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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전기차에도 운전의 맛이 있을까? BMW스럽게 멋진 답을 내놓았다

[감성시승기] BMW iX50를 타고,
아이유 노래를 들으며 전남 고흥 다녀왔습니다

 

BMW i3는 내가 운전해 본 2010년대 차 중 가장 인상적인 모델 중 하나였다. 전기차는 우리 곁에 있다기보다는 미래의 산물로 느껴지던 때였다. i3는 그때 유럽 자동차 회사들이 꾸준히 주창하는 ‘새 시대의 도시형 모빌리티’ 세계관 안에 있었다. 육중하지 않은 채 늘씬하고 날렵했고, 값비싼 실내소재를 쓰지 않고도 세련된 느낌을 냈으며, 과시하는 모양새 하나 없이 BMW의 운전 질감을 보여주었다.

 

 

BMW iX50의 운전석에 앉아 어시스턴트 드라이브 모드를 켜둔 채 아이유의 숨소리까지 들려주는 바워스 앤 윌킨스 스피커가 내뿜는 소리를 들으며 마사지 시트는 ‘활력 모드’로 해둔 채 천안논산고속도로에 앉아 있다 보니 잠깐 그때 생각이 났다. BMW가 자사 전기차 모델을 i3에서 iX50으로 진화시키는 동안 세상이 많이 변했다. 전기차는 미래의 산물인 동시에 익숙한 시대의 풍경이 되었다. 전기차 전용 콘셉트를 가지고 나온 차들이 아니라, 보통 자동차에 전기차의 기술을 이식한 차들이 전기차 시장의 주류가 되었다. 이제 관건은 전기차 특유의 공학적 특성을 얼마나 매끈하게 기존 자동차에 이식하느냐인 것 같다. BMW는 이 부분에서도 BMW스럽게 멋진 답을 냈다.

 

 

iX50을 타면서 느낀 건 최신 기술이 크게 과시하는 티 없이 자연스럽게 묻어 있더라는 점이었다. 예를 들어 소리. 전기차는 내연 기관의 폭발음이 없고, 이 사실로부터 여러 가지 한계와 가능성이 만들어질 수 있다. BMW는 운전의 재미와 맛을 중요하게 여기는 회사답게 소리에도 신경을 쓴다. 가속 페달을 밟았을 때 ‘이잉~’하는 전자음의 세련미가 확연히 다르다. 동시에 소리가 나지 않으니 스피커 성능이 더 중요해진다. 바워스 앤 윌킨스의 서라운드 스피커 시스템은 차를 이동식 음악감상실로 만들어준다. 특히 운전석과 조수석에는 헤드레스트 안에 입체 스피커 유닛이 내장되어 있다. 실내가 조용한데 스피커가 가까이 있으니 미세한 소리가 잘 들릴 수밖에.

 

 

헤드레스트 뒤에서 들려오는 아이유의 또렷한 목소리는 신기한 동시에 약간의 적응이 필요한 부분이기도 했다. 전에는 헤드레스트에 스피커 유닛을 심은 차를 타본 적이 없으니까. 새로 익숙해져야 할 건 더 있었다. 승차감이나 자동차의 가속 감각 역시 보통 자동차와는 달랐다. 많이들 알다시피 전기자동차는 가속을 하자마자 최대 토크를 낼 수 있기 때문에 고성능 지향형이 아닌 전기차로도 대단한 가속감을 즐길 수 있다. BMW iX50은 어떻겠나. 무게가 2.6톤에 차고도 낮지 않은 SUV가 밟는 대로 나가는 쾌감이란 이전의 세상에는 없던 단맛 같은 것이었다. 폭발음이 없이 엄청나게 힘 세고 빠르니 크리스마스 신화에 나오는 루돌프 사슴들이 끄는 대형 썰매를 모는 기분이 들었다.

 

 

적응이 필요한 부분은 운동 성능 말고도 있었다. 충전 전력 잔량과 잔여 주행 거리. 충전 전역 잔량은 회생제동 등으로 늘어날 수도 있고 트립 컴퓨터의 실시간 계산에 따라 줄어들기도 한다. %로 표시되는 잔여 전력량이 급가속이나 과속을 하면 살짝 줄어들다가도 안정적인 정속 주행을 하면 금세 다시 오르는 재미가 있다. 완충 시 주행거리가 447km에 달하는 iX50로는 전라남도 고흥을 다녀오기에 더없이 충분했다. 게다가 고흥에는 생각보다 충전소가 많았으나 굳이 아쉬운 점을 꼽자면, 급속충전기가 더 많았으면 한다는 것? 대부분의 관공서와 소방서에 있는 충전기들은 완속충전기였다.

 

 

상용화된 뒤의 전기자동차는 약간 디카페인 커피와 비슷한 느낌이 있다. 디카페인 커피는 커피에 으레 든 카페인을 뺀 대신 커피 특유의 다양한 풍미가 보존되어 있다. BMW iX50을 며칠 타면서 디카페인 커피 생각을 했다. 디카페인 커피도 각자의 예술과 기술이 담긴 시대의 산물이다. ‘시어 드라이빙 퍼포먼스’나 ‘실키 식스 엔진’으로 유명한 BMW가 만든 전기차 역시 디카페인 커피 같은 것 아닐까. 커피를 더 자극적으로 만들어주는 카페인 같던 내연 기관은 없지만, 그만큼 더 빠르고, 더 편리하고, 더 많은 즐길거리가 있다. 거리에서 BMW iX50을 타는 사람을 보면 그의 안목에 동의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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