 : 아우디 A5 (11,790대)
경쟁 모델들을 넉넉한 차이로 따돌리고 3시리즈가 가장 많이 팔린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4시리즈와 판매량을 합산하면 2위와의 차이는 압도적입니다. 왜 이렇게 3시리즈는 늘 많은 선택을 받는 것일까요? 역시 가장 먼저 이야기할 수 있는 건 운전이 주는 즐거움 때문일 겁니다.
독일의 다양한 자동차 전문지가 3시리즈를 평가할 때 최고의 장점으로 꼽는 것은 주행 능력입니다. 영어 단어 중 애질(Agile)이라는 게 있죠. ‘날렵한’, ‘민첩한’, ‘기민한’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독일어로는 아길(agil)이라고 하는데 어떤 전문지, 어떤 전문가든 3시리즈 주행 테스트 항목에서 빠지지 않고 쓰는 단어가 바로 이 ‘agil’입니다.
BMW 특유의 조향 능력과 가벼운 차체, 그리고 훌륭한 변속기 등이 절묘하게 조합을 이뤄 3시리즈만의 운전 감각을 만들어내는데 여기에 사람들은 큰 매력을 느낍니다. 신형이 나올 때마다 BMW 팬들은 염려합니다. 차체가 커지며 특유의 주행감을 혹여 잃지 않을까 해서죠. 하지만 비교테스트를 통해, 또 오너들의 증언을 통해 날카롭고 기민한 달리기 능력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걸 확인합니다. 운전의 즐거움을 결코 놓치지 않겠다는 BMW의 의지, 그리고 그 의지를 실현하는 기술력이 만든 그들만의 경쟁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키드니 그릴을 비롯해 오래전부터 유지해온 3시리즈만의 디자인에서 느껴지는 전통과 독보적인 존재감도 3시리즈를 사랑하게 하는 요소입니다. 또 다음에 기회가 되면 다루겠지만 끊임없니 진화하는 품질 역시 소비자를 즐겁게 합니다. 연비 좋고 환경친화적인 엔진에 대한 칭찬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정말 독특한 모델이라는 생각밖에 안 듭니다. 사실 유럽에서 중형 세단은 인기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많이 팔리는 경우에도 왜건 등, 실용성에 초점이 맞춰집니다. 그런데 3시리즈는 다릅니다. 운전 재미 때문에 노치백 세단 모델을 선택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렇다고 왜건형이 인기가 없는 게 아닙니다. 왜건 판매량 역시 상당하며, 이 왜건의 주행 능력에도 칭찬이 쏟아집니다. 3시리즈는 어떤 형태가 되었든 펀 드라이빙이 기본이 되기 때문입니다.
사실 3시리즈는 가격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한 양산형 모델도 아닙니다. 프리미엄 자동차, 그중에서도 중형급은 사고 싶다고 해서 누구나 쉽게 구입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그런데 마치 보급형처럼 팔려나갑니다. 매니악한 모델은 대중적이기 어렵고, 차체가 커지는 등 공간을 확보하면 주행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 보통이지만 3시리즈는 이런 대립적 요소들이 오히려 조화를 이룹니다. 굉장히 특이한 자동차라는 생각, 들지 않나요?
3시리즈는 운전을 좋아하는 운전자라면 누구나 먼저 떠올리게 됩니다. 특정 계층, 특정 취향에 머물지 않는, 모두가 한 번쯤 운전해 보고 싶어 하죠. 3시리즈를 제외하면 열성 팬과 대중성을 모두 거머쥔 자동차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바로 답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이 차의 가치는 바로 이 절묘한 가치의 조합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사심 가득 담아 3시리즈를 이야기해봤습니다.
'BMW in the World'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매년 CES에서 화제를 모았던 BMW가 이번에 공개한 DEE는 뭘까? (4) | 2023.01.19 |
---|---|
독일인들이 뽑은 올해 최고 자동차 디자인은? (0) | 2022.11.25 |
‘내돈내산 차’ 1위 MINI…이 사람들 진심 장난 아닌 걸 (1) | 2022.09.09 |
운전깨나 한다는 독일인들이 BMW를 선택하는 이유 (0) | 2022.08.03 |
‘자동차왕국’ 독일인들은 BMW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0) | 2022.06.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