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배거와 투어러가 하나로, R 18 Roctane의 매력포인트

시승 통해 확연하게 느낀 R 18 Roctane의 달라진 포인트 3가지
정통 크루저의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면서도 이렇게 경쾌할 수 있다니

 

 

2020년 등장한 BMW 모토라드 R 18의 영역 확장이 심상치 않습니다. 기본형 R 18을 시작으로 R 18 Classic, R 18 B, R 18 Transcontinental까지 숨가쁘게 영역을 확장해 왔죠. 이 과정에서 인상적인 사실이 하나 있었습니다. 각각의 R 18이 보여주는 뚜렷한 개성이죠. 모두가 R 18이라는 이름을 공유하지만 성격은 판이하게 다릅니다. 스타일, 목적, 주행 감각까지 말이죠. 그래서 어떤 R 18을 타더라도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결정적으로 만족감까지 크죠.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BMW 모토라드 모델인 R18 Roctane이 등장했으니 기대가 클 수밖에 없었습니다. R 18 Roctane은 여러 부분에서 기존 R 18과 다릅니다. 당연한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모든 R 18이 그랬으니까요. 하지만 R 18 Roctane은 좀 더 특별합니다. 이런 인상은 크게 3가지 부분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디자인, 라이딩 포지션, 주행 감각에서 말이죠.

 

 

먼저 디자인입니다. R 18 Roctane의 첫 인상은 꽤 강렬합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R 18과 기본적인 디자인 틀을 공유하는 데도 말이죠. 대표적인 게 언제 어디서나 존재감이 넘치는 1,802cc 복서 엔진입니다. 거대한 엔진을 중심으로 짜여진 프레임과 연료탱크 등도 그대로입니다. 그럼에도 R 18 Roctane은 카리스마가 넘치고 강렬한 인상을 전합니다. 비결은 좀 더 공격적인 디테일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프론트에 R 18 중 가장 큰 21인치 캐스트 휠을 적용한 게 첫 번째 변화 요인이죠.

 

 

휠 하나 바뀐 게 무슨 큰 변화냐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모터사이클에서는 작은 변화 하나가 큰 결과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프론트 휠이 기존 19인치에서 2인치나 커진 것만으로도 R 18 Roctane의 전체적인 실루엣은 크게 변했습니다. 커진 프론트 휠에 맞춰 핸들바의 형상도 바뀌었습니다. 이런 변화 덕분에 R 18 Roctane은 마치 고개를 빳빳이 든 채 넘치는 자신감을 표현하는 운동 선수 같은 느낌이 짙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복서 엔진과 매니폴드, 배기구를 반짝이는 크롬으로 마무리했던 기존의 R 18들과 달리 R 18 Roctane은 모든 부분을 묵직한 다크 크롬을 적용했습니다. 그래서 전체적인 인상이 꽤나 강렬하고 거칠다는 느낌까지 받게 되는 것이죠.

 

 

이 같은 디자인 변화는 R 18 Roctane의 두 번째 차별화 포인트를 만들어냅니다. 바로 라이딩 포지션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R 18 Roctane의 자세는 공격적입니다. 앞서 잠시 언급한 핸들바의 영향이 상당합니다. 적당한 높이를 유지하면서 라이더를 향해 바짝 당겨져 R 18 Roctane을 적극적으로 조종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줍니다. 여유로운 자세를 연출해주던 기존 R 18과는 크게 달라진 모습이죠.

 

 

이런 의도는 계기판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심플한 계기판을 갖고 있던 기본형 R 18을 비롯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R 18 B와 R 18 Transcontinental까지, 지금까지 모든 R 18의 계기판은 라이더를 향해 각도를 바짝 세우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여유롭게 시트에 앉은 채 계기판을 살펴볼 수 있었죠.

 

 

그러나 R 18 Roctane은 그런 여유를 허락하지 않습니다. 적극적인 라이딩 포지션에 맞게 계기판을 과감히 헤드라이트 하우징의 일부로 이식했죠. 마치 20세기에 이름을 떨쳤던 R 75처럼 말입니다. 따라서 상체를 적극적으로 숙여야만 R 18 Roctane의 계기판을 제대로 볼 수 있습니다. 이 말은 곧, 적어도 R 18 Roctane을 탈 때만큼은 적극적인 자세로 임해야 한다는 뜻이죠.

 

 

R 18 B와 공유하는 드래그스터 스타일의 시트도 이런 자세 연출을 거듭니다. 핸들바에 두 손을 올리고 시트에 엉덩이를 깊게 파묻으면, 말 그대로 수평선을 향해 튀어나갈 것 같은 드래그스터에 올라탄 기분이 들 수밖에 없죠.

 

 

지금까지 언급한 디자인과 라이딩 포지션의 변화는 자연스럽게 R 18 Roctane만의 세 번째 차별화 포인트로 이어집니다. 바로 독특한 주행 감각이죠. 한 마디로 R 18 Roctane은 그동안 만나왔던 R 18 중에서 가장 스포티하고 경쾌합니다. 정통 크루저에서 스포티함과 경쾌함을 찾는다는 게 어불성설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R 18 Roctane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시동 버튼을 눌러 거대한 복서 엔진을 깨우고 R 18 Roctane을 일으켜 세울 때부터 가볍다는 느낌이 진하게 다가옵니다. 거대한 복서 엔진이 낮게 깔려 있고 차체 윗부분으로는 그 어떤 구조물이 없기 때문이죠.

 

 

스포티하고 경쾌한 느낌은 스로틀을 비틀어 출발하는 순간 더욱 분명해집니다. 그리고 코너에 접어든 뒤 확신으로 변하죠. 그 정도로 R 18 Roctane은 빠르고 민첩하게 코너를 돌아 나갑니다. 핸들바를 적극적으로 조작하면서 체중을 좌우로 이동하는, 스포츠 모터사이클을 탈 때와 같은 모습을 만들면서 말이죠. 또한 장거리 크루징에서도 리어쪽의 하드 사이드 케이스로 인해 편리하고 안정적인 주행 경험을 제공합니다.

 

 

R 18 시리즈의 장점 중 하나인 주행 모드를 기본인 Roll에서 Rock으로 한 단계 올리면 짜릿하기까지 합니다. 스로틀 반응 속도는 몇 배 민첩해지고 1,802cc 복서 엔진이 품은 91마력의 최고출력과 158Nm에 달하는 최대토크가 그제서야 비로소 온전히 전해지죠.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거대한 크루저를 타고 있다는 기분이 들지 않습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BMW 모토라드의 스포츠 모델을 타는 것 같죠.

 

 

어쩌면 우리는 그동안 R 18의 잠재력을 간과했을 지도 모릅니다. 클래식 모터사이클은 이래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쌓여 진가를 알아보지 못했던 것일 수 있죠. 그러나 R 18 Roctane은 다릅니다. BMW 모토라드가 마음만 먹는다면 크루즈도 스포티하고 경쾌할 수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죠. 물론 정통 크루저의 아이덴티티는 유지하면서 말입니다. 이런 독특하고 차별화된 모습만으로도 우리가 R 18 Roctane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는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