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충만 시승기] M235i 그란 쿠페,
이 느낌 아는 사람이라면 BMW를 벗어날 수 없다
“교복을 벗고 처음으로 만났던 너/그때가 너도 가끔 생각나니” BMW M235i 그란 쿠페를 타고 용산고 사거리에서 신호대기를 받는 중 윤종신의 1993년작 ‘오래 전 그날’을 틀었다. 나는 BMW라는 걸 그때쯤 처음 알았다. 초등학생이었던 나는 어른들이 듣던 윤종신의 발라드를 듣고 어른들이 보던 잡지를 종종 보다 BMW를 사진으로 봤다. 그때는 자동차마다 지금보다 더 확연한 디자인 큐가 있었고, 사진 속 BMW에는 내가 속한 세상의 물건 같지 않은 견고함과 경쾌함이 있었다. 나는 BMW를 몰아보기는 커녕 실물을 보지도 못한 채 그 실루엣을 한참 보곤 했다.
시간이 흘러 내가 서울 시내에서 신형 BMW를 몰고 있었다. 그동안 나도 BMW도 윤종신도 변했다. 윤종신은 이별시인 시기와 방송인 시기를 거쳐 음악과 방송과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동시에 하는 거물이 되었다. BMW는 그동안 100배 넘는 신장을 하며 한국 시장에 완전히 안착해 한국 도로 풍경의 일부가 되었다. 윤종신의 다양해진 행보처럼 BMW 라인업도 세분화되었다. 이제 윤종신의 사업 영역에 대해 설명이 필요하듯 M235i XDrive 그란 쿠페라는 암호같은 상품명에도 별도의 해독이 필요하다. 2는 1과 3 사이의 전륜구동 소형차 라인, M과 35i는 고성능 M 퍼포먼스 엔진이 들어갔다는 뜻이다. XDrive는 BMW의 4륜구동 시스템이다.
용어를 몰라도 차는 멀리서부터 눈에 띈다. 키드니 그릴, 공격적인 실루엣, 성능을 숨기지 않는 듯한 디테일. 차를 잘 모르는 사람이 봐도 ‘날렵하다’는 느낌이 든다. 그 느낌은 스티어링 휠을 잡은 운전대로도 이어진다. 나는 일부러 이 차를 천천히 몰았다. 일반 도로에서 굳이 큰 소리를 내며 난폭하게 운전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윤종신 노래나 들으면서 하염없이 차를 몰고 싶었다.
M235i XDrive 그란 쿠페는 그렇게 몰아도 즐거웠다. 가고, 서고, 도는 자동차의 기본기는 극한 주행에서만 드러나는 게 아니다. M235i XDrive 그란 쿠페는 나긋나긋한 안전운전 사이로도 자신의 성능을 알려준다. BMW의 자랑 빨간 대문자 M은 허명이 아니다. 내가 오른발에 힘만 주면 306마력의 엔진이 언제든 제로백 4.8초의 가속도로 1,606kg의 차체를 포탄처럼 발사시킨다. 페달을 1cm만 더 밟아도 그 느낌이 온 몸으로 올라온다. 온순한 맹수를 데리고 산책을 하는 기분이다.
BMW 특유의 운전 질감이 있다. 몰아본 사람은 안다. 고급 요트를 모는 기분도, 바퀴 달린 컴퓨터를 조작하거나 움직이는 호텔 방 속에 있는 기분도 아니다. 땅에 바짝 붙은 채 땅을 움켜쥔 듯 미끄러지는 역설적인 쾌감, 그게 BMW 기분이다. 나는 옛날 BMW를 몇 번 몰아본 적이 있다. 땅에 붙은 채 땅을 박차고 나가는, 운전자를 신나게 만드는 BMW의 질감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그대로다. 이 느낌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BMW를 벗어날 수 없다. 컴퓨팅 시스템과 8단 자동변속기의 도움을 받는 M235i Xdrive 그란 쿠페에도 물론 그 느낌이 그대로 있다.
하필 윤종신 노래를 듣던 덕에 윤종신 노래와 BMW를 비교하게 되었다. M235i Xdrive 그란 쿠페는 실로 요즘 BMW다. 전륜구동에 4단 싱글터보. 후륜구동과 ‘실키 식스’의 그때 그 BMW와 다른 스펙인 건 맞다. 그러나 잘 다듬어진 것의 즐거움은 여전하다. 윤종신 노래도 그렇다. 윤종신은 1995년 장혜진과 굿바이라는 노래를 냈다. 수줍게 고조되는 1990년대풍 분위기의 혼성 발라드다. 18년 후인 2013년 윤종신은 가수 박지윤과 굿바이를 한 번 더 출시했다. 많은 게 변했지만 노래의 감흥은 비슷하다. BMW도 같다. 계속 진보한다. 진보했으나 여전하다.
M235i Xdrive 그란 쿠페로 수도권의 길들을 규정속도로 달리며 옛날과 지금을 생각했다. 진보에 대해, 여전함에 대해, 고치고 바꿀 것에 대해. 나 자신에 대해서도 조금 생각했다. BMW와 윤종신이 성장하는 동안의 내 변화에 대해. 내가 사진으로만 BMW를 보며 동경하던 때, 내가 처음 BMW를 탔을 때, 그때 내 곁에 있던 사람들의 안부에 대해. BMW는 잘 해 온 것 같다. M235i Xdrive 그란 쿠페가 그 증거겠다. 그런 생각으로 마지막 곡을 틀었다. “다들 행복하다고/걱정 말라고/나나 잘 하라 하네.” 윤종신의 2001년작 '바다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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