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i7 제시한 ‘럭셔리 전기차’의 새로운 기준
자동차 세상의 패러다임이 크게 변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자동차 리딩 메이커들도 덩달아 분주해졌습니다. 자칫 타이밍을 놓치면 내연기관에서 쌓은 명성을 이어가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프리미엄’ 또는 ‘럭셔리’라는 수식어를 훈장처럼 달고 다녔던 브랜드들일수록 고민은 더 커졌습니다. ‘럭셔리’를 담아낼 수 있는 요소들이 전기차에서는 크게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후발주자들이 쉽게 따라갈 수 없는 럭셔리 헤리티지의 영역이 파워트레인에 집중돼 있었는데, 전기차 시대에는 ‘내연기관 파워트레인’이 완전히 배제됩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100년 넘게 쌓은 헤리티지를 리셋하고 동등한 조건에서 새 출발을 해야 한다는 게 프리미엄 브랜드들의 고민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주목할 만한 일이 생겼습니다. BMW의 순수 전기차 i7이 한국자동차전문기자협회가 주최하는 ‘2023 대한민국 올해의 차’에서 ‘올해의 전기 세단’ 상을 받았습니다. 단순히 한 부문의 타이틀을 얻었다는 의미보다 ‘럭셔리 전기차’의 새로운 기준을 만든 BMW i7의 가치를 인정받았는데 더 방점을 찍을 수 있겠습니다.
▲ BMW i7, 쟁쟁한 경쟁자를 가볍게 제치다
올해의 전기 세단 부문에선 i7을 비롯해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6, 메르세데스-벤츠 더 뉴 EQE가 경합을 펼쳤습니다. 쟁쟁한 후보들이죠. EQE는 재작년에 출시된 플래그십 EQS의 뒤를 이어 ‘올해의 전기 세단’ 2연패를 노리고 있었고, 아이오닉 6는 현대차의 첫 번째 전기차 성공작 아이오닉 5(크로스오버)의 후광을 업고 세단에서도 명성을 이어가겠다는 각오로 경쟁에 나섰지요.
세 후보는 지난 1월 17일, 경기도 포천시 관인면 중리에 있는 자동차 경주장, ‘포천 레이스웨이’에 모였습니다. 일명 실차 테스트라는 행사를 위해서였죠. 심사를 맡은 자동차 전문기자들은 세 후보를 번갈아 타며 마무리 점검을 했어요. 행사 직전에 경기 북부에 큰 눈이 내리는 바람에 레이스웨이 서킷에는 주행을 못하고, 주변 공도에서 테스트 드라이빙을 했습니다. 심사위원들은 각 브랜드가 주최한 시승행사에 모두 참가했기 때문에 이미 세 후보차에 대해서 속속들이 알고 있었어요. 비교 평가장에서 마지막 결심만 하는 절차를 남기고 있었죠.
깐깐하기로 소문난 한국자동차전문기자협회 회원들은 올해의 전기 세단으로 BMW i7을 선택하는데 주저함이 없었습니다. ‘전기차에서의 럭셔리’를 그 어느 브랜드보다 앞서 실현한 i7이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부문별 상을 수상한 차는 자동적으로 ‘왕중왕’격인 ‘올해의 차’ 후보에 올라 좀 더 정밀한 심사를 받았는데요. i7은 ‘올해의 차’ 경쟁에서 간발의 차이로 2위에 올랐습니다.
▲ 전기차는 어떤 요소를 자랑해야 할까?
내연기관 대비, 부품이 절반 가까이 줄어드는 전기차는 독보적인 기술을 뽐내기도 쉽지 않습니다. 핵심 부품인 배터리는 전문 배터리 제조사에 의존하고 있고, 동력을 만들어내는 전기모터도 특정 브랜드가 독보적인 실력을 갖고 있다 하기에는 너무 보편적인 기술입니다.
BMW는 고민하는 그들에게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어요. 바로 움직이는 엔터테인먼트 공간입니다. 미래 자동차가 ‘이동형 안방’이 될 것이라고 예견한 사람들은 많았지만, 실제 행동에 들어간 이들은 드뭅니다. 그 어려운 결심을 BMW가 해냅니다.
엔터테인먼트 공간은 디스플레이와 사운드 시스템, 그리고 콘텐츠를 공급받는 통로인 모바일 네트워크로 구성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전제가 있습니다. 콘텐츠에 집중할 수 있는 쾌적한 환경입니다.
▲ 정숙한 내연기관, 그 위에 전기차
BMW i7의 정숙한 주행감각을 말하기 전에 내연기관 7시리즈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BMW 전시장에서 7시리즈를 시승할 기회를 갖게 된다면 내연기관 7시리즈를 먼저 경험하기를 추천합니다. 그 경험을 기억한 채 i7을 시승해보면 왜 ‘전기차 럭셔리의 자격’을 강조하는지 쉽게 알 수 있을 겁니다.
내연기관 7시리즈의 스펙을 먼저 알아볼게요. 이번에 새로 나온 7세대 7시리즈의 전장은 5,390mm입니다. 종전 세대의 롱휠베이스 모델보다 전장이 130mm가 더 길어요. 럭셔리 모델의 정점을 찍겠다는 듯, 작정하고 ‘옥상옥’을 만들었어요.
승차감을 좌우하는 서스펜션에는 어댑티브 2-축 에어 서스펜션이 전 모델에 기본으로 들어갔어요. 속도와 주행 모드에 따라 스스로 차량의 높이를 최적화하는 똑똑한 서스펜션입니다.
