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시리즈를 통해 알아보는 BMW 키드니 그릴 디자인의 변화
자동차 그릴 중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고 식별성이 좋은 것을 꼽으라면, 단연 BMW 키드니 그릴입니다. 두 개의 구멍이 좌우로 짝을 이룬 모양이 ‘콩팥(kidney)’을 닮아서 키드니 그릴이라고 부르죠. 1933년 303 모델에 처음 선보인 키드니 그릴은 이후 90년 넘게 BMW에서 나오는 모든 모델의 앞부분을 지키고 있습니다. 그릴만 봐도 BMW 모델인지 바로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유명하죠.
키드니 그릴이 1세기에 가까운 기간 동안 장수하는 비결의 하나는 ‘유연한 변화’입니다. 기본 정체성은 유지하면서 모델, 차급, 차체 형태, 크기, 트렌드 등 다양한 요소에 따라 변화하며 최적의 모습으로 진화해 왔죠.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자동차 디자인에 녹아 들어 친근하면서도 인상적인 정체성을 드러냅니다.
키드니 그릴은 어떤 변화를 거치면서 현재에 이르렀을까요? 오랜 역사 동안 수많은 키드니 그릴이 나와서 일일이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전반적인 흐름을 알 방법은 있습니다. 브랜드를 대표하는 동시에 장수하는 모델을 보면 되죠. 이번에는 1972년 선보여 현재 8세대까지 나온 5시리즈를 예로 들어 키드니 그릴 디자인의 변화를 알아보려고 합니다.
◆ 1세대(1972~1981) - 콤팩트한 세로 직사각형의 결합
BMW 1세대 5시리즈의 키드니 그릴은 작은 세로 직사각형 두 개가 모인 형태입니다. 그릴 전체 모양은 정사각형에 가깝죠. 현재 모델의 그릴과 비교하면 작은 편입니다. 크기는 작지만 전면부 한가운데 박혀 있어서 존재감은 강렬하죠. 좌우 두 개씩 있는 헤드라이트 사이에 그릴 구멍 두 개가 자리 잡아 대칭적인 균형을 이룹니다. 동그란 헤드라이트와 사각형 그릴이 대비를 이뤄 간결하면서도 단조롭지 않은 조화를 이룹니다.
◆ 2세대(1981~1988) - 가로로 살짝 길어진 분리형
전반전인 분위기는 1세대와 비슷하지만 디테일한 면에서 여러 부분이 바뀌었습니다. 세로 직사각형의 결합은 동일하지만 가로로 살짝 길어지고, 살짝 곡면이던 위아래 라인이 직선으로 바뀌었습니다. 이것만으로도 분위기가 사뭇 다르죠. 보닛 위로 튀어나오고 범퍼를 파고들었던 이전과 달리, 보닛에 살짝 걸치고 범퍼 라인과 맞닿는 식으로 변했습니다. 좀 더 단정하고 세련된 분위기를 풍기죠. 결정적인 변화는 하나로 붙어 있던 양쪽 구멍이 분리된 것입니다. 이후 쭉 분리형으로 이어가니 큰 전환점을 이뤘다고 할 수 있죠.
◆ 3세대(1988~1996) - 정사각형의 결합과 표현 방식의 변화
3세대의 전면부는 현대적으로 바뀝니다. 범퍼에 있던 방향지시등이 헤드라이트 옆으로 붙고, 키드니 그릴 옆으로 차체와 동일한 색상의 테두리가 생겼죠. 이전의 가느다란 크롬 테두리가 차체 색상과 동일한 두툼한 테두리로 바뀌면서 키드니 그릴이 더 눈에 확 들어옵니다. 그릴의 한쪽이 거의 정사각형 모양으로 바뀌면서 두 개 합쳐서 가로로 긴 직사각형이 되었습니다. 양쪽의 헤드라이트 두 개와 키드니 그릴이 거의 비슷한 면적을 차지하며 3등분 위치에 자리 잡아 전면부의 균형감이 돋보입니다.
◆ 4세대(1995~2003) - 가로로 길어지는 전환점과 형태 변화의 태동
4세대의 전면부는 좀 더 간결하고 세련되게 바뀝니다. 헤드라이트에 커버가 생기고, 1~3세대에 걸쳐 전면부의 배경이 되던 검은색 틀이 사라졌죠. 대신 보닛이 그릴 자리까지 연결되고 그곳에 키드니 그릴이 생겼습니다. 키드니 그릴의 위치는 이전과 비슷하지만 보닛의 일부처럼 보이게 되면서 색다른 감성을 전합니다. 한쪽 구멍이 가로로 살짝 길어지고 네 개의 꼭짓점이 살짝 둥그레지면서 인상도 살짝 부드러워졌죠. 구멍의 아래쪽보다 위쪽이 살짝 길어지면서 정사각형에서 탈피하는 변화도 눈여겨볼 부분입니다.
