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세련과 합리로 도시를 지배하는 방법, BMW iX1
BMW는 SUV를 만들지 않습니다. SAV를 만들죠. 언뜻 비슷한 단어처럼 들릴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케팅을 위해 만들어낸 단어로 느껴질 수도 있어요. 하지만 BMW를 아는 사람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차이가 있습니다. 유틸리티(Utility)와 액티비티(Activity)는 엄연히 다른 단어고 BMW는 어떤 도구로서의 다재다능함. 즉 유틸리티로서의 자동차에 만족할 줄 모르는 브랜드거든요.
BMW라면 반드시 역동적이어야 합니다. 필연적으로 재미있어야 해요. 진짜 즐거움, 조이(Joy)가 살아 있어야 합니다. SUV 대신 SAV, 유틸리티 대신 액티비티를 쓰는 이유죠. 3세대로 진화한 X1은 물론, 완전히 새로운 모델인 순수전기 스포츠 액티비티 비히클(Sports Activity Vehicle, SAV) iX1에도 그 고유한 특징들이 그대로 담겨 있어요.
iX1은 BMW가 만드는 SAV중 가장 콤팩트한 모델, X1을 기반으로 만든 순수전기차입니다. 콤팩트 SAV임에도 위풍당당한 볼륨과 디자인을 갖고 있어요. 전장은 4,500mm, 전폭은 1,835mm, 전고는 1,615mm입니다. 휠베이스는 2,690mm예요. 전 세대 X1보다 확연히 커졌습니다. 길이는 55mm, 폭은 15mm나 늘어났죠. 어떤 각도에서 감상해도 볼륨감이 풍성하게 느껴집니다. 게다가 위풍당당한 기세마저 느낄 수 있었다면 그건 iX1의 과감한 표정에서 기인한 감정일 가능성이 큽니다.
키드니 그릴의 면적과 모양을 한 번 보세요. 확실히 커졌지만 부담스럽지 않은 정도에서 균형을 잡았습니다. 헤드램프 클러스터 안에 자리를 잡고 있는 LED 주간 주행등의 모양에도 절도가 생겼어요. ‘ㄱ’자 두 개로 깔끔하게 정리했습니다. 아랫부분의 디테일들도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를 든든하게 받치고 있어요. 이 선들의 조화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어떤 건축물의 골격 같기도 합니다. 가만히 보면 서로 긴밀하게 호응하고 있죠. 매우 논리적입니다.
선들이 만들어낸 흐름 위에 과감하고 공격적인 면들이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특히 좋았던 부분은 바로 보닛이에요. ‘파워돔’이라고 하죠? 보닛 위, 가운데 부분의 면적을 유난히 도드라지게 디자인했습니다. 심상치 않은 규모예요. 보통은 ‘보닛 안에 엄청난 힘을 가진 엔진이 숨어있다’는 걸 강조하기 위한 디테일입니다. 고성능 자동차의 성능을 시각화한 거죠. 하지만 순수전기차인 iX1의 보닛에도 그런 정도의 힘을 표현했어요. 콤팩트한 차체를 가진 전기차지만 그만큼 강력하다는 뜻이죠. 자신감이자 용기이기도 합니다.
iX1은 앞차축과 뒷차축에 전기모터를 각각 하나씩 장착해 4륜구동 시스템을 갖췄습니다. 66.5kWh 리튬이온 배터리의 전력으로 이 두 개의 전기모터가 내는 힘은 무려 313마력. 최대토크는 50.4kg.m입니다. 내연기관에서는 상상도 못했던 힘이죠?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단 5.6초입니다. 그렇게 전력을 다해 달릴 때조차 이 차의 무게는 전혀 느껴지지 않아요. 기본적으로 이런 실력을 갖춘 SAV가 또 하나의 재미 요소를 숨기고 있습니다.
스티어링 휠 왼쪽에 보면 ‘BOOST’라고 쓰여 있는 빨간 글씨를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원래는 패들 시프트가 있어야 하는 자리죠. 경우에 따라 왼쪽은 시프트 다운, 오른쪽은 시프트 업을 하는 식으로 주로 씁니다. 순수전기차의 경우에는 회생제동의 정도를 설정하는 데 활용하곤 하죠. 그런데 iX1에는 왼쪽에만 이 레버가 있어요.
이 레버를 당기면 10초 동안 추가 출력을 쓸 수 있습니다. 레이싱 게임을 하는 것 같은 느낌으로 강력하게 달릴 수 있는 거죠. 약간의 재미 요소. 동심으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으로 iX1을 조금 더 즐길 수 있는 거예요. 이거야말로 콤팩트 SAV라는 장르에 맞춤으로 어울리는 기능 같았습니다. 젊고 날렵하면서도 강력한 느낌으로 약 10초 동안 도로를 지배하는 거에요. X3나 X5 정도 되는 크기의 SAV라면 이미 좀 진지하게 느껴지잖아요? 하지만 iX1이라면 괜찮은 거죠. 젊으니까요.
공인 주행 가능 거리는 310Km로 인증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 수치는 좀 박하게 측정한 것 같아요. iX1과 함께 보낸 며칠 동안의 평균 전비는 kWh 당 약 6~7Km 정도였거든요. 배터리 용량이 66.5kWh니까, 좀 냉정하게 생각해도 390Km정도는 달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마음먹고 전비주행을 하면 400Km 정도는 달릴 수 있겠죠.
이건 아마도 iX1이 제공하는 회생제동 모드 덕일 겁니다. iX1은 회생제동 정도를 메뉴에서 선택할 수 있는데, ‘어댑티브’로 설정해놓고 달리는 것을 적극적으로 권하고 싶어요. 이후에는 그냥 차를 믿고 맡기세요. 그럼 iX1이 도로 상황을 적극적으로 읽고 막힐 때는 회생제동을 최대로 조절합니다. 가다 서다 하는 상황에서는 브레이크를 밟을 필요가 없는 수준이에요. 시원하게 뚫린 길에서는 최대한 미끄러지듯 달릴 수 있게 조율합니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거의 유사한 정도의 컨트롤이죠. 똑똑하고 효율적이에요.
뒷좌석 공간도 확연히 넓어졌고 등받이는 12도까지 조절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착좌감의 정도가 달라졌어요. 그대로 장거리를 달려도 피곤하지 않을 것 같은 안락함이 생겼습니다. 이 정도 크기라면 가족과의 장거리 드라이브도 문제없을 거예요. 사실 공간이야 넓으면 넓을수록 좋죠. 자동차도 크면 클수록 여유롭게 즐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콤팩트한 차체에서만 즐길 수 있는 운동성능과 합리성을 생각하면 iX1의 공간도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BMW iX1은 전기차 시대에도 BMW가 ‘BMW 다움’을 잃지 않을 거라는 약속 같은 모델입니다. SAV를 만들 때도, 가장 콤팩트한 세그먼트를 전기차로 만들었을 때도 BMW 특유의 날카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증명이기도 해요. 널찍한 공간과 든든한 사륜구동 시스템까지 갖췄으니 공도와 험로를 가리지도 않을 겁니다. 그러니 주저 말고 경험해보세요. 흠뻑 즐겨보세요. 라이프스타일이 바뀔 겁니다. 완전히 새로워진 SAV, iX의 힘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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