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모든 이의 눈을 사로잡는 화려함과 성능, M3 투어링과 떠나다
드디어 시승으로 만났습니다. 지난 ‘2023 서울모빌리티쇼’에서 BMW가 공개한 M3 투어링입니다. 행사장에서는 M 부스에서 화려한 조명 아래 자태를 뽐냈죠. 자연광 아래에서도 남다른 자태는 여전합니다. M3만 해도 시선을 사로잡잖아요? M3 투어링은 짐 공간이 늘어난 만큼 비율이 특별해요. 눈길 끄는 요소를 하나 더 챙긴 셈이에요. 그것도 차량 전체에 영향력을 미칠 만큼 강력한 요소죠.
보통 왜건이라고 하면 푸근하고 순한 자동차를 떠올립니다. 그랬을 때가 있었죠. 무려 20세기 일입니다. 이젠 21세기가 열리고 강산이 두 번 바뀌었어요. 인식이 바뀌고도 남을 때죠. 이제 왜건은, 어떻게 보면 특별한 자동차로 바라보게 합니다. 그만큼 개체수도 적고, 예전처럼 짐 공간만 극대화한 투박한 형태도 아니죠.
오히려 취향 분명한 사람들의 워너비 차로 군림합니다. 지붕에서 엉덩이까지 쭉 뻗은 선이 신선한 형태를 제시하죠. 게다가 M3 투어링이잖아요. 그냥 왜건이 아니죠. 접두사로 ‘슈퍼’가 붙어도 고개를 끄덕일 고성능을 품었습니다. 더욱 남다르죠.
M3에서 이미 경험한 수직 키드니 그릴은 M3 투어링에 더 어울려요. 차체 볼륨감이 좋으니 전면의 거대한 인장이 더욱 돋보입니다. 강렬한 인상은 불룩한 앞 펜더에서 뻗어 나와 옆면을 가로지르는 선으로도 이어집니다. 총알처럼 뒤로 쭉 뻗은 차체를 강조하죠. 더욱 단호하게, 한층 단단하게 보이게 합니다. M3와도 확연하게 차이 나죠.
존재감 면에서 M3 투어링은 M3보다 우위에 있어요. 뒤쪽으로 갈수록 근육질 차체가 도드라지거든요. 덩치가 한층 위압적으로 느껴지기도 하고요. 그렇다고 둔해 보일 리도 없습니다. 볼륨감을 유지하면서 뒤태를 날렵하게 다듬었거든요. 거기에 M다운 요소들이 외관을 완성하죠. 휠 하나만 봐도 범상치 않아요.
실내는 BMW의 신형 인테리어를 잘 반영했습니다. 12.3인치 계기반과 14.9인치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를 합친 커브드 디스플레이가 분위기를 쇄신합니다. 커브드 디스플레이는 멋도 있지만, 실용성도 괜찮아요. 구부러진 만큼 운전석에서 디스플레이를 터치하기 좋거든요.
M의 인장들은 M3 투어링의 실내를 남다르게 하는 요소들입니다. 스티어링 휠 좌우로 놓인 M 버튼 2개, 쫑긋 솟은 붉은색이 아주 강렬하죠. M 전용 기어 노브, 보드라운 가죽이 특히 일품이에요. 카본 패들 시프트도 눈길을 뺏는 요소죠.
M을 증명하는 실내 요소를 보고 있노라면, 가만히 있을 수 없죠. 일단 달리고 싶어집니다. 시동 버튼을 누르는 행위가 어떤 의식처럼 느껴집니다. 새로운 감각을 깨워줄 거라는 설렘이 있죠. 단지 시동 버튼을 누르는 일상적인 행동인데도 달라요.
실내에 들어차는 소리부터 다른 질감을 선사합니다. M 트윈파워 터보 직렬 6기통 가솔린 엔진이 포효하듯 깨어납니다. 이후 언제든 튀어나갈 준비가 됐다고 그르릉거리죠. 엔진 반응을 스포츠 플러스로, 거기에 배기 버튼까지 활성화하면 더욱 극적이죠.
달리기 전에 M 버튼을 설정해봅니다. M 버튼이 두 개여서 극과 극으로 설정하는 재미가 있어요. 셋업 버튼을 눌러 세부 항목을 조정할 수 있어요. 항목도 많아요. 엔진부터 차체(서스펜션), 스티어링, 브레이크를 비롯해, M xDrive로 사륜과 후륜도 정할 수 있죠.