◆ 5세대(2003~2009) - 면적은 넓어지고 둥그런 곡선 강조
5세대는 디자인의 혁신이라고 할 정도로 파격적이고 급격한 변화를 겪습니다. 이전의 틀과 요소를 완전히 뒤엎는 천지개벽 수준으로 달라졌죠. 키드니 그릴도 가로로 눈에 띄게 길어지고 둥그런 날개 모양으로 바뀝니다. 전면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이전보다 눈에 띄게 커졌죠. 구멍 안에 검은색 세로선으로 채운 이전과 달리 세로 선에 크롬 장식을 더해 좀 더 고급스럽고 화려한 면모도 더했습니다.
◆ 6세대(2010~2016) - 더 커지고 당당해진 존재감
5세대의 전면부는 경사진 형태여서 날렵한 느낌이 강하고, 6세대는 수직으로 서 있어서 당당해 보이죠. 전면부의 차이는 키드니 그릴에도 이어집니다. 6세대의 키드니 그릴은 더 커진 데다가 수직으로 서 있어서 그릴 자체의 면적이 넓어 보이고 존재감이 더 강하게 드러납니다. 5세대의 곡선을 강조해 타원 형태에 가까운 그릴이 6세대 들어서는 곡선을 살리되 형태는 사각형스럽게 바뀌었습니다. 럭셔리 중형 세단다운 차분하고 진중한 분위기가 그릴에서 배어 나옵니다.
◆ 7세대(2017~2023) - 전면부에서 영역 확장과 뚜렷한 테두리
이전까지 헤드램프와 키드니 그릴 사이에 있던 공간이 7세대에서 사라졌습니다. 헤드램프와 그릴이 연결된 거죠. 그만큼 키드니 그릴이 좌우로 확장되어서 전면부에서 차지하는 면적이 넓어졌습니다. 키드니 그릴을 감싸는 크롬 테두리도 더 두꺼워져서 그릴의 형태가 더 선명하게 부각됩니다.
7세대에서는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면서 키드니 그릴에 중대한 변화가 생깁니다. 이전까지 좌우가 독립적으로 분리되어 있던 두 구멍이 연결되었습니다. 1세대 때와 같은 구성이죠. 페이스리프트 전 꼭짓점이 5개이던 형태는 8개로 늘어나서 곡선 형태에 미세하게 각이 잡혔습니다.
◆ 8세대(2023~) - 역대 최대 크기와 다각형화
8세대의 그릴은 위아래로 길어져서 더 커졌습니다. 5시리즈 역대 최고 크기죠. 전 세대에서 다각형화가 미세하게 이뤄졌다면, 8세대는 각이 선명해져서 본격적인 다각형처럼 보입니다. 차체에 각과 날이 서 있는 디자인 기조가 키드니 그릴에도 이어지죠. 그릴 테두리에 불이 들어오는 아이코닉 글로우도 큰 변화입니다. 존재를 드러내는 표현법에 새로운 방식을 도입한 거죠. 전기차 i5의 등장도 키드니 그릴의 새로운 시대를 엽니다. 형태는 내연기관 그릴과 동일하지만 구멍이 막혀 있어서 분위기가 색다릅니다.
최근 BMW는 ‘파워 오브 초이스’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파워트레인을 다양화해서 라인업의 선택지를 늘리는 거죠. 내연기관 외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 등 동력원을 확장하고 출력을 세분화해 종류를 다양화합니다. 파워트레인이 달라지면 성능의 정도나 구현 방식에 따라 디자인과 기능도 변할 수밖에 없습니다. i5만 봐도 일반형인 eDrive40과 고성능인 M60의 그릴이 다르죠. 한 세대 안에서도 그릴의 모양이 바뀝니다. 그만큼 취향과 목적에 맞는 그릴 디자인을 고를 가능성은 커집니다.
지금까지 BMW 5시리즈의 역대 그릴 디자인을 살펴봤습니다. 구멍 두 개만 뚫려 있으면 키드니 그릴인 줄 알았는데, 세대마다 각양각색의 다채로운 특징이 드러나죠. 끊임없이 변화하고 해당 모델에 맞게 진화하고 적응해온 BMW 키드니 그릴의 발달 과정을 5시리즈에서 확실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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