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함으로서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는 BMW 7시리즈
플래그십이라는 단어는 은근히 익숙합니다. 자동차 뉴스에 심심치 않게 나오죠. 가장 크고 좋은 차를 플래그십이라고 부릅니다. 플래그십은 자동차뿐만 아니라 휴대전화를 비롯해 여러 제품 분야에도 사용하는 단어입니다. 플래그십 스토어라는 말에서 짐작하듯이 서비스나 매장에도 적용하죠.
플래그십은 깃발을 뜻하는 ‘flag’와 배를 가리키는 ‘ship’을 합친 단어입니다. 기함(旗艦)이라고도 하죠. 둘 다 ‘깃발 달린 배’라는 같은 뜻입니다. 아시는 분들은 기함이 함대를 이끄는 배라는 내용이 떠오를 겁니다. 함대를 이끄는 배처럼 브랜드를 대표하는 가장 우수한 제품이 기함인 거죠.
기함의 기원은 어떤 배일까요? 세계 최초로 깃발을 달고 함대를 이끈 배에 관한 기록이 명확하게 남아 있지는 않습니다. 기함이라는 말은 군함 외에 탐험선이나 상선 무리를 이끄는 배에도 쓰입니다. 배의 무리를 이끄는 배를 뜻하기에 기함은 배의 역사와 함께한다고 볼 수 있겠죠. 탐험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탐험할 때 세 척의 배를 이끌고 갔습니다. 그때 산타마리아호가 기함으로써 선단을 이끌었죠. 크루즈 회사가 소유한 여러 배 중에서 가장 큰 배도 기함이라고 합니다.
배의 종류와 무관하게 기함이라는 말을 적용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해군 함대에 주로 사용합니다. 예로부터 기함은 선두에서 함대를 지휘하고 전투를 이끌었습니다. 멋있어 보이지만 그만큼 적에게 쉽게 노출되는 위험한 위치죠. 중요한 지휘관이 타고 있어서 침몰하면 전력에 큰 타격을 받습니다. 게다가 적에 노출되는 위험을 무릅쓰고 선두에 나서는 환경을 고려해 기함은 최신 기술을 적용해서 크고 튼튼하게 만들고 다양하게 무장합니다. 기함이라고 해서 함대에서 가장 크지는 않습니다. 지휘에 목적을 둬서 큰 배보다 작고 빠른 배를 기함으로 쓰기도 하죠. 아예 지휘 전용 기함을 만들기도 하고요.
세계 역사에서 유명한 기함으로는 영국 군함 HMS 빅토리를 꼽습니다. 1759년 진수가 이뤄지고 1778년에 취역한 군함이죠. 1805년 트라팔가르 해전 때 호레이쇼 넬슨 제독의 기함으로 큰 공을 세웠습니다. 세계 해군 역사에서 이순신 장군이 활약한 조선 수군을 빼놓을 수 없죠. 조선 함대의 기함은 좌선 또는 상전선이라고 불렀는데 가장 큰 판옥선이 기함 역할을 맡았습니다. 국방 기술이 발달한 현대 시대에도 첨단 기술로 무장한 다양한 기함이 활동합니다.
함대를 이끄는 배 정도로만 알았던 기함에는 알고 보면 깊은 역사와 흥미로운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자동차의 기함도 마찬가지입니다. 단순히 브랜드에서 크고 좋은 차라는 지위에 그치지 않죠. 브랜드의 역사와 기술과 권위 등 다양한 요소가 응축 되어있는 차가 기함입니다. BMW의 기함 7시리즈를 볼까요?
BMW 라인업은 매우 다양하죠. 세단은 1~8시리즈, SUV는 X1~X7로 나뉩니다. 차종에 따라 구분하면 세단의 기함은 7시리즈, SUV의 기함은 X7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해군도 함대가 여럿이면 각각 기함이 있듯이 BMW 브랜드 안에서도 나뉜다고 봐야죠. 그렇지만 브랜드를 통합했을 때 기함은 7시리즈입니다. 아직도 최고급차는 세단으로 여기는 자동차 시장 인식과 가격대를 근거를 바탕으로 말이죠.
시대 흐름에 맞게 기함으로서 7시리즈가 커버하는 영역도 넓어졌습니다. BMW에는 전기차만 모아 놓은 i 라인업이 있습니다. i 라인업의 기함은 7시리즈의 전기차 모델인 i7입니다. BMW는 특이하게 내연기관 7시리즈와 전기차 i7이 같은 플랫폼을 공유합니다. 그만큼 엔진 타입과 무관하게 이번에 새롭게 내놓은 7시리즈에 대한 확신이 넘친다는 거겠죠. 이번 7시리즈는 브랜드 전체를 아우르는 기함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할 것입니다.
함대에서 기함의 역할은 전투와 지휘입니다. 7시리즈 역시 BMW의 다른 모델을 지휘하는 역할을 하죠. 새로운 디자인이나 첨단 기술을 7시리즈에 먼저 도입한 후 점차 아랫급으로 적용해 나갑니다. 함대의 기함처럼 전투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군용차도 아닌데 무슨 전투냐고요? 자동차 세계에선 경쟁이 곧 전투입니다. 경쟁 업체의 기함보다 앞서는 것이 전투에서 이기는 거죠. 고급스러운 면모나 혁신 기술에서 앞선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7시리즈는 세대가 바뀔 때마다 혁신적인 요소를 내세웁니다. 곧 국내에 출시되는 신형 7시리즈는 크리스탈 헤드라이트 아이코닉 글로우를 적용한 파격적인 앞모습, 커다란 디스플레이를 뒷좌석에 배치한 시어터 스크린 등 차별화된 강점이 돋보입니다.
기함은 전통과 명성이 뒤따라야 합니다. 유명한 해전에서 승리를 거두거나 명장이 공을 세우는 데 큰 역할을 해낸 기함이 역사에 길이 남듯이 말이죠. 7시리즈는 1977년에 처음 선보여 45년을 이어오며 현재 7세대에 이르렀습니다. 세대별로 시대를 앞선 기술과 고급스러운 면모로 호평받았죠. 특히 2001년에 선보인 4세대는 대형 세단은 물론 기존 자동차의 틀을 깨는 디자인과 i드라이브라는 혁신적인 기능 제어 방식을 선보이며 시장의 트렌드를 바꿔놓는 기함다운 혁신을 주도했습니다.
기술이 빠르게 발달하고 경쟁이 치열해지는 요즘 같은 때는 기함의 역할이 더 중요합니다. 경쟁에 앞서고 비전을 향해 이끌어야 하니까요. 함대를 이끌어온 기함의 역사는 시대 배경이 달라졌을 뿐 계속해서 이어집니다. 자동차 기함 또한 마찬가지죠. 전동화가 이뤄지는 등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도 7시리즈는 기함으로서 역할을 다합니다. 시대가 바뀌어도 누군가는 선두에서 이끌어가는 역할을 이어가야 합니다. 7시리즈는 기함으로서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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