트랙션 컨트롤 기능을 총 10단계로 조절할 수 있는 M 트랙션 컨트롤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여기가 끝이 아니죠. 이 모든 걸 입맛에 맞게 조절하고 나서 기어노브 버튼으로 강도를 또 세 단계로 조절할 수 있어요. 조합을 따져보면 무궁무진하죠.
즐거운 고민이 시작됩니다. 섬세하게 조절할 수 있기에 더 매력적이에요. 그만큼 운전자의 취향을 반영해 영점 맞추듯 차의 성격을 조정할 수 있다는 뜻이니까요. 높은 등급으로 갈수록 디테일이 중요해집니다. 짜릿한 운전 재미에 관해 타협하지 않는 M으로선 이런 섬세함으로 정체성을 더욱 공고히 하는 셈이죠.
M3 투어링과 함께하는 목적지는 최북단으로 정했습니다. M3 투어링 같은 고성능 차를 타면 왠지 끝까지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거든요. 최남단은 일정 상 무리니 최북단으로.
도심을 통과하면서부터 오호라 이것 봐라,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도심에서 고성능 자동차는 피곤할 수밖에 없잖아요. 예민하고, 단단하고, 날카롭고. M3 투어링은 다릅니다. M1 버튼에 각 항목을 순한 맛으로 설정해놓으니 꽤 편안해요. 물론 기본적으로 탄탄함을 유지하지만 일상적인 세단처럼 다닐 너른 품을 열어줍니다.
도로 이음매를 넘을 때마다, 이 정도면 데일리카인데? 하고 반색하게 합니다. 짐 공간을 더해 늘어난 무게만큼 한층 부드러운 감각을 더했을 겁니다. 그 느낌이 도심에서 씨익, 하고 웃게 합니다. 고성능이야 M 마크만으로 익히 입증해왔잖아요. 이름처럼 ‘투어링’ 역할을 얼마나 잘 수행하는지가 궁금했죠. 도심을 벗어나며 바로 의문을 해소해줬습니다.
M 마크가 입증하는 짜릿함을 즐길 때입니다. M3를 서킷에서 탈 때 매끈하고 안정적으로 고성능을 부린 경이로움이 떠올랐습니다. 공도에서 M3 투어링은 어떻게 표현할지 체감할 때입니다. M2 패들 쉬프트 버튼을 눌러 가장 흉포한 상태로 변신시킵니다. 후륜구동으로 바꾸진 않았어요. 510마력을 후륜구동으로 감당할 자신은 없거든요. 사륜구동이라는 기술로 배려했으니 기꺼이 호의를 받아들여야죠.
가속페달을 끝까지 짓이기자 삽시간에 다른 세계, 다른 감각으로 돌입합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에선 기어 변속을 알리는 노란색 점이 점등하며 기분을 더욱 고조하고요. 끝까지 밀어붙인 후 변속하면 고개가 덜컥, 하며 한층 날카로운 감각으로 접어듭니다. 실내에는 배기음과 탄성이 뒤섞이죠.
이거죠. 이 맛에 M 마크를 품는 거죠. 어후, 정말, 이야, 하는 탄성이 줄을 잇습니다. 가치 판단을 할 필요도, 이유도 없습니다. 그냥 즐기는 거죠. 이 공간을, 이 감각을, 이 순간을.
그러다가 M1 버튼을 눌러 순한 맛으로 바꾸면 (상대적으로) 느긋한 투어링으로, 시침 뚝 뗍니다. 그럴 때마다 큰 숨을 내쉬게 되죠. 긴장과 이완. 사우나에 들어갔다가 냉탕에 들어가는 어떤 짜릿함. 그게 재밌어서 자꾸 M1와 M2 버튼을 번갈아 누르며 만끽하게 됩니다. 그렇게 지킬박사와 하이드처럼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며 목적지까지 달려 나갔습니다.
고성능 왜건이라고 하면 반전 매력을 먼저 떠올릴 겁니다. M3 투어링은 그냥 대놓고 화끈한 능력자예요. 외관부터 강렬하고, 달려보면 더 짜릿합니다. 넉넉한 짐 공간은 능력자의 배려 같은 거죠. ‘가장의 드림카’라는 수식은 이제 잊어야겠어요. 누가 타든 소유욕을 자극할 테니까요. 오히려 희소성 면에서 더욱 매력을 발산하죠. 앞으로 드림카 리스트를 수정할 사람, 많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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