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정쩡한 차 취급받던 PHEV도 BMW가 나서니 달라졌다
BMW PHEV 모델 eDrive가 대한민국 자동차 시장 지형을 바꾼다
세상의 자동차 구매자는 두 종류로 나뉜다. ‘그냥 사는 사람’과 ‘신중하게 사는 사람’이다. 둘의 차이는 고민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다. 전자는 유행 따라 무난한 대표 모델을 사고, 후자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이것저것 다 따져서 어렵게 결정을 내린다.
요즘은 전기차가 대세다. 완전히 대중화되려면 시간이 좀 더 흘러야 하지만, 현재 시점에서 차를 구매할 때 ‘전기차 사볼까?’하는 생각은 한 번씩 해본다. 그냥 사는 사람은 전기차 종류도 계속 늘어나고 타는 사람도 많아지니 불편할 일 있겠냐며 별로 고민하지 않고 산다. 신중하게 사는 사람은 심각한 고민에 빠진다. 전기차의 주행거리가 늘어나고 충전 시간이 줄어들었다고 해도 동력원이 완전히 다른 차를 사려니 심적 부담이 크다.
자동차 회사는 이런 신중한 구매자를 위해 친절하게도 중간 단계를 마련해 놓았다. 전기차로 넘어가기 전에 적응할 수 있도록 내연기관과 전기차의 중간 형태 모델을 개발했다. 그 차종이 바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다. 하이브리드는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엔진에 전기모터가 힘을 더해 연비를 높이고 오염물질 배출량을 줄인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직접 배터리를 충전하는 방식이다. 주행 여건에 맞게 하이브리드 또는 전기차처럼 달릴 수 있다.
BMW는 전동화에 적극적인 브랜드로 꼽힌다. iX를 비롯해 국내에 판매하는 전기차만 세부 모델로 따져 5종이다. PHEV 역시 현재 6종을 판매한다. 320e, 330e, 530e, 745e, X3 xDrive30e, X5 xDrive45e이고 세부 트림으로 분류하면 숫자는 더 늘어난다(국내 미판매 모델까지 합치면 BMW PHEV 차종은 더 많아진다). 세단과 SUV로 나뉘고 차급도 다양해 선택 폭이 넓다. BMW는 전기차 서브 브랜드 i와 비슷하게 PHEV에는 eDrive라는 고유한 명칭을 사용한다.
PHEV의 장점은 무엇일까? 지난해 BMW eDrive 모델 중에서 가장 많이 팔린 530e를 예를 들어 보자. 530e는 2.0L 가솔린 트윈파워 터보 엔진과 전기모터를 동력으로 사용한다. ‘2.0L 엔진이면 기본 모델급인데?’라는 생각이 들 텐데, 전기모터가 힘을 보태는 데 주목해야 한다. 엔진 184마력과 전기모터 109마력을 합쳐 전체 시스템 출력은 293마력까지 올라간다(X5와 7시리즈 PHEV는 394마력으로 더 높다). 공인 복합연비는 전기와 유류가 각각 1km에 3.5kWh와 12.4km다. 둘을 합치면 1L에 17.5km까지 뛰어오른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8g/km에 불과하다. 힘 좋고, 연비 높고, 오염 물질 배출 적고, BMW의 고유한 역동성 또한 내연기관 모델과 다를 바 없으니 장점의 집합체라 할 만하다.
자, 사실 여기까지는 일반 하이브리드의 장점과 겹친다. PHEV의 진짜 장점은 따로 있다. 바로 전기 모드 이동 거리다. 배터리를 완전히 충전한 후에 전기차처럼 전기모터로만 달리는 거리를 말하는데, 국내 판매 BMW eDrive 중에는 X5 xDrive45e의 전기 모드 이동 거리가 54km로 가장 길다. 다른 BMW eDrive 모델도 30~40km대에 이른다. 충전만 잘하면 가까운 거리는 전기차처럼 다닐 수 있다.
정기적으로 출퇴근 할 때는 전기 모드의 진가가 더 확실해진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비사업용 승용차의 연도별 일일 평균 주행거리는 대략 30km대 중반이다. 출근할 때 전기 모드로 가고, 사무실에 있는 동안 충전하면 출퇴근 모두 전기 모드로만 오갈 수 있다. BMW eDrive를 타면서 전기차의 장점을 고스란히 누리는 셈이다.
BMW eDrive의 우수성은 판매량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지난해 국내 PHEV 판매량은 1만9,701대이고, 그중에서 BMW가 절반에 가까운 9,095대를 차지했다. 수입차 중에서는 1등이다. 530e는 4,466대가 팔려 단일 모델 최고 기록을 세웠다. 5시리즈 전체 판매량 1만7,925대에서 530e가 차지하는 비중은 25%나 된다. 네 대 중 한 대는 PHEV라는 얘기다.
BMW PHEV 판매는 2019년 386대, 2020년 3,315대, 2021년 9,095대로 수직 상승했다. 한국 시장 진출 이후 BMW는 트렌드를 이끌며 시장을 선도해 왔는데, 전동화 추세에 맞춰 PHEV 분야 역시 앞서 나간다. 사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PHEV는 별로 주목받지 못했다. 장점은 많지만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사이에 끼어서 무색무취한 차 취급받았고 시장 확대도 더뎠다. BMW eDrive 모델이 등장하면서 시장이 커지는 반전이 일어났다. 역시 BMW가 나서면 다르다는 말이 나올 만하다.
전기차 구매가 부담되는 ‘신중하게 사는 사람’에게 BMW eDrive 모델은 중간 단계로 거쳐 가기에 괜찮은 선택이다. 대세를 따르는 ‘그냥 사는 사람’에게도 BMW eDrive는 신뢰성 높은 최신 트렌드 모델이다. 전기차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차는 PHEV이고, 누구나 인정하는 PHEV의 대표는 BMW eDrive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