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인들이 MINI를 위해 기꺼이 자기 지갑을 여는 이유
MINI는 어디서나 사랑받습니다. 유럽, 북미, 아시아 등 지역을 불문하는 건 물론, 연령과 성별 가라지 않고 좋아합니다. 손안에 꼽히는 아이코닉 자동차이기 때문인데요. 자국산 자동차에 자부심 강한 독일 같은 곳에서도 MINI의 인기는 상당합니다. 클래식 MINI부터 최근에 나온 MINI 전기차까지, 정말 다양한 모델이 독일 곳곳을 누빕니다.
개인적으로 로버 시절 MINI를 타고 장 보러 온 젊은 운전자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키가 족히 2m는 되어 보이던 그는 주차된 자신의 MINI를 한참을 둘러봤습니다. 흔한 표현으로 눈에서 꿀이 떨어졌습니다. 그런 그를 보며 저 덩치에 저렇게 작은 차를 타는 게 불편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는 이런 시선 아랑곳하지 않고 MINI를 즐기는 듯했습니다.
또 출시된 지 얼마 안 된 MINI 전기차가 신호 대기 중 BMW i3와 나란히 서 있던 모습도 기억납니다. i3가 처음 나왔을 때 독일에서 큰 인기를 얻으며 빠르게 퍼져나간 것처럼 미니 전기차 또한 그렇게 될 거 같다는 생각을 그때 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주관적 판단이 판매량과 같은 객관적 수치로도 증명될까요? 이쯤에서 올 상반기 독일에서 가장 많이 팔린 자동차 TOP 10 결과를 보도록 하겠습니다.
◆ 2022년 독일 상반기 판매량 TOP 10 모델 (자료=독일연방자동차청)
1위 : 폭스바겐 골프 (42,963대)
2위 : 폭스바겐 티록 (27,129대)
3위 : 폭스바겐 티구안 (24,714대)
4위 : 오펠 코르사 (24,576대)
5위 : 피아트500 (20,578대)
6위 : 폭스바겐 파사트 (20,403대)
7위 : MINI (19,833대)
8위 : 폭스바겐 트랜스포터 (18,493대)
9위 : BMW 3시리즈 (18,204대)
10위 : 아우디 A3 (17,904대)
어느 정도 예상이 됐죠? 독일 국민차로 불리는 골프가 1위였습니다. 과거만큼은 아니지만 골프의 시장 지배력은 여전히 힘이 있어 보입니다. BMW 3시리즈와 폭스바겐 파사트 등, D세그먼트 모델들도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네요.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인 MINI도 2만 대 가까운 판매량으로 7위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상위 10개 모델 중 독일이 아닌 곳에서 생산된 모델은 MINI와 피아트500뿐입니다.
MINI는 유럽 전체로 넓혀 봐도 잘 팔렸습니다. 올해 상반기 5만 7천 대 이상의 판매가 이뤄졌는데 이는 유럽에서 경쟁을 벌이는 400여 개 이상의 모델 중 15위에 해당하는, 최상급 수준의 판매량입니다.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변함없이 인기를 누리는 진정한 의미의 글로벌 스테디셀러라 하겠습니다. 그런데 이번 독일 상반기 신차 판매량 통계에서 흥미로운 부분이 하나가 눈에 띄었습니다.
독일에서 신차를 구입하는 기업 고객, 그러니까 렌터카나 리스 차량, 또는 회사 업무용 등으로 차를 사는 기업고객, 비즈니스 고객 비중은 60%를 넘습니다. 반대로 온전히 개인이 자신의 돈으로 자신의 차를 사는 비중은 40%를 밑돕니다. 올 상반기도 비슷해서 개인 신차 구매 비중은 36.1%였습니다. 그리고 이 개인 고객, 요즘 표현으로 ‘내돈내산’한 고객을 기준으로 판매량 TOP 10을 다시 조사해 보면 전혀 다른 결과를 보게 됩니다.
◆ 독일 2022년 상반기 ‘내돈내산’ 기준 TOP 10 모델
1위 : MINI (11,106대)
2위 : 폭스바겐 T-Roc (10,851대)
3위 : 쿠프라 포멘토 (8,169대)
4위 : 폭스바겐 골프 (8,163대)
5위 : 오펠 코르사 (7,864대)
6위 : 다치아 산데로 (7,808대)
7위 : 토요타 야리스 (7,740대)
8위 : 미쓰비시 스페이스스타 (7,652대)
9위 : 피아트500 (7,202대)
10위 : 테슬라 모델3 (7,128대)
전체 순위에서 7위였던 미니가 순수 개인고객(Privatkunde) 대상 판매량 집계에선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이었습니다. 이는 독일에서 올 상반기에 팔린 MINI의 56%가 개인고객의 품으로 갔다는 뜻으로 개인고객 비중이 높은 자동차 중 하나였습니다. 참고로 골프의 경우 압도적 판매량 중 개인고객 비중은 19%로 10개 상위 모델 중 가장 낮았습니다.
이처럼 MINI의 개인고객 비중이 높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우선 세컨카로 인기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 가정에 자동차 2대 이상인 경우가 많은 독일에서 세컨카는 내 돈을 내고 사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뿐만 아니라 젊은 층이 선호하는 모델이라는 뜻도 됩니다. 트렌드나 스타일, 브랜드 매력도 등에 민감한 고객에게 MINI만큼 매력적인 자동차는 없을 테니까요. 그렇다고 젊은 층에만 호소하는 건 않습니다. 평균 구매 연령이 상대적으로 다른 브랜드에 비해 낮을 뿐이지 여전히 독일 내에서 MINI의 최대 구매층은 40대 이상입니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죠.
어떤 이유로, 누가 MINI를 선택했든, 독일 개인고객에게 가장 많이 선택받았다는 것은 그만큼 소유하고 싶은, 가지고 싶은 마음이 큰 자동차로 소비자들에게 인정받았다는 뜻이 됩니다. 확실한 아이덴티티와 깊고 풍성한 역사와 문화를 가지고 있는 MINI는 헤리티지를 중요하게 여기는 유럽의 소비문화 특성에도 잘 어울립니다.
아울러 운전을 진심으로 즐기는 독일인에게 MINI는 더할 나위 없는 모델입니다. 복잡한 도심 속을 달릴 때도, 또 풍경이 예쁜 국도에서 와인딩을 할 때도, 그리고 시원하게 내달리기에 좋은 아우토반에서도 MINI는 제격입니다. 어느 한 가지 장점에 매달리는 차가 아니라, 역사와 전통, 스타일과 성능 등, 거의 모든 면에서 사랑받을 만한 자동차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니 독일인들이 기꺼이 MINI를 선택하는 거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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