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의 슬기로운 자동차공장 활용법
다가오는 11월이면 BMW 신형 7시리즈가 한국 시장에 찾아옵니다. 지난 4월 전 세계에 첫 공개 이후 불과 6개월 만입니다. 그만큼 우리나라 시장에서 7시리즈의 인기가 좋다는 방증이기도 하죠. BMW 플래그십 세단의 위용을 갖추고 7세대로 완전 변경한 신형 7시리즈는 수많은 첨단기술과 이야깃거리를 갖고 있습니다. 먼저 전 세계에서 판매하는 럭셔리 세단 중 유일하게 고를 수 있는 동력계가 세 가지나 됩니다. 순수 내연기관 모델과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모델, 그리고 순수 전기차인 i7까지 갖췄습니다. 게다가 이 모든 7시리즈는 한 군데서 조립, 생산합니다. 바로 BMW 딩골핑 공장이죠.
딩골핑 공장은 유럽 내 단일 공장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합니다. 그런 만큼 이 공장에 BWW는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죠. 3년 전인 2019년에는 4억 유로를, 그리고 이번에는 3억 유로를 투자했습니다. 감이 오시나요? 요즘 환율로 약 9303억 원입니다. 무려 1조에 달하는 돈을 들여 BMW가 이루려는 것은 명확합니다. 유연하고 친환경적이며 디지털화된 BMW만의 i팩토리를 짓고 숙련시키는 것. 신형 7시리즈는 BMW 역사상 처음으로 조립에서 물류까지 완전 자동화된 시스템에서 생산됩니다.
자동차 공장에서 유연성은 다양한 차종과 동력계를 생산하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사실 혼류생산은 자리 잡은 지 오래입니다. 차종에 따라 공장을 짓는 건 불가능한 일에 가깝거든요. 하지만 다양한 동력계를 섞어 생산하는 건 차원이 다른 얘깁니다. 신형 7시리즈가 고를 수 있는 동력계가 세 가지나 된다고 앞서 얘기했죠? 휘발유, 경유처럼 내연기관차라면 문제없지만, 순수전기차와 일반 내연기관차를 한 공간에서 만드는 건 지금까진 먼 미래 얘기였습니다. 그걸 딩골핑 공장에서 시작한 거죠. 이런 유연성은 BMW뿐만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도움이 됩니다. 예컨대 생산을 시작하기 며칠 전에 부득이 주문한 차의 외장칼라를 비롯한 옵션을 바꾸게 되더라도 즉각 반영할 수 있죠.
인공지능으로 움직이는 지게차는 이미 자동차 산업 현장에 널리 보급돼있습니다. 하지만 운송용 열차가 스스로 움직이며 물건을 배달하는 건 어려운 일이죠. 기차가 다니는 레일을 깔아야 하고 배차 간격까지 정확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아비규환이거든요. 딩골핑 공장에는 자동화된 운송열차는 물론이고 STR이라고 하는 스마트 운송 로봇이 작업 현장 구석구석을 누빕니다. 아이디얼웍스(Idealworks)라고 하는 BMW의 자회사에서 제작했는데 현장 반응이 대단해 올해 말이면 200대가 훌쩍 넘는 STR이 공장의 숨은 일꾼으로 거듭날 예정이에요.
친환경이라는 단어는 듣기엔 좋은데 알쏭달쏭할 때가 많습니다. 딩골핑 공장은 이런 모호함을 일반인이 들어도 이해하기 쉽게 했어요. 공장 가동에 필요한 에너지는 100%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사용하고, 현재 바디샵에 있는 생산 로봇의 대부분을 재활용하며, 페인트샵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물질을 최소화하는 것이죠. 방법은 없고 목적만 있으면 안 되겠죠? 이미 새로운 페인트샵과 건조시설을 만들기 위해 5억 유로 이상을 투자했습니다. 그 결과 엄청난 양의 물과 에너지 소모를 줄일 수 있게 됐죠. 게다가 조립 생산할 때 발생할 수밖에 없는 뜨거운 폐열과 전기를 만들 때 생기는 열기까지 몽땅 재활용합니다. 또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에너지 효율적인 시스템을 만들고 패키징, 물류, 재활용, 공업용수 관리까지 낭비하는 에너지가 없도록 했습니다. 말 그대로 공장 전체가 하나의 재활용 센터가 됐습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딩골핑 공장의 재활용 에너지 활용 지수는 90%를 넘어선 지 오랩니다. 이제는 경이로운 99%를 향해 달려가고 있죠. 그 결과 지난해 차 한 대를 생산할 때 발생하는 잔존물이 겨우 580g에 불과했습니다. 딩골핑공장에서 필요한 공업용수도 마찬가지예요. 전체 필요량의 40%를 직접 만들어 사용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의 손길이 뻗지 않는 곳이 없는 딩골핑 공장이지만 그중에서도 꽃은 품질 관리입니다. 바로 버추얼 트레이닝을 통해서죠. BMW는 이를 AIQX(첨단 인공지능 품질 관리)프로젝트라고 부릅니다. 스마트 카메라 시스템과 센서가 통합적으로 생산설비를 들여다보며 실시간으로 분석합니다. 결과는 바로바로 담당자에게 전달해 2차 검사를 받죠. 티끌만 한 오차도 허용하지 않습니다. RFID방식으로 연결된 스마트스캐너와 스크류드라이버를 통해 어떤 툴로 몇 번 기계가 작업했고 어떤 차대번호에 쓰였는지 모두 추적할 수 있습니다. 현재 신형 7시리즈를 생산하는 데 사용하는 검사 공정은 40가지로 차에 쓰인 45가지 군의 파트 전체를 추적할 수 있죠.
신형 7시리즈는 BMW 최고 수준의 첨단운전자 보조기능을 갖췄죠. 이 기능을 테스트하기 위해 동력계와 전력계 조립이 끝난 7시리즈는 공장 내에서 170m에 달하는 생산 루트를 따라 무인주행을 합니다. 일단 시동이 걸리고 자율주행이 가능한 상태가 되면 곧바로 테스트인거죠. 태어나자마자 시험이라니 좀 가혹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조립공정을 거쳐 마지막 검수 장까지 스스로 움직여 간 7시리즈는 다시 또 하역장까지 혼자 씩씩하게 달려갑니다. 시동을 걸고 돌발상황 테스트 장을 지나며 오작동은 없는지 꼼꼼하게 살핍니다. AFW(공장내 무인주행 테스트)라고 하는 새로운 검수과정이죠.
AFW에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자랑스러워해야 할 기술도 숨어있습니다. 하역장까지 갈 때 사용하는 소프트웨어가 서울 로보틱스라고 하는 국내 중소기업이 개발한 원천기술이거든요. 작업장 내에서 발생할지 모르는 안전사고를 대비해 7시리즈에 작업환경을 입력하고 차의 동선을 짭니다. AFW는 2023년까지는 사전 테스트를 거친 뒤 적용 차종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어떠세요? 신형 7시리즈와 딩골핑 공장에 담은 BMW의 진심이 충분히 느껴지시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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