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들보다 먼저 미래를 만난 기분, 모토라드 CE 04가 전해준 신선한 충격
2011년이었을 겁니다. BMW 모토라드가 도심을 겨냥해 만든 전기 스쿠터 콘셉트 모델을 공개했죠. 그리고 3년 뒤 C 에볼루션이라는 이름을 단 양산 모델이 시장에 등장했습니다. 당시 BMW는 도심을 타겟으로 전기로 움직이는 이동수단에 대해 관심이 상당했습니다. 전기로 달리는 이동수단의 가능성을 누구보다 먼저 눈 여겨 본 것이죠. 근거리 도시형 전기차인 i3 역시 이러한 관심 하에 등장하게 된 차량입니다.
C 에볼루션은 BMW i3에 들어간 배터리 기술을 공유했는데요. 최고출력 48마력에 최고속도는 시속 129km를 발휘했습니다. 내연기관을 단 빅스쿠터를 대체하기에 꽤 매력적인 선택지이기는 했지만 당시엔 전기 바이크 시장이 태동하는 시기였고 충전에 관한 우려도 많았기에 큰 인기를 끌지는 못했습니다. 결국 2021년 단종을 맞이했죠. 그리고 그 자리는 한층 새로워진 디자인과 높은 기술력이 더해진 새로운 전기 바이크 CE 04가 물려받았습니다.
CE 04의 디자인은 콘셉트 모델인 데피니션 CE 04와의 차이점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그 디자인을 그대로 계승했습니다. 덕분에 미래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고, C 에볼루션이 추구했던 스쿠터 스타일에서도 상당히 벗어나 기존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바이크 스타일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꼭 게임에 등장하는 아이템 같다고 할까요? 길쭉한 차체와 날렵한 스타일에 플로팅 시트까지. 스포티하면서도 세련된 외관을 자랑합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오렌지 빛으로 멋을 낸 윈드 쉴드입니다. 색종이를 접은 듯한 모양이며 주위 시선을 집중시키는 색까지 무척 흥미로운데요. 기능에도 충실합니다. 크기는 작지만 충분히 주행풍을 머리 위로 넘겨 공기저항을 최소화하고 계기판을 보호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물론 더 적극적으로 바람을 막아주기 위한 더 큰 사이즈의 윈드 쉴드도 별도로 선택이 가능합니다.
시트도 일반적인 바이크와는 디자인의 궤를 달리합니다. 시트의 높이는 780mm, 그리 높지 않아 타고 내리기 부담 없습니다. 특히나 ‘ㅡ자’ 형태로 되어 있어 뒤쪽으로 발을 들어 타더라도 쉽게 오를 수 있습니다. 눈으로 봤을 땐 몸을 정확히 지지해줄 쿠션감이 살아있을지 의문이 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예상외로 착좌감이 편안합니다. 한 시간이 넘는 주행에도 전혀 불편하지 않더라고요.
그리고 이 시트는 상하, 전후로 포지션을 변경할 수 있어 라이더의 체형에 따라 조절이 가능합니다. 시트 아래엔 옆쪽으로 수납합을 배치했습니다. 전기 바이크 특성상 충전 케이블이 들어가 있는데 충전 케이블이 들어간 상태에도 헬멧 하나가 충분히 들어갈 만큼 넉넉한 공간을 확보했습니다.
라이더의 눈을 사로잡는 10.25인치 TFT 컬러 모니터는 계기판을 대신합니다. 다양한 인포테인먼트를 위한 모니터로도 활용되죠. 그 아래엔 글러브 박스가 있고 그 안엔 C-타입 포트와 휴대폰 보관장치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충전으로 인한 발열을 대비해 방열 기능까지 추가했습니다. 라이더의 안전을 위한 BMW 모토라드의 배려가 느껴지는 부분이죠.
시트에 올라앉아 온오프 버튼을 누르고 시동 버튼을 누르면 어떠한 진동 하나 없이 부드럽게 시동이 걸립니다. 사실 CE 04를 시승한다고 했을 때 여느 전기 바이크와 비슷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스로틀 레버를 살짝 잡아 돌릴 때 느껴지는 초반 감각에 상당한 차이가 있었습니다.
차체에서 느껴지는 무게감 때문입니다. 꽤 묵직하게 느껴집니다. 배터리팩을 낮게 배치했기 때문인데요. 초반에 움직일 때는 다소 무겁게 느껴지지만 속도가 붙으면 오히려 움직임이 안정적이게 다가옵니다. 이런 안정감이 오로지 무게 중심으로부터 오는 것은 아닙니다. 1,675mm에 달하는 휠베이스에서 오는 장점이기도 하죠.
사실 휠베이스가 길면 단점이 한 가지 있습니다. 선회 능력이죠. 그런데 CE 04에서는 그런 인상을 전혀 받을 수 없었습니다. 낮은 무게 중심과 긴 휠베이스 덕분에 몸을 적극적으로 기울일 수 있어 그 단점을 극복해냅니다. CE 04를 타고 코너를 매끄럽고 날렵하게 해치우면 다른 바이크에선 느낄 수 없는 감동을 느낄 수 있는데요. ‘주행의 즐거움’이라는 BMW의 슬로건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던 부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CE 04의 왼쪽 핸들바를 보면 모드 버튼이 있는데요. CE 04는 에코, 레인, 로드, 다이내믹 등 총 네 가지 주행 모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주행 모드에 따라 스로틀 반응 속도와 회생 제동의 양에 차이가 납니다. 다이내믹으로 갈수록 스로틀 반응이 빨라지고 회생 제동의 양이 강해지는 것이죠. 하지만 에코 모드만 해도 회생 제동의 양이 적지 않아 전기차의 원 페달 드라이빙과 같은 주행을 즐길 수가 있습니다. 실제로 시승할 때 한 시간 동안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브레이크 레버를 당긴 건 손에 꼽을 정도였으니까요.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건 다이내믹 모드였습니다. 제 관심을 끌어당긴 건 시원시원한 가속력이었어요. 정지 상태에서 시속 50km까지 가속하는 데 걸린 시간은 2.6초로 쏜살 같은 반응을 자랑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빨라도 안정성이 뒷받침해주지 않는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죠. 낮은 무게 중심과 뛰어난 제동 능력이 있어 마음껏 달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전자장비가 라이더가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개입하면서 안정을 넘어 안전까지 책임집니다.
CE 04는 8.9kWh 용량의 배터리를 얹고 있으며 완충 시 계기판에 뜬 주행가능거리는 로드 모드에서 94km입니다. 하지만 이 주행가능거리는 굉장히 보수적으로 측정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3박 4일동안 1회 완전 충전으로 달린 거리가 100km를 훌쩍 넘겼으니까요. 서울 시내와 같은 특정 환경이라면 130km까지는 달릴 수 있었을 겁니다. 일반 콘센트로 충전 시 0%에서 80%까지 3시간 30분이 소요되고 BMW 월박스로 충전한다면 65분이면 끝마칠 수 있습니다.
CE 04와의 만남은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기존의 바이크와는 궤가 다르고 여느 전기 바이크와는 결이 다를 만큼 새로운 시도가 엿보였다고 할까요? 흡사 남들보다 먼저 미래를 만난 기분이었습니다. 게다가 시트 위에서 핸들을 잡고 있는 행위 자체도 즐겁습니다. 쉽고 편안하니 적응도 쉽고 바이크가 주는 주행의 재미도 살뜰히 챙겼죠. 도로 위를 달릴 때 느껴지는 사람들의 시선은 또 어떻고요. 직접 타고 달려보면 CE 04만이 줄 수 있는 매력에 푹 빠지시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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