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MW 모델 중에서도 여유와 풍요로움의 상징으로 통하는 420i 컨버터블
수많은 자동차 장르 가운데 컨버터블은 대중적인 선택지와 거리가 있었습니다. 세단, SUV가 주를 이루는 국내 도로 환경에서는 더욱 익숙하지가 않죠. 하지만 몇 가지의 장애물만 넘어서면 새로운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장르가 바로 컨버터블입니다. 컨버터블은 마음 속 로망을 자극하는 자동차입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여유와 풍요로움을 상징하기도 하죠. 제조사의 볼륨 모델이 아님에도 오랜 시간 라인업의 한 축을 맡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얼마 전 국내 시장에 상륙한 LCI(Life Cycle Impulse) 버전의 BMW 420i 컨버터블은 국내 도로 위 형광펜 같은 존재가 됐습니다. 늘씬한 실루엣과 청량한 푸른색을 뽐내며 모든 이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을 만큼 존재감이 뚜렷하죠. 이번에 시승한 420i 컨버터블은 부분변경 모델입니다. 이전보다 정돈되고 정제된 분위기가 느껴지죠. 등장 당시부터 강렬함을 뿜어냈던 수직 형태의 키드니 그릴은 여전히 4시리즈 고유의 이미지를 나타냅니다.
전면부의 변화는 좀 더 날카롭게 다듬어진 헤드램프에 있습니다. 낮에도 선명하게 빛을 내는 주간주행등의 디자인이 바뀌었죠. 화살촉 모양으로 바뀐 주간주행등은 향후 출시될 BMW의 새로운 마스크에도 적용될 디자인입니다. 차세대 BMW의 디자인 언어를 담아낸 콘셉트카 ‘노이어 클라쎄’에서도 같은 디자인을 확인할 수 있죠. 작은 디테일의 변화지만 첫인상만큼은 새 차를 보는 듯한 느낌입니다. M 스포츠 패키지 프로가 적용된 시승차에는 어댑티브 LED 램프가 적용됐는데요. 덕분에 언제 어디서든 밝고 선명한 시야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420i 컨버터블의 하이라이트인 옆모습에서는 쿠페와 컨버터블의 아름다움을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소프트톱이 닫혀 있는 상황에서는 완벽한 쿠페의 모습으로, 톱을 열어 오픈 에어링이 가능한 모습에서는 로망을 실현시켜 줄 컨버터블의 디자인을 엿볼 수 있죠. 4시리즈 라인업은 설계 단계부터 쿠페와 컨버터블을 중심에 두고 만들어진 만큼 디자인에 대한 완벽함은 흠잡을 곳이 없습니다. 볼륨감이 넘치는 펜더와 날렵한 실루엣이 만나 완벽한 쿠페형 컨버터블의 표본이 되었죠.
LCI 버전에서 새롭게 달라진 레이저 라이트 리어램프는 420i 컨버터블의 가치를 한 단계 높여줄 중요한 요소입니다. 얇은 실이 여러 겹으로 쌓인 듯한 디테일에서 기존 램프에서는 볼 수 없었던 정교함을 엿볼 수 있는데요. 야간 주행뿐만 아니라 주간 주행에서도 존재감을 뚜렷하게 발산합니다.
직물 소재로 만들어진 전동 소프트톱은 정교한 작동뿐만 아니라 높은 편의성에서도 하드톱을 압도합니다. 과거와 달리 여러 겹으로 제작된 소프트톱은 ‘페이퍼 허니콤’이라는 친환경 소재로 기존의 단점을 모두 지워냈습니다. 동시에 작동 소음과 풍절음을 잡아낼 여러 기술을 적용해 정숙성, 보온성, 내구성 등을 모두 만족시키죠.
4시리즈부터 적용된 소프트톱은 이러한 여러 기술 덕분에 하드톱 대비 약 40% 가벼운 무게로 낮은 무게 중심, 이전보다 34리터 넓은 적재 공간(255리터)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시속 50km 이하에서는 버튼 하나로 소프트톱을 열고 닫을 수 있습니다.
420i 컨버터블의 실내는 최신 BMW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요소가 모두 적용됐습니다.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 12.3인치, 14.7인치 커브드 디스플레이에는 최신 운영체제인 BMW 오퍼레이팅 시스템 8.5(BMW Operating System 8.5)가 적용돼 스마트폰처럼 손쉬운 조작이 가능해졌죠. LCI를 통해 새롭게 적용된 D컷 스티어링 휠은 손에 잡히는 두께, 림 사이즈, 3시와 9시 방향에 모여 있는 물리 버튼 등이 운전자에게 완벽한 편의성을 제공합니다.
