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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귀족 성형’의 역대급 좋은 예를 찾으려거든 BMW X6를 보시라

[BMW X6 시승기] 얼굴 바꾸고 나온 X6,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나

 

 

소비자들의 취향이 다양해지면서 SUV 시장 역시 다변화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소형, 중형, 대형 등 크기를 불문하고 SUV를 출시해 라인업을 확장하고, 세단과 SUV의 장점을 한데 모은 크로스오버 개발에 몰두하는 상황이죠. 그 중에서도 사람들에게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SUV가 있습니다. 바로 쿠페형 SUV입니다.

 

 

쿠페형 SUV의 시작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합니다. 몇몇 브랜드들은 자신들이 원조라고 주장하고 있죠. 하지만 이 점만큼은 분명합니다. 쿠페형 SUV 시장을 폭발적으로 성장시킨 건 BMW X6라는 것입니다. BMW X6가 처음 모습을 드러낸 건 2008년죠. 당시 BMW에는 X5라는 베스트셀링 SUV가 있었습니다. 잘 만들어진 X5 플랫폼을 활용해 새로운 세그먼트를 개발했는데 그 결과물이 바로 X6입니다.

 

 

처음 X6를 본 사람들은 파격적이고 놀라운 생김새에 큰 충격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자칫 투박해 보일 수 있는 SUV를 스타일리시하게 만들어주는 디자인 요소와, X5의 장점, BMW의 주행 성능 등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X5 못지 않은 큰 성공을 거뒀죠. 1세대와 2세대 X6는 전세계적으로 약 45만 대를 판매했고, 이 같은 성공은 다른 자동차 제조사들이 쿠페형 SUV를 개발하는 계기로 작용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28일 글로벌 시장에서 X5와 함께 모습을 드러낸 2세대 X6 LCI 모델이 국내에 상륙했습니다. 이전 모델과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음에도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는데요. 장점은 그대로 살리고 단점을 살짝 손본, 일종의 귀족 성형이라고 할 수 있죠.

 

 

먼저 전면 디자인에서 새로운 헤드램프 디자인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요즘 BMW 헤드램프 디자인은 기존의 디자인 프레임에서 약간의 변형을 주는 방식을 따르고 있죠. 헥사고날 DRL 디자인에서 위 혹은 아래에 라인을 잘라내는 방식으로 변화를 주다가 이번엔 아예 위아래 모두 잘라내는 과감한 시도를 했습니다. 처음 봤을 땐 조금 낯설게 다가오기도 했지만 X6 모델 특유의 날카롭고 무게감 있는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은 물론, 옆으로 길어 보이게 하는 효과를 주고 있습니다.

 

 

키드니 그릴의 디자인은 이전과 비슷해 보이지만 범퍼 아랫부분 디자인이 새로워졌습니다. 전보다 직각 형태로 만들어져 정통 SUV 특유의 각진 실루엣을 더욱 또렷하게 만들어주죠. 시승차였던 X6 M60iM 스포츠 트림 디자인을 입었는데요. 키드니 그릴을 확장시켜놓은 듯한 검정색 공기 흡입구 디자인이 모든 것을 집어삼킬 것 같은 야성미를 뿜어내고 있습니다.

 

 

옆모습과 뒷모습 같은 경우 큰 변화는 없습니다. 이전 모델에서도 상당히 높은 디자인 완성도를 자랑하기 때문에 굳이 바꿀 필요가 없었다는 의미로 읽힙니다. 다만 M60i는 쿼드 테일 파이프를 장착한 것이 특징입니다. 덕분에 쿠페형 SUV답게 스포티한 분위기를 더 잘 살린 것 같습니다.

 

 

실내는 얼마 전 출시한 X7의 차세대 디자인을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12.3인치, 14.9인치 커브드 디스플레이가 들어갔으며 미니멀해진 센터페시아 디자인, 그리고 토글식 기어 셀럭터가 적용됐습니다. 게다가 X7에서 보았던 새로운 그래픽의 앰비언트 라이트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앰비언트 라이트나 계기판, 헤드램프 디자인까지 동일한 그래픽을 사용한 것을 보면 확실히 BMW 이번 차세대 디자인 언어는 헥사고날에서 사인(>)으로 변경된 것 같습니다.

 

 

이번 페이스리프트에서 가장 큰 변화라면 역시나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 추가입니다. M60i의 경우 기존의 M50i 라인업에서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 추가되며 변경된 모델입니다. 최고출력 530마력, 최대토크 76.5kgm로 기존과 동일합니다. 다만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더해지면서 터보차저가 충분히 흡기 압력을 높이지 못하는 영역에서 전기모터가 작동해 엔진을 보조합니다. 그러면 가속 반응을 더 치밀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죠. 게다가 연비도 개선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가 아닌가 싶네요.

 

 

역동적인 겉모습과 마찬가지로 움직임도 굉장히 경쾌합니다. 운전대도 가벼워 운전하기가 편하고 가속페달 조작에 따라 반응도 즉각적입니다. V8 엔진은 낮은 엔진 회전수에도 그 힘이 운전석까지 전달되는데요. 가속페달을 점차 강하게 밟으면 부드러웠던 반응이 폭발적으로 터져 나옵니다. 이전 X6에서 느꼈던 감각이 꽤나 살아있는 기분이었습니다. 게다가 최대토크 역시 저회전에서 터져나와 민첩하게 차를 이끄는데요. 피칭도 거의 없어 흡사 휠베이스가 짧은 차를 타고 있는 것 아닌지 착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스포티한 감각과 고급스러운 승차감을 동시에 잡기가 쉽지 않은데 X6는 그 어려울 걸 해냅니다.

 

 

또 하나의 놀라웠던 점은 코너에서 반응이었습니다. 차체가 크고 높은 SUV와 무거운 V8 엔진이 지니는 태생적인 한계가 분명해 보였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X6는 그 한계를 뛰어넘습니다. 회두성도 여느 SUV보다 빠른 편이라 일단 앞 머리를 코너에 집어넣으면 뒷바퀴가 재빨리 따라와 날카로운 코너를 매끈하게 돌아나갑니다.

 

 

이런 움직임은 X6의 여러 부분에서 기인하겠지만 무엇보다 M60i에만 있는 액티브 롤 스태빌라이저와 인티그럴 액티브 스티어링 시스템의 역할이 큽니다. 코너를 돌아나갈 때 차체 쏠림 현상을 줄이고 뒷바퀴를 조향해 빠르고 정확한 회전에 도움을 주죠. 게다가 이런 장비의 개입이 전혀 느껴지지 않고 아주 자연스럽게 움직인다는 게 특징입니다. 덕분에 급격한 코너를 달릴 때 안락하고 평온한 실내 환경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죠. 연달아 이어지는 굽잇길에서의 안정감도 돋보입니다.

 

 

X6 M60i는 엄청난 가속 성능인 민첩한 핸들링 등을 내세우지 않습니다. X6가 집중한 건 전체적인 주행 밸런스에 있는데요. 쾌적한 시야와 널찍한 공간, 손쉬운 운전, 힘이 넘치는 엔진, 걸걸한 배기음 등 어느 것 하나 모난 구석 없이 조화를 이루며 최상의 주행 감각을 선보입니다. 이런 조화 덕분에 일상과 스포츠 주행 두 가지 영역에서 두각을 보이는 게 아닐까 합니다. BMW굳이 다른 SUV와 구별하며 스포츠 액티비티 쿠페(SAC)라고 부르는 이유를 알 수 있는 부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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