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BMW가 작심하고 내놓은
‘오감만족’ 고성능 럭셔리 스포츠카, M850i
지난 5월, BMW가 M850i x드라이브 그란 쿠페를 국내에 처음 공개하자마자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가격이 겨우(?) 1억 4,000만 원 언저리로 나올 거라는 소문이 돌면서죠. 그로부터 2개월 뒤 M850i x드라이브 그란 쿠페가 1억 4,030만 원, M850i x드라이브 쿠페는 그보다 260만 원 높은 1억 4,290만 원으로 정해지며 소문은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BMW에서 ‘갓성비’라는 수식어를 사용하기에 손색없는 고성능 럭셔리 스포츠카를 내놓은 거죠. 저도 서둘러 시승하려고 했지만, 전시장에 들어오기도 전에 팔려나갈 만큼 인기가 높아 이제서야 타 볼 수 있었습니다.
본격적으로 M850i x드라이브 쿠페에 대해 얘기를 하기 전에 짤막한 옛날 얘기하나 해볼게요. 4년 전, 포르투갈에서 펼쳐진 글로벌 론칭 행사에서 BMW M 담당자들과 가졌던 인터뷰에서 기억에 남는 부분입니다.
BMW가 1990년에 내놨던 8시리즈(E31)를 거의 30년 만에 부활시키는 과정은 큰 도전이었습니다. 아이코닉한 모델을 현대식으로 재해석하는 데는 많은 변화가 필요했기 때문이죠. 차체에 흐르는 선을 보면 기존 BMW에선 볼 수 없었던 늘씬하면서도 근육질을 강조하는 라인들이 있습니다. 숄더라인이 대표적이죠. 2017년 페블비치 콩코르소 델레강스에서 선보였던 콘셉트 디자인의 상당 부분을 양산형에 반영했습니다.
4도어 럭셔리 스포츠 세단 시장에서 BMW가 차별화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일까 고민한 끝에 내린 답은 역시 운전의 재미였어요. 엔진 라인업과 차체 형태 다양화를 통해 선택의 폭도 넓혔죠. E31 8시리즈가 840Ci, 850i, 850Ci, 850CSi로 출시했듯 신형 8시리즈도 쿠페, 그란 쿠페는 물론이고 M8 컨버터블까지 내놨습니다. 어떤가요? 8시리즈에는 알고 보면 재밌는 요소들이 많이 숨어있죠?
3년이 지나 BMW는 8시리즈를 부분변경하면서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습니다. 그런 까닭에 안팎 생김새의 변화는 적습니다. 먼저 전면은 라디에이터 그릴을 조금 키우고 아이코닉 글로우 기능을 집어넣은 뒤 범퍼 아래 디테일을 손보는 선에서 마무리했습니다. 후면도 테일램프 그래픽을 바꾸는 수준에서 정리했어요. 그럼에도 한눈에 신형이라는 걸 알아채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여기에는 아이코닉 글로우가 한몫 단단히 하죠. 키락, 언락을 하거나 야간에 램프불이 켜지면 라디에이터 그릴이 파르테논 신전 조명 켜지듯 훤해집니다. 덕분에 멀리서 봐도 차의 존재감이 굉장합니다.
실내에선 더 커진 센터 디스플레이가 눈에 띕니다. 최신 BMW에 적용된, 좌우로 길게 이어붙인 거대한 디스플레이는 아니지만 보여주는 정보도 눈에 잘 들어오고 조작하는데 나무랄 데도 없습니다. 럭셔리 스포츠카를 지향하는 만큼 눈에 보이고 손으로 조작하는 부위 중에 만듦새가 부족하거나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없습니다. 심지어 실내에는 가죽 향이 엄청나게 진해 후각으로 느껴지는 만족감도 대단합니다.
트렁크도 준수합니다. 골프백 두 개는 거뜬히 넣을 수 있어요. 쿠페보다 그란 쿠페는 트렁크 용량이 20L 더 커서 세 개까지 넣을 수 있고요. 트렁크 해치 닫힐 때 실린더 작동하는 소리도 아주 작습니다. 2+2라고 볼 수 있는 쿠페 형태인 만큼 폴딩이 가능한 2열 시트는 갖췄지만, 성인이 아주 편하게 탈 정도는 아닙니다.
