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뉴 7시리즈 시승기] 대형세단 시장 태풍의 핵으로 떠오르나
7세대로 진화한 BMW 뉴 7시리즈는 제품 안팎으로 혁신적인 변화를 꾀했습니다. 실제로 차를 시승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수준의 소비자 경험을 발견했습니다.
자동차 업계에선 제품의 현대적 변화가 자연스러운 흐름입니다. 소비자의 눈높이가 변하고, 경쟁자가 기회를 노리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역사와 전통을 지키면서도 과감하게 변하는 제품만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오히려 역사가 길수록 변화의 폭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BMW 7시리즈가 지난 45년간, 최상위 대형 세단 자리에서 부단히 변화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그리고 이제, 완전히 새로워진 뉴 7 시리즈의 등장으로 독일 플래그십 대형 세단 시장에 태풍이 몰아칩니다. 뉴 7시리즈가 태풍의 핵(중심)을 노립니다.
코드네임 G70, 7세대 뉴 7시리즈는 외부 디자인이 크게 변화했습니다. 전체적인 모습은 BMW 그룹의 상위 브랜드인 롤스로이스처럼 더 웅장한 모습으로 진화했지요. 변화의 폭이 크기 때문에 처음 마주하면 어색해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지난 6월 한국 시장에 첫 공개 이후, 제품을 꾸준히 보면서 깨달은 것은 ‘눈에 익는 디자인’이라는 것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디자인이 자연스럽게 이해가 됩니다. 과감한 변화의 과정에 미래적인 디자인을 선택한 것이죠.
전면부 헤드라이트는 상하 두 부분으로 분리됐습니다. 위쪽은 주간주행등과 방향지시등을 담당합니다. 범퍼 좌우에 ‘ㄱ’자 형태로 들어간 BMW 크리스탈 헤드라이트 아이코닉 글로우를 선택하면 헤드라이트 불빛에 따라 내장된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탈이 반짝이며 마치 살아있는 생명처럼 생동감을 줍니다. BMW를 상징하는 키드니 그릴은 역대 7시리즈 중 가장 큰 크기입니다. 모델에 따라서 그릴 전체 외각 라인에 라이트가 들어오면서 미래형 컨셉트처럼 시선을 집중시키죠.
측면 모습은 전체적으로 깔끔한 수평 캐릭터 라인과 두꺼운 C-필러 등 대형차의 특성을 잘 유지하고 있습니다. 휠은 20인치가 기본이고, 트림이나 옵션에 따라 21인치까지 장착할 수 있습니다. 후면 모습도 간결하면서 존재감 있는 디자인을 이어갑니다. L자 디자인의 얇은 테일 램프를 위쪽에 배치하고, 범퍼 하단에 볼륨감을 줘서 차분한 모습이죠. 일부 스포츠 모델을 제외하면 테일 파이프도 눈에 보이지 않는 매립형 디자인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번 7세대 7시리즈는 특히 실내 변화에 주목할 만합니다. 앞/뒷좌석 구분 없이 첨단 기술이 대거 투입해 새로운 차원의 디지털 경험을 선사합니다. 먼저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열리고 닫히는 도어가 특징입니다. 뒷좌석도 아니고 운전석 기준에서, ‘자동으로 여닫히는 도어가 꼭 필요한가?’ 싶을 수도 있을 텐데요. 운전석을 열고 시트에 앉은 후에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자동으로 도어가 닫히는 기능은 진짜 유용한 기능입니다. 차에 탄 후에 일어나는 일련의 여러 동작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12.3인지 계기반, 14.9인치 중앙 정보 디스플레이가 하나로 연결되는 커브드 디스플레이가 달렸습니다. 운전석 중심부터 센터패시아 중앙까지 화면이 펼쳐집니다. 운전자가 오른쪽으로 눈을 살짝 돌리면 모든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전체적인 제어 방식은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로 확실하게 이전됐습니다. 이런 이유로 물리적인 버튼을 센터패시아에서 대거 삭제할 수 있었죠. 기어 레버 우측에 자동차의 모든 제어 기능의 사장 상위 기능을 물리적으로 배치했습니다. BMW i드라이브 통합 컨트롤러도 이제는 물리적인 움직임을 개선하기 보다는 다이얼 회전이나 손가락을 이용한 터치 같은 기능을 빠르고 쉽게 접근하는 쪽으로 변했습니다.