420i 컨버터블은 뒷좌석을 가진 4인승 컨버터블입니다. 보통 오픈 에어링이 가능한 모델은 2인승 구조를 갖는 경우가 많은데요. 420i 컨버터블은 4명이 함께 화창한 날씨에 가을바람을 맞으며 여유로운 드라이브가 가능합니다. 세단보다 여유로운 구성은 아니지만 옹졸하진 않습니다. 2열 탑승자를 위한 전용 송풍구도 갖추고 있죠. 어린 아이가 있는 가정이라면 가족 구성원 모두가 420i 컨버터블에 올라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세단 대비 큰 도어를 가진 모델 답게 안전벨트도 전동식으로 작동됩니다. 소소한 변화지만 바뀐 에어컨 송풍구 주변으로는 은은한 엠비언트 라이트가 들어와 야간 주행의 분위기를 한껏 살려주기도 하죠. 420i 컨버터블과 일반 4시리즈의 차이점이라면 에어 스카프의 유무도 빼놓을 수 없는데요. 에어 스카프는 쌀쌀한 날씨에도 오픈 에어링이 가능하도록 돕는 기능입니다. 목 뒤에서 불어오는 따뜻한 바람이 넥워머의 역할을 수행하죠.
420i 컨버터블에는 4기통 2.0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이 보닛 아래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전과 동일한 배기량과 같은 형식의 엔진이죠. 하지만 이번 LCI 버전에서는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새롭게 추가됐습니다. 더욱 엄격해지고 있는 배출가스 규제를 만족시키기 위한 방법이죠. BMW는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기술을 통해 깨끗한 내연기관을 달성하는 동시에 성능 향상도 꾀했습니다. 420i 컨버터블의 최고출력은 190마력, 최대토크는 31.6kg·m로 이전보다 최고출력은 6마력, 최대토크는 1kg.m가 향상됐죠. 더 많은 편의 장비를 실었지만 연비는 리터당 0.9km 높아졌습니다.
변속기는 BMW의 전매특허인 ZF 8단 자동변속기가 얹어집니다. 새로워진 2.0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의 궁합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데요. D세그먼트의 교과서로 불리는 3시리즈를 베이스로 하는 만큼 승차감, 핸들링, 주행성능 등은 동급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죠.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반가움은 가다 서다가 반복되는 일상 주행에서 명확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정차 시 자동으로 시동을 꺼주는 오토&스탑 기능이 진동과 소음을 유발했다면 새로워진 420i 컨버터블에선 이러한 점이 모두 사라졌죠. 모두 48V 구동되는 모터 덕분인데요. 엔진 시동을 대신 걸어주는 역할을 맡아 자연스러운 출발이 가능해졌습니다.
도로 위로 올라온 420i 컨버터블은 BMW 식구 답게 ‘Sheer Driving Pleasure(진정한 운전의 즐거움)’을 오감으로 만족시켜 주는 모델입니다. 스포츠 세단의 필수 요소인 뒷바퀴 굴림 방식은 운전자의 의도만큼 정확하게 모든 동작을 완벽히 수행하죠. 운전을 하면 할수록 차와의 소통은 더욱 선명 해집니다. 가속과 감속, 코너에 진입하는 모든 동작에서 자연스러움을 추구하죠. 어댑티브 M 서스펜션은 주행 모드에 따라 팽팽한 긴장감의 스포츠 주행부터 나긋나긋한 일상까지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포용력을 보여줍니다.
고속주행에선 독일차다운 뛰어난 안정성이 느껴지죠. 소프트톱을 열고 달리는 상황에서도 흔들림이 없습니다. 마치 유유자적 바다 위를 항해하는 요트에 가까운 주행 감각입니다. 조용하고 부드러운 4기통 엔진은 6기통의 풍성함과는 다르지만 세련되고 빠릿빠릿한 감각을 선사합니다. 그러면서도 본격적인 달리기를 원할 땐 숨겨놓은 성격을 드러내는 스타일이죠.
420i 컨버터블을 시승하면서 만족스러웠던 부분은 다양한 편의 기능이었습니다. 과거 수입차라면 성능과 스타일을 얻는 대신 양보해야 했던 부분이었죠. 그러나 420i 컨버터블을 선택한다면 양보할 필요가 없습니다. 동급 수입차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정전식 스티어링휠과 BMW의 최신 운전자 보조 시스템인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프로페셔널, 오픈 에어링의 단짝인 하만카돈 서라운드 오디오 시스템,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서라운드 카메라, M 브레이크와 레드 캘리퍼 등이 모두 기본으로 적용됐습니다.
420i 컨버터블은 3시리즈나 5시리즈처럼 대중적인 모델은 아닙니다. 선택을 위해서는 많은 허들을 넘겨야만 합니다. 그러나 하나뿐인 나만의 카라이프에서 뻔한 세단과 SUV를 탈피하고 싶다면 컨버터블은 반드시 경험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장르입니다. 나이와 경험도 상관없습니다. 4계절이 뚜렷한 국내에서 기분 좋은 바람과 우아한 드라이빙을 느낄 수 있는 모델은 4시리즈 컨버터블이 유일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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