사실 BMW M850i는 우리나라에 없던, 아주 새로운 차입니다. 이전엔 840i, 840d, M8으로 이뤄져 있었거든요. 제원표에 가진 숫자만 살펴봐도 흥미로운 게 참 많습니다. 쿠페와 그란 쿠페 모두 4.4L V8 트윈터보 엔진을 얹어 최고출력이 무려 530마력이고 최대토크는 M8 컴페티션과 같은 76.5kgf.m에 달합니다. 제로백은 자그마치 3.9초! 물론 바로 윗모델인 M8 컴페티션은 625마력을 내지만 가격을 생각하면, 그리고 범용성을 감안하면 M850i의 매력은 극대화됩니다.
여기에 맞물린 8단 자동변속기는 시종일관 부드러운 변속감을 보여주지만, 드라이브 모드를 스포트로 바꾸는 순간 직결감 상승은 물론, 변속 시 SMG처럼 뒤통수를 시트에 부딪히는 유쾌한(!) 충격도 전합니다. 아울러 V8 트윈터보 엔진이 들려주는 풍성한 사운드는 넓은 실내를 울림통 삼아 시종일관 귀가 즐겁습니다. 바워스앤윌킨스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이 들어갔음에도, 배기음이 매우 좋아 좀처럼 음량 올리기가 쉽지 않을 정도입니다.
수치만 놓고 보면 다루기 힘들 것 같죠? 조금만 달려도 피곤할 것 같고? 하지만 웬걸요. 전자제어식 댐퍼가 들어간 어댑티브 M 서스펜션 덕에 컴포트 모드로 두고 달릴 땐 대형세단처럼 편합니다. 앞 245/35 R20, 뒤 275/30 R20의 커다란 휠타이어를 신고도 탑승자의 등과 엉덩이는 라운지 소파에 파묻힌 듯 편합니다. 일체형 스포츠 시트에서 이런 느낌을 경험할 수 있을 줄 몰랐습니다. M850i에 들어간 시트는 안락함과 몸통을 지지해주는 능력의 밸런스가 상당히 좋습니다. 허벅지 받침 길이도 충분하고, 사이드 볼스터의 조절 각도 널찍합니다. 쿠션도 빵빵하고요. 그리고 윗어깨까지 완벽하게 감싸요. 게다가 통풍기능까지 갖췄습니다. 럭셔리카니까 당연할 수도 있지요.
M850i는 댐퍼 감쇄력의 조절 폭이 커 드라이브 모드에 따라 딴딴했다가 순식간에 물러지는 등 뚜렷하게 반응합니다. 또 M x드라이브가 앞뒤 바퀴에 구동력을 나눠 차의 뒤가 빠지거나 앞 코가 말려들어 가는 상황을 위험하지 않을 수준까지 제어합니다. 상황에 따라 뒷바퀴를 안이나 바깥으로 최대 2.5도까지 꺾는 인테그럴 액티브 스티어링기술까지 들어갔는데 회전반경을 줄이는 쪽으로 느껴지기보단 고속에서 조향 시 누가 앞에서 쭉 잡아 당겨주듯이 달려 나갑니다. 빨리 달릴수록 더 잘 느껴집니다. 840i와는 다르게 액티브 롤 스태빌라이저도 들어갑니다. 스태빌라이저에 달린 작은 모터가 꼬부랑길에서 차에 롤이 발생할 때 역방향으로 회전해 롤링을 줄여줍니다. 간단히 말해서 차가 더 바닥에 달라붙어 있도록 돕는 거죠.
사실, M850i를 선택할 정도의 소비자라면 차에 대한 경험치가 상당한 경우가 대부분일 겁니다. 그만큼 취향이 확고해 기대치도 꽤 높기 마련인 경우가 많을 거고요. 그런 소비자들에게조차 M850i는 고민 없이 추천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브랜드인지도, 운전의 재미, 디자인, 편의성을 두루두루 챙겨 상대적이지 않고 절대적인 기준으로 봐도 정말 가성비 좋은 차입니다.
보통 오감이 만족스러운 차를 탈 때 참 즐거운데 다섯 가지 감각이 전부 충족되는 차는 드뭅니다. M850i x드라이브 쿠페는 글에 적은 것처럼 눈과 손, 그리고 귀와 코가 참 즐거웠어요. 그래서 지금 글을 적으며 생각을 정리해보니 참 맛있는 차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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