신형 7시리즈는 없는 기능을 찾는 게 어려울 만큼 다양한 편의장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동시에 리스트를 채워 넣은 수준이 아니라 모든 기능을 새롭게 발전시켜서 사용성도 향상시켰습니다. 자동차 중앙에 달린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으로 차의 각 부분을 세밀하게 제어합니다. ‘MY MODES’에서 자동차 성격을 버튼 하나로 바꿉니다. 엔진이나 변속기 같은 주행 성격뿐만이 아니라, 실내 분위기도 완전히 변합니다. 앰비언트 라이트 컬러나 뒷좌석 엔터테인먼트 기능에 집중, 혹은 느긋한 주행과 따듯한 실내 분위기 연출로 공간 전체 분위기에 변화를 줍니다. 개인적으론 ‘디지털 아트’라고 불리는 현란한 분위기 연출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전에는 없었던 다양한 피처가 시선을 끕니다. 증강 현실 내비게이션은 전면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을 계기반 중앙에 띄워주며 좌/우회전 같은 경로를 화면에 직접 보여줘서 직관적입니다. 전방 카메라로 세차장 입구 주행 라인을 확인할 수 있는 ‘자동 세차장 보기’나 ‘카메라 클리닝’ 기능도 상황에 따라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BMW 앱으로 주차, 혹은 사전에 지정한 경로에 따라서 스스로 주차하는 메뉴버 어시스턴트 기능도 주목할 만합니다. 사무실에서 주차를 예로 들면, 건물 근처까지 운전한 후 자동 주차를 누르면 끝입니다. 그럼 뉴 7시리즈가 스스로 이전에 기록된 경로에 따라 주변 상황에 대응하며 주차를 마무리하죠.
뉴 7시리즈는 뒷좌석 공간과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의 강화에도 큰 공을 들였습니다. 모든 모델에 기본으로 달리는 31.3인치 BMW 시어터 스크린은 탄성이 절로 나옵니다. 천장에 붙어있다가 슬라이드 형태로 펼쳐져 내려오는 방식으로, 32:9 초 와이드 비율에 8K 해상도를 자랑합니다. 아마존 파이어 TV 및 유튜브 영상 스트리밍 같은 자체 앱을 통해 외부 디지털 컨텐츠를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비주얼 기능이 강화된 만큼 사운드 시스템도 중요해졌습니다. 시승 차였던 740i sDrive의 경우 18개 스피커 655W급, 바워스&윌킨스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을 달고 있었습니다. 사운드는 듣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평가할 수 있는 감성적인 영역입니다. 개인적인 평가로는 선명하면서도 공간감 있는 사운드 구현에 최적화된 느낌이었습니다.
뒷좌석이 풀-플랫하게 변하는 이그제큐티브 라운지 시트도 빼놓을 수 없는 특징입니다. 도어 패널에 달린 디스플레이 컨트롤에서 시트의 각도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완전히 평평해지는 모드를 선택하면 조수석이 자동으로 앞으로 밀려나면서 발 받침대가 올라옵니다. 그리고 뒷좌석 다리를 지지하는 시트가 올라오고 등받이가 살짝 누우면서 편안한 자세를 취할 수 있게 해줍니다. 완전히 눕는 게 아니라 등받이 각도를 어느 정도 유지한 것이 특징입니다. 이 부분은 혹시 모를 충돌 사고에 따른 안전 확보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주행 성능이 차를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겁니다. 현재 뉴 7시리즈는 한국에서 크게 두 가지 파워트레인으로 구분됩니다. 740i sDrive는 직렬 6기통 트윈 터보 엔진과 8단 스텝트로닉 자동변속기 조합입니다. 최고 출력 380마력, 최대 토크 55.1kg·m를 발휘합니다. 순수전기 모델인 i7 xDrive 60은 두 개의 전기모터와 높은 에너지 밀도를 갖춘 101.7kWh 고전압 배터리가 조합됩니다. BMW의 5세대 eDrive 시스템을 바탕으로 최고 출력 544마력, 최대토크 75.96kg·m를 발휘합니다.
