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대를 풍미했던 미래지향적 자동차, BMW i8
탑기어 역대 ‘올해의 차’ 중에서 최고의 차로 선정된 BMW i8
시대마다 대표하는 자동차가 있습니다. 주로 어떤 큰 변화의 주축이 된 자동차가 대표성을 띠죠. 요즘은 친환경 시대입니다. 친환경 스포츠카의 대표 모델 하면 어떤 차가 떠오르나요? 아마 많은 분들이 BMW i8을 꼽을 겁니다.
‘친환경+스포츠카’ 조합은 요즘에는 익숙하지만 과거에는 생각할 수도 없는 구성입니다. 스포츠카는 강한 힘을 바탕으로 자동차의 본질인 속도를 추구하는 존재입니다. 강한 힘을 내려면 연료가 많이 들어가고 배출 가스도 늘어나니 친환경과는 거리가 멀어질 수밖에 없죠. 스포츠카는 효율과 친환경에서 예외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이런 인식을 깨뜨린 차가 바로 i8입니다. 아예 효율성과 친환경성을 전면에 내세우며 스포츠카의 개념을 뒤집어 놓았죠. i8에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시스템을 도입해 연비를 높이면서 오염물질 배출량을 줄였습니다. 배기량 1.5L짜리 3기통 터보 엔진을 얹은 점도 놀랍죠. ‘스포츠카인데 배기량이 너무 적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 법한데, 작은 엔진과 PHEV 시스템을 결합해 362마력에 이르는 강한 힘을 냅니다. 스포츠카는 배기량 큰 엔진을 얹어야 한다는 고정 관념을 깨뜨린 거죠. i8은 전기모터만으로도 일정 거리를 달릴 수 있습니다. 이미 10여 년 전 전기차처럼 활용할 수도 있는 개념을 스포츠카에 적용했으니 혁신의 아이콘으로 손색없습니다.
얼마 전 해외에서 i8과 관련한 흥미로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영국의 유명 자동차 잡지 <탑기어>에서 창간 30주년을 맞이해 그동안 선정한 올해의 차 중에서 최고의 차를 선정하는 투표를 했는데 i8이 가장 높은 점수를 얻었습니다. 한마디로 왕중왕 전에서 우승을 한 것이죠. 자동차 분야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관록 있는 에디터들이 투표한 결과이니 신뢰도가 무척 높습니다.
각 에디터가 세 대의 차를 골라 순위를 매기고 1위 3점, 2위 2점, 3위 1점을 배점해 종합 점수를 계산했습니다. 투표에 참여한 에디터 14명 중 절반인 7명이 i8을 골랐습니다. 1위 3명, 2위 2명, 3위 2명으로 i8은 총점 15점을 얻어 1위를 차지했고, 11점을 얻은 2위 차종을 4점 차이로 넉넉하게 앞서며 영광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경쟁을 벌인 차들은 지난 30년 동안 <탑기어> 올해의 차에 선정된 쟁쟁한 후보들인데, 그 사이에서 최고로 꼽혔으니 i8이 얼마나 위대한 차인지 증명된 셈입니다.
i8은 2014년에 <탑기어> 올해의 차로 뽑혔었는데요, 당시 ‘기념할 만한 자동차다’, ‘아름다운 미래 비전이 현실로 찾아왔다’, ‘스포츠카 분야에서는 보기 힘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등 호평을 받았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시점에서 다양한 나이대의 <탑기어> 에디터들은 i8을 어떻게 평가했을까요?
i8을 1위로 꼽은 에디터 세 명의 평가를 보겠습니다. 먼저 톰 포드입니다. “이 차보다 선견지명 있거나 세월이 흘러도 우아한 자태를 간직한 자동차는 찾아보기 힘듭니다”라고 극찬했습니다. 올리 매리지는 “스포츠카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합니다. 탄소섬유 터브에 좌석 네 개를 갖추고 뛰어난 역동성을 드러냅니다”라고 1위로 선정한 이유를 적었습니다. 비제이 패트니는 “첨단 구조, 화려한 실루엣, 미래지향적인 기술, 뛰어난 역동성…. i8은 BMW의 모든 것을 담아 스포츠카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습니다”라고 호평했습니다.
어떻게 이런 평가가 나왔는지 i8의 역사를 한번 돌아보겠습니다. i8은 2009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콘셉트카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콘셉트카 이름은 ‘비전 이피션트다이내믹스(Vision EfficientDynamics)’였죠. 이름만 봐도 역동성과 효율성의 조화를 추구하는 미래형 자동차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미래 모빌리티를 향한 BMW의 비전을 담은 콘셉트카죠.
2011년 BMW는 전동화 서브 브랜드 i를 론칭하고, 2013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i3와 i8을 동시에 공개했습니다. 이때 비전 이피션트다이내믹스 콘셉트카가 i8이라는 현실이 되어 나타났습니다. i8은 미래지향적 디자인, 지속가능성, 역동적인 주행의 즐거움을 한데 모아 모빌리티의 미래를 제시했죠.
i8은 첨단기술의 결정체였습니다. 탄소섬유 차체를 적용해 공차중량을 1,490kg까지 낮추는 경량화를 실현하고,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에는 첨단 공기역학을 적용해 공기저항계수를 0.26까지 낮췄죠. LED보다 한 단계 더 진보한 레이저 라이트를 양산차 최초로 도입한 점도 화제를 모았습니다. 지속가능성에도 초점을 맞춰 실내 곳곳에 친환경 요소를 더한 가죽과 재활용 플라스틱 원료로 만든 소재를 사용했습니다.
i8의 핵심은 e드라이브 시스템입니다. 트윈파워 터보 3기통 엔진의 최고출력은 231마력, 최대토크는 32.7kg・m입니다. 배기량은 1.5L로 적지만 1L당 154마력에 이르는 높은 출력비를 실현했죠. 전기모터의 출력과 토크는 131마력과 25.5kg・m입니다. 두 동력원이 결합해 362마력의 힘을 내고, 각각 앞뒤 구동을 담당해 사륜구동 시스템을 완성합니다. i8은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4.4초 만에 가속하는 탁월한 가속력을 자랑하죠. 전기모터만으로도 시속 120km까지 속도를 올리고, 35km(유럽 기준)를 달릴 수 있습니다. 주행 거리는 500km(유럽 기준)에 이릅니다.
i8은 2014년 출시되었고 2017년 로드스터 모델이 추가된 후 2020년 단종되었습니다. 6년여 동안 팔린 대수는 2만 대가 넘습니다. PHEV 스포츠카 중에서 가장 많이 팔렸고, 단종 당시 하이브리드 스포츠카 분야에서 절반 넘는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i8은 단종되었지만 하이브리드 스포츠카를 대표하는 모델로 기억됩니다. 자동차 분야의 큰 전환점을 이룬 모델인 만큼 대표 모델 자격이 충분하죠. i8이 출시된 지 아직 10년이 채 지나지 않았습니다. 역사의 한 획을 그은 모델이라는 평가를 받기에는 아직 이를지도 모르지만, <탑기어> 올해의 차 베스트 1위 결과에서 보듯 의미 깊은 차는 언제든 인정받기 마련입니다.
그만큼 i8은 전동화로 넘어가는 역사의 전환기에 걸맞은 훌륭한 업적을 남겼죠. i8에는 ‘미래 클래식’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습니다. 미래에는 한 시대를 풍미한 자동차로 인정받을 존재라는 뜻이죠. 수십 년이 지나야 얻을 클래식카라는 지위를 지금 이 시점에 이미 예약해 놓았습니다. 시간은 순서일 뿐 가치는 때를 가리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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