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토라드 테마 시승기]
모토라드 R 18과 봄의 남한강에서, 이거야말로 라이딩의 묘미
시동 버튼을 누르자 차체가 크게 요동칩니다. 좌우로 크르릉! 1802cc 복서엔진이 깨어나는 그 순간은 언제 느껴도 웅장하죠. 1200cc 복서엔진과도 확연히 다른 강도의 떨림이에요. 한 번 요동친 다음에도 감흥은 이어집니다. 투둑, 툭, 투둑! 좌우로 실린더 헤드가 활발하게 작동하는 느낌이 명확하게 전해지죠. 핸들바를 잡은 손에 엔진이 살아있다는 게 느껴져요.
이런 점은 공유랭 복서엔진의 감성인데, BMW 모토라드 R 18은 그 감흥을 더욱 증폭합니다. 역시 1802cc 빅 복서엔진의 위엄이죠. 이 느낌 하나만으로도 R 18은 한 번쯤 소유할 만한 모터사이클로 등극할 수 있죠. 역대 가장 거대한 복서엔진이라는 위엄. 원래 모터사이클의 원초적 쾌감은 엔진 즐기는 맛이죠. R 18은 그 지점을 제원으로도, 느낌으로도 전달합니다.
넓고 낮게 좌우로 뻗은 핸들바는 거대한 덩치를 다루기 편하게 합니다. 일반적인 크루저 핸들바보다 더 넓고 낮아요. 약간 비치바 같은 운치도 줍니다. 클래식 크루저의 감성이죠. 두 팔을 적당히 넓게 벌려 툭, 내려놓으면 R 18 핸들그립이 착, 붙습니다. 이제 출발.
클러치를 붙이면 은근히 부드럽게 나아갑니다. 공유랭 엔진의 풍성한 배기량은 막대한 토크를 보장하지만, R 18은 시작부터 과격하진 않아요. 배려한 거죠. 부드럽게, 느긋하게 크루징의 세계로 인도합니다. 출발하면 온몸을 떨리게 하던 고동도 스르륵, 잦아듭니다.
R 18은 간소화한 계기반과 핸들 클램프, 핸들바로 이어지는 전방 시야가 매력적입니다. 크루저는, 클래식은 그런 보는 재미가 있어야 하죠. R 18은 BMW 모토라드의 역사적 모델 R 5를 바탕으로 빚었어요. R 5가 크루저는 아니지만, 디자인 요소를 많이 적용했죠. 그래서인지 아메리칸 크루저와는 느낌이 사뭇 다릅니다. 독일 클래식 모터사이클의 크루저화랄까요?
달리기 시작하면 복서엔진 모터사이클다운 움직임이 돋보입니다. 덩치가 더 커졌어도, 장르가 크루저라도 낮은 무게 중심은 도드라집니다. 좌우로 슬쩍슬쩍 기울여보면 안정적이면서 매끈하게 움직이죠. 좌우로 튀어나온 거대한 실린더 헤드가 추 같은 역할로 안정감을 더합니다. 이때 넓고 낮은 핸들바는 노를 젓듯이 차체를 좌우로 움직이기 수월하게 하죠.
뱃놀이, 아니 크루징의 코스는 남한강 아래쪽을 끼고 달리는 루트입니다. 미사 지나 남종면 342번 지방도와 88번 지방도로 이어지는 길이죠. 속도보다는 길을 음미하며 달리는 강변길입니다. 딱 한국에서 크루저를 즐길 때 가장 선호하는 라이딩 방식이라고도 할 수 있어요.
그만큼 재미가 확실하다는 뜻입니다. 크루저가 장거리를 크루징하기 좋게 만든 모터사이클이지만, 사실 윈드실드가 없다면 방풍성이 떨어져요. 대신 여유롭게 달리며 경치 속으로 스미기에 크루저가 더없이 좋죠. 강변길은 보통 적당히 구불구불하고 풍광이 수려하니 알맞죠.
봄의 복판에서 달리는 강변은 꽤 드라마틱합니다. 원래 강을 낀 도로는 그 자체로 재미있지만, 봄이라서 풍광이 더욱 풍성합니다. 형형색색 꽃길이 눈을 크게 뜨게 하고, 어떤 구간은 초록이 마음을 차분하게 합니다. 모터사이클 위에선 이런 풍광이 더욱 생생해지죠.
넓고 낮은 R 18의 핸들바를 휘저으며 달리면 노를 저어 뱃놀이 하듯 강변을 즐길 수 있습니다. 19인치 앞 휠은 그 감흥을 더욱 호쾌하게 하죠. 안정적인 낮은 시트에 앉아 묵직한 차체를 하체로 움직이는 쾌감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말 그대로 온몸을 다 사용해 라이딩을 즐긴다고 할 수 있죠.