제가 경험한 시승차는 740i sDrive M 스포츠 패키지였습니다. 이 차를 운전하는 경험은 움직이는 모든 행위가 고급스럽다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무게 2.2톤인 차체가 모든 주행 구간에서 마치 요트처럼 부드럽게 흘러갑니다. 3.0L 트원 터보 엔진의 응답성은 크게 나무랄 부분이 없습니다. 가속 페달에 힘을 주면 변속기가 빠르게 개입해서 예상보다 민첩하게 반응합니다. 터보 레그가 크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스티어링 휠 뒤, 왼쪽 레버에 부스트 버튼을 길게 누르면 10초간 순간적으로 터보가 오버부스트를 허용하며 더 빠른 가속력을 제공합니다.
아무래도 차체가 커지다보니 운전이 다소 버거울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운전 과정은 무척 편합니다. 스티어링 휠은 가볍고, 외부 시야도 좋은 편입니다. 전자제어 서스펜션도 주행 모드에 따라 확실하게 승차감을 변화시킵니다. 도로나 날씨 상황에 영향을 받으며 신경질적으로 차와 씨름할 필요가 없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든지 부드럽고, 빠르고, 꾸준하죠. 특히 고속 주행에서 감각이 훌륭합니다. 이전 모델과 비교해 개선된 부분이라고 느꼈습니다. 속도가 더 이상 오르지 않을 때까지 달려도 이런 느낌이 유지됩니다. 외부 소음 차단 능력도 탁월합니다. 종합적으로 볼 때 뉴 7시리즈는 어떤 자리든지 구분할 필요 없이 장거리 주행에 어울리는 차였습니다.
BMW 뉴 7시리즈의 변화를 안팎으로 경험해보고는 실로 대단한 성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신기술을 채워 넣는 데 급급했던 것이 아니라 모든 부분에 최적화를 이뤄냈다는 관점에서 높이 평가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BMW 자체 UI(사용자 인터페이스)가 크게 개선됐습니다. 홈 화면 위젯 배치 확장성부터, 각 애플리케이션 구동에 사용자 중심의 디테일이 녹아 있습니다. 터치스크린을 손가락으로 눌러 위아래 좌우로 움직일 때 변화하는 아이콘 모션이나 스크롤 맨 아래에서 아이콘 간격이 벌어지며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알리는 등 수치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디지털 경험이 녹아있습니다.
자체 구동되는 한국형 내비게이션도 증강 현실 내비게이션과 더해지면서 사용성이 아주 좋아졌습니다. 앞좌석 시트를 뒤로 밀면 뒷좌석 BMW 시어터 스크린이 자동으로 뒤로 밀리기도 합니다. 그러다 뒷좌석을 열고 승객이 타면 시어터 스크린이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옵니다. 이처럼 신형 7시리즈는 자동차 구석구석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연결 및 최적화에 노력을 쏟고 있습니다. 동시에 폭발적으로 늘어난 전자장비로 인해 너무 차가운 느낌이 들지 않도록 편안하고 고급스러운 공간이라는 관점에서 균형을 맞추죠. 첨단 기술을 통해 독일 대형 세단의 기준을 새롭게 제시할 만큼 발전하면서도, 제품에 따듯한 감성을 부여한 것이 이번 뉴 7시리즈를 제대로 설명하는 방법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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