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충만 시승기] BMW X7 M50i,
‘이게 되나’ 싶은데 ‘이렇게도 되는구나’
종종 보는 지인 중 크게 성공한 사람이 있다. 그를 보면 신기하다. 그는 내 상식에선 불가능해 보이는 것을 원한다. 집이라 치면 번화가 한가운데의 절간같은 집을, 물건이라 치면 화려한데 간결한 걸 찾아다니고, 결국 그걸 찾거나 만든다. 아울러 그는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른 성격을 가졌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쓴다. 내 앞에서는 호기심 많고 상냥하다. 일할 때는 꼼꼼하고 차가운 업계의 신흥 거물이다. 다른 모임에서는 활발한 인적 네트워크의 중심이다. 그를 볼 때마다 이 시대의 성공을 보는 것 같다. 그에게는 보통 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게 자연스럽게 붙어 있다.
BMW X7 M50i의 운전석 위에서도 비슷한 생각이 들었다. 이 차의 스티어링 휠을 잡은 채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를 밟아 보며 고속도로와 골목길을 각자의 규정속도 안에서 달릴 때 느낌을 설명하는 말을 찾는 데는 조금 시간이 걸렸다. 단순히 고급 SUV다, 대단한 고성능 차다, 럭셔리다, 같은 개념을 넘어서는 뭔가가 있었다. 이 차가 가진 스펙이나 그 스펙을 운전자의 몸에 알려주는 각종 체감은 이 차의 일부일 뿐이었다. 가죽 시트의 감촉이나 크리스탈 기어 노브의 반사광같은 고급스러운 디테일 역시 이 차의 전부가 아니었다. 내가 느낀 감정을 요약하면 ‘되게 좋구나’를 넘는 ‘이렇게도 되는구나’에 가까웠다.
BMW X7은 지금 BMW에서 나오는 차 중 가장 큰 대형 SUV다. 대형 고급차인 만큼 공간도 운전 감각도 풍요롭다. 대형 고급차가 풍요로운 건 모든 자동차회사가 마찬가지다. 이 리그에서는 자신의 색이 어떻게 표현되는지가 중요하며, BMW의 확실한 색은 차 곳곳에서 드러난다. BMW의 풍요는 말하자면 내 발 끝으로 500마리가 넘는 말을 즉시 달려나가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발끝에 조금만 힘을 주면 최대출력 500마력이 넘는 엔진 덕에 3톤 넘는 차량이 포탄 발사처럼 튀어나간다. 그러면서도 땅에 빨판을 붙인 듯한 BMW 특유의 운전 감각은 그대로다. 전고가 1.8m가 넘고 바퀴도 22인치인 차가 어떻게 그러나 싶은데, 아까도 말했듯 요즘의 럭셔리 제품이 제공하는 감각은 ‘이게 되는구나’다. BMW X7을 몰아보면 알 수 있다.
X7의 매력은 운전석에만 있는 게 아니다. 이 차는 대형 세단 수준의 뒷좌석을 가졌다. 조수석을 앞으로 당기고 뒷좌석을 조금 뒤로 밀면 항공기 비즈니스 클래스 수준의 여유 공간이 확보된다. 다른 브랜드의 대형 세단이나 SUV도 2열 넓고 편하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BMW X7는 역시 다르다. BMW만의 매력은 1열 운전석과 2열 상석의 아주 극적인 온도차다. 주중에는 쇼퍼 드리븐, 주말에는 오너 드리븐으로 활용해도 아무 무리가 없다. 한 대의 차 안에서 이렇게 다양한 변주를 보여주고, 그 변주의 각 버전 모두가 각자 완성도가 아주 높은 차는 많지 않다.
럭셔리의 정의 중 하나는 안 되는 게 없는 것이다. 가진 게 많은 손님일수록 특수하고 역설적인 사항을 요구한다. 그리 봐도 BMW X7는 그야말로 럭셔리 카다. 이 차는 의외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요소들 때문에 더 매력적이다. 예를 들면 3열 시트가 있으니 세쌍둥이 다둥이 엄마가 아가들을 차례로 내려주고 태워줄 때도 활용할 수 있다. 5단계로 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에어 서스펜션도 온로드와 오프로드 모두에서 유용하다. 가장 낮추면 한층 거동이 날렵해지고 가장 높이면 마을버스 수준으로 시야가 올라간다. 운전석 마사지 시트 기능이 있는데 컴포트 모드로 돌리고 자율주행 옵션을 켜면 상당 부분 알아서 운전하며 연비주행까지 가능하다. 첼로 소나타를 틀든 트랩 비트를 틀든, 아니면 음악은 다 꺼버리고 폭발하는 V8 엔진 사운드에 집중하든 상관없다. 이 차는 다 해준다. 확실히 제 값을 한다.
BMW X7 M50i를 얼마간 타면서 오늘날의 성공과 럭셔리를 체감했다. 오늘날의 럭셔리는 기존의 시각과 정의로는 설명할 수 없다. BMW X7의 세계에서는 날카로운 날렵함과 마시멜로우같은 포근함을 버튼 하나로 왔다갔다할 수 있다. V8 엔진의 비현실적인 토크와 파워를 느끼다가도 뒷좌석에 누울 듯 앉으면 미니밴처럼 편안하다. 혼자든, 둘이든, 가족이든, 럭셔리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어디든 대응한다. 이 차의 가격과 크기를 생각하면 아무나 탈 수 있는 차가 아니긴 하다. 그러나 이 가격과 크기를 감당할 수 있다면 이 차는 의외로 합리적인데, 생각보다 상당히 많은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용하게, 화끈하게, 무엇이든 어떻게든 아주 수월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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