그것이야말로 모터사이클 라이딩의 묘미죠. 온몸으로 즐기게 한다니까요. 풍광 좋은 길은 시각을 자극하고, 봄의 공기는 후각을 충만하게 합니다. 스쳐가는 바람은 목덜미의 촉각을 간지럽히고, 핸들바를 잡은 손에는 엔진의 떨림이 느껴지죠. 시트에 밀착한 엉덩이, 스텝을 디디는 발도 마찬가지입니다. 균형 잡아 앞으로 나아가는 모터사이클 위에선 온몸이 즐겁죠.
여유롭게 크루징만 해도 충분하지만, 또 그렇게만 탈 순 없죠. 1802cc 빅 복서엔진이 맹렬히 돌아가는 감각을 놓치는 건 아무래도 아쉽습니다. 고속으로 계속 달릴 필요도 이유도 없지만, 찰나의 가속력은 라이딩의 별미로 만끽하기에 좋죠. 자꾸 맛보고 싶어 문제일 뿐.
R 18은 크루저로선 똘똘하게 주행모드가 있습니다. 록과 롤 그리고 레인. 레인이야 비 내릴 때 안전하게 운전하도록 출력을 낮춘 모드니 쓸 일은 적죠. 록과 롤을 주로 사용할 겁니다. 록은 일반적으로 스포츠, 롤은 로드 정도로 이해하면 됩니다. 그러니까 달릴 땐 로큰롤!
BMW 모토라드의 재치가 읽혀서 재밌지 않나요? 크루저는 감성적인 장르인 만큼 주행모드 명칭에도 멋을 부렸어요. 로큰롤처럼 신나게 달리란 얘기죠. 특히 록 모드는 꽤 박진감 넘칩니다. 1802cc 빅 복서엔진이 흥분 상태에 돌입해 언제고 맹렬하게 돌 준비를 하죠.
록 모드에선 노도 같은 토크를 포식할 수 있고, 롤 모드에선 부드러운 크루징을 음미할 수 있습니다. 강, 약, 강, 약으로 리듬 타며 달리면 어떤 길이라도 지루할 틈이 없죠. 로큰롤 한 곡에 맞춰 달린 기분이랄까요. 게다가 봄의 강변이라면 라이딩 배경으로 으뜸이기도 하고요.
한적한 곳에 멈춰 남한강을 보며 뜨거워진 몸을 식힙니다. 온몸을 다 써서 즐기다가 정적인 순간을 맞닥뜨리는 시간도 은근히 좋습니다. 몸으로 즐긴 모터사이클을 눈으로 즐길 시간이거든요. 크루저는 눈으로 즐기기에도 좋은 모터사이클이기도 하고요.
빅 복서엔진을 품은 실루엣은 확실히 보는 맛이 있습니다. 아메리칸 크루저와는 또 다른 독일산 크루저의 운치가 있어요. 각 파츠의 만듦새도 훌륭하고요. 노출된 샤프트 드라이브에선 누구나 감탄하게 됩니다. 크루저의 정서를 잘 반영하면서도 고유한 특징이 매력적이죠. 바바리안 크루저라는 새로운 감각을 뽐냅니다. 다른 크루저와 다르죠. 개성이 확실히 드러납니다.
R 18이 BMW 모토라드의 첫 크루저는 아닙니다. R 1200 C라는 독특한 크루저도 있었죠. 그럼에도 클래식 무드를 반영해 빚은 크루저로서 R 18은 의미가 큽니다. 헤리티지 라인업이 크루저라는 장르로 뻗어나가게 한 역할을 했죠. 클래식과 배거, 트랜스 컨티넨탈 같은 형제 모델의 바탕이 되기도 했고요.
무엇보다 R 18은 BMW 모토라드가 만든 크루저답게 안전, 편의장치가 두둑해요. 안정적으로 트랙션을 확보하는 ASC, 과도한 엔진 브레이크로 뒷바퀴가 잠기는 것을 방지하는 MSR, 오르막길에서 출발을 돕는 HSC 같은 편의장치를 이름깨나 나가는 다른 크루저에서는 보기 힘들거든요. 심지어 후진 모드도 있어요. R 18의 경쟁 모델에는 오직 ABS만 있거나, 있더라도 최상위 모델만 있으니 안전, 편의장치 수준이 확 차이나죠. 감성을 자극하는 크루저라도 안전 기술의 선구자 BMW 모토라드가 만들면 이렇게 다릅니다.
R 18과 함께한 이번 라이딩은 한 마디로, 오감 만족! 봄의 강변에서 R 18을 타고 달리면 누구나 느낄 감정이지 않을까요? 돌아갈 길도 그럴 것이기에 흐뭇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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