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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BMW M의 소리와 NFT, 내일로 보내는 오늘의 문화유산

[감성충만 시승기] 2022년에 M3를 탄다는 것,
그리고 그 소리가 NFT로 남았다는 것

 

BMW를 비롯한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는 본사에 자사 박물관을 운영한다. 나도 가봤다. 100여 년이 넘어가는 자동차들의 발전상을 실물로 보면 느껴지는 게 하나 있다. 대단히 발전한 동시에 본질은 변한 게 없다. 스티어링 휠을 돌리면 앞바퀴 조향이 회전하는 것, 엔진의 동력이 변속기라는 톱니바퀴 뭉치를 통해 바퀴로 전달되는 것. 말하자면 엔진 구동이라는 하나의 OS를 계속 발전시켜 가면서 100년동안 자동차라는 디바이스가 운영된 것이다. 나는 전기차 시대를 OS 변천기라 생각한다. 석유-엔진에서 전기-모터로 연료와 구동장치가 바뀌며 자동차를 둘러싼 여러 가지 개념이 변한다. 우리는 지금 실시간으로 역사의 전환기를 보고 있다.

 

 

내연 기관뿐 아니다. 이미 화학공학이나 기계공학의 산물이 모두 전자공학의 영역으로 넘어갔다. 화학의 산물이던 필름도 디지털 파일이 되었다. 음악은 LP CD 등 실물에 새겨진 정보로 유통되다 이제는 전자 신호로 스트리밍된다. 책은 말할 것도 없다. 우리가 생산하고 소비하는 모든 것들이 전자 데이터로 통합되고 있다. 우리는 늘 그랬듯 익숙한 세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대로 떠밀려가는 중이다.

 

 

2022년식 M3의 스티어링 휠을 잡았을 때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차에 관심이 있다면 BMW M의 의미를 안다. BMW 특유의 드라이빙 퍼포먼스에 폭발적인 성능까지 더한 차, 자동차 운전의 쾌감을 알려주는 차, 출퇴근길에도 느낄 수 있는 스포츠카의 힘, 트랙 코너에 차를 던질 듯 진입해도 정확하게 운전자와 함께 하는 정밀도와 반응성. 반면 나는 이 차를 내내 여유롭게 운전하고 있었다. 규정속도를 지키는 건 물론 자율주행 옵션을 켜니 전직 이종격투기 선수 출신 마사지사처럼 나긋나긋했다.

 

이 차는 그 사이사이에도 자신의 정체성을 알려주었다. 모드를 스포츠로 바꾼 후 오른발에 조금만 힘을 주면 이 차는 곧장 총알처럼 튀어나가고 바짝 당긴 활시위처럼 돌아 나간다는 걸. 드라이버의 운전 실력에 따라 레벨의 운전자에게도 최고의 재미를 줄 거라는 걸. 절정의 경지에 오른 고성능 엔진과 최첨단 전자장비가 머라이어 캐리와 휘트니 휴스턴의 보컬 대결처럼 최고의 성능을 내며 휘감긴다는 걸. M은 세대가 바뀔 때마다 매번 그 시대가 줄 수 있는 최상의 즐거움을 준다는 걸. 

 

 

2022년에 신형 M3를 모는 건 불가피하게 복잡한 감상을 주기도 한다. BMW가 아무리 황홀한 내연 기관 고성능 차를 만든다 해도 미래는 전기차로 가고 있다. BMW 역시 훌륭한 전기차를 만들었고, 2023년까지 25종의 전기차가 출시될 예정이다. 그런 상황에서 내연기관 자동차를 조종하고 이 섬세한 기계를 속속들이 알아가는 건 승마와 비슷한 일이 될 것이다. 자동차의 시대 전에는 사람들이 마차를 타거나 자기 말을 타고 다녔으니까. 내연 기관과 소통할 수 있는 시대도 얼마 안 남은 것일까.

 

내연 기관 자동차가 이 시대의 말이고 전기자동차가 미래의 자동차라면 역대 M의 엔진 소리는 말 그대로 철마의 울음소리다. BMW의 팬이라면 M의 날카로운 굉음은 소리만 들어도 안다. 그 소리 역시 자동차 산업의 미래에 맞춰 조금씩 작아지겠지만 잊혀지지는 않을 것이다. 모든 것이 사라져도 가치만은 남는다.

 

BMW는 실제로 BMW M들이 내는 까랑까랑한 소리를 NFT로 발매했다. NFT는 첨단을 걷고 있는요즘 자산계의 최고 이슈 중 하나다. 이름 그대로 대체 불가능(Non-Fungible) 토큰(Token)’이니 특정 디지털 파일을 나만의 것으로 소유한다는 개념이다. BMW는 이제 점점 줄어들고 있으며 언젠가는 사라질지도 모르는 엔진 소리를 녹음해 박제시키고, 그걸 NFT로 발행한 것이다. NFT는 세계 최대의 NFT 거래소인 오픈씨에서 입찰하고 구입할 수 있고, 각 차종별 거래 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주인공은 2003년식부터 2021년식까지 총 19종의 M이다. 이들이 직선주로에서 폭발하듯 달리거나 커브에 진입하기 위해 조금씩 속도를 줄일 때의 소리가 정밀하게 녹음되었다. 녹음될 당시의 트랙 정보, 속도 등 역시 디지털 정보로 표시되어 NFT로 발행된다. '미래가 전기로 가면서 엔진은 조용해진다. BMW M의 으르렁대는 소리는 팬들에게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 소리를 영원하게 만들었다'. M 엔진 사운드의 NFT 영상에 적혀 있는 말이다.

 

 

가끔 19세기 말에 태어나 20세기에 음원을 남긴 피아니스트들의 공연 영상을 본다. 그 피아니스트들의 공연 음원이 어딘가에 남고, 그 음원을 최대한 디지털화한 걸 이제는 쉽게 구할 수 있다. 오래 전 세상을 떠난 사람들이 남긴 바흐의 음악은 지금 꾸준히 재해석되는 바흐와는 다르다. 뭐가 더 좋고 나쁘고를 떠나 그 시대만의 것이 확연히 있다.

 

 

M의 엔진 소리도 그와 같다. BMW는 전기 시대에도 중추신경계를 파고드는 짜릿한 소리를 들려줄 것이다. 우리는 계속 그 소리가 주는 쾌감을 즐길 것이다. 그 전기음은 짜릿한 한편 M 엔진음만의 쾌감을 주지는 못할 것이다. 전자 박제가 된 M의 엔진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미래의 예민한 사람들은 엔진의 시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NFT가 된 M의 소리는 그렇게 기계 문명의 한 페이지로 남을 것이다.

 

지금 판매하는 2022 M 시리즈를 사는 배포가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시대에 이런 차를 몰고 달려 나가는 게 어떤 의미인지도 알 것이다. 그는 지금이 기계 문명의 한 막이 지는 시기임을 알고, 기계와 전기가 주는 하이브리드 쾌감을 맛본다는 특권도 알 것이다. 그런 소수의 눈 밝은 이라면 M에서 언제나 그랬듯 최고로 즐거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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