그런데 전기차인 i7 xDrive60 모델에는 ‘이그제큐티브 드라이브 프로’라는 기능이 더 들어가요. 아무래도 무거운 배터리가 바닥에 깔려 있기 때문이겠죠? 이 시스템은 주행 중 차체의 기울어짐을 능동적으로 제어합니다. 서스펜션에 별도 48V 전기모터를 달아놓고, 좌우측 바퀴가 불규칙하게 움직일 때마다 차체 기울어짐을 억제하도록 해 놨어요. 주행이 더 안정적이겠죠?
7시리즈의 실내는 기본적으로 프리미엄 라운지를 지향했습니다. 방송국 스튜디오 시설에 가 보면 외부의 소음과 단절된 두툼한 방음문이 인상적이잖아요? 7시리즈 차문을 열었을 때도 그런 느낌이 납니다. 뒷좌석은 비행기 1등석을 연상시키는 ‘이그제큐티브 라운지’가 펼쳐집니다.
내연기관 7시리즈만 타 봐도 럭셔리 클래스의 정숙함은 충분히 느껴집니다. 그런데 전기차인 i7으로 가면, 최소한으로 들리던 엔진음마저 뚝 끊겨 버립니다. 엔터테인먼트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으로는 이보다 더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이제 엔터테인먼트의 구성요소로 접근할 수 있는 준비가 끝났습니다.
▲ 이동형 극장, 안방보다 편하다
디스플레이로는 ‘BMW 시어터 스크린’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뒷좌석에 앉아 문짝에 달린 터치 커맨드를 활성화하면 천장에서 거대한, 정말 거대한 스크린이 내려옵니다. 연예인들이 주로 이용한다는 대형 밴을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 같습니다. 세계 최초의 차량용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이라 자부하는 BMW 시어터 스크린은 32:9 비율의 31.3인치 파노라믹 디스플레이입니다. 거리가 가까운 만큼 눈이 느끼는 크기는 그야말로 압도적입니다.
콘텐츠 수급도 중요하죠. 옛날처럼 CD 플레이로 영상을 돌릴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콘텐츠는 모바일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무한 공급됩니다. 넷플릭스나 유튜브 등의 OTT 플랫폼을 차량 내에서 자유자재로 쓸 수 있고, HDMI로 연결하면 외부기기 콘텐츠도 재생할 수 있습니다. 해상도는 최대 8K를 지원합니다.
음향도 알아봐야겠죠? i7에는 4D 사운드로 입체감과 몰입감을 극대화하는 바워스 & 윌킨스 다이아몬드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이 기본으로 들어가 있습니다. 헤드레스트 내장 스피커와 시트 익사이터를 포함해 35개의 스피커가 최대 1,965W의 출력을 냅니다.
차가 너무 조용해서 달리는 기분도 못 내면 안 되겠죠? i7에는 전기차 전용 사운드인 BMW 아이코닉 사운드 일렉트릭을 활성화할 수 있습니다. BMW 그룹이 세계적인 영화음악 작곡가 한스 짐머와 함께 개발한 사운드 일렉트릭은 주행 모드에 따라 미래적이면서도 웅장한 사운드를 냅니다. 맛깔나게 달리는 재미는 덤이죠.
▲ BMW 전기차의 월등한 달리기 실력
전기차의 달리기 실력은 이미 정평이 나 있습니다. 발진과 동시에 최대토크를 만들어 내는 전기 모터의 특성이 i7에도 잘 녹아 있습니다. i7 xDrive60은 2개의 전기모터로 최고출력 544마력을 발휘하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4.7초만에 달려갑니다. 액추에이터 휠 슬립 제한장치(ARB)가 포함된 전기 사륜구동 시스템은 xDrive의 명성을 이어갑니다. 높은 에너지 밀도를 갖춘 105.7kWh 고전압 배터리를 장착해 1회 충전 주행거리는 복합 438km에 이릅니다.
부분 자율주행 기능도 빠짐없이 탑재되어 있습니다. 최대 300m 거리를 인식하는 장거리 레이더, 30개 이상의 초음파 및 레이더 센서, 그리고 차량용 카메라로 구성된 진보된 운전자 보조 시스템이 7시리즈에 탑재돼 있습니다. 스탑 앤 고 기능이 포함된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로 유지 보조 기능, 그리고 차선 변경 보조 기능은 이제 따로 설명할 필요도 없습니다.
BMW가 자랑하는 파킹 어시스턴트 프로페셔널도 기본 사양입니다. 최대 200m까지 후진 조향을 보조하는 후진 어시스턴트와 함께 주행 중 주변 상황을 실시간으로 저장하는 BMW 드라이브 레코더 기능, 스마트폰 앱을 통해 차량을 원격으로 주차/출차 할 수 있는 리모트 컨트롤 파킹 기능이 포함됩니다.
뉴 7시리즈에는 최대 200m까지 저장된 구간을 자동으로 주행하는 메뉴버링 어시스턴트(Manoeuvre Assistant)도 새로 들어갔습니다. 특정 지점에서 가속, 제동, 조향, 그리고 기어 설정에 이르기까지 이동 수행에 필요한 모든 작업을 학습해 자동으로 실행하는 운전자 보조 기능입니다. 지정된 주차 장소나 자주 이용하는 이동 경로를 미리 저장하면 차를 운전기사처럼 부릴 수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이 정도 상품성이라면 럭셔리를 리딩하는 모델이라고 확신할 수 있겠죠? ‘올해의 전기 세단’으로 선정된 BMW i7이 ‘럭셔리 전기차’의 새로운 기준이라고 말할 수 있는 명확한 근거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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