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들의 드림카’라는 애칭 허명이 아니었네, 630i xDrive GT
이것은 세단인가 SUV인가, 6시리즈 GT로 동시에 즐기는 매력
“SUV와 세단의 특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차”. BMW 외장 디자인 총괄 미하엘 마르케프카는 6시리즈 GT를 두고 이런 설명을 남겼습니다. 확실히 6시리즈 GT는 SUV와 세단의 틈새를 공략하는 독특한 존재입니다. 형태는 세단을 따르지만 듬직한 차체와 넉넉한 공간이 SUV와 같은 여유와 활용성을 제공하기 때문이죠.
2017년 BMW는 5시리즈와 6시리즈가 완전 변경됐을 때 5시리즈에 속해있던 GT 트림을 6시리즈에 적용해 6시리즈 GT를 선보였어요. 7시리즈 플랫폼을 공유한 6시리즈에 GT라는 이름이 잘 어울리기 때문이죠.
6시리즈 GT는 듬직한 차체와 넉넉한 공간을 통해 대형 세단이나 다름이 없었기에 동급 세단에서는 느낄 수 없는 만족감을 선사해주니까요. 6시리즈 GT라는 이름을 달고 나니 제 자리를 찾은 듯 이전과는 다른 '급'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네요.
이번에 시승한 차는 630i xDrive GT로 6시리즈 GT 중에서도 사람들의 가장 큰 사랑을 받는 모델입니다. 외관에서는 전보다 정제된 디자인을 추구한 게 특징이죠.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앞모습이에요. 신형 3시리즈부터 시작된 하나로 합친 키드니 그릴이 6시리즈 GT에도 들어갔죠. 여기에 전체적인 모양도 손봤습니다.
이전 모델의 키드니 그릴을 보면 윗변이 아랫변보다 확연하게 길었다면 지금은 거의 비슷한 길이죠. 인상적인 건 윗변과 아랫변이 만나는 바깥쪽 꼭짓점과 완만하게 누운 ‘ㄴ’자 주간주행등이 물 흐르듯 매끈하게 이어지도록 연결했다는 점입니다. 덕분에 그릴과 헤드램프가 따로 떨어진 두 개의 오브제가 아닌 완성도 높은 하나의 작품으로 보이기도 하죠.
6시리즈 GT는 전체적으로 날카롭고 스포티한 느낌이 강하게 풍깁니다. 앞 펜더에서 시작돼 테일램프로 점점 상승하는 캐릭터 라인도 그렇고 보닛과 펜더 위에 풍성한 굴곡을 봐도 느낄 수 있죠.
이외에도 윗부분이 더 돌출된 샤크 노즈 형태의 그릴이라든가 세로로 바짝 선 공기 흡입구, 시속 110km를 초과하게 되면 자동으로 올라오는 리어 스포일러까지 ‘스포티’라는 특징을 더 강조해주고 있는 듯합니다.
또한 쿠페 스타일을 살리기 위해 프레임리스 도어가 적용됐습니다. 프레임리스 도어는 예전부터 고급 차량이나 쿠페에 주로 적용되는 디자인으로 GT 시리즈의 전유물이기도 했죠.
실내의 디자인과 레이아웃을 보면, 그 구성과 소재들의 고급스러움이 으뜸입니다. 대시보드엔 결이 느껴지는 나무 장식을 씌우고 승객들이 몸이 닿는 모든 부분엔 가죽을 휘감았죠. 이는 편안함과 우아함이 공존하는 느낌을 부여합니다.
시트 위에 있는 퀼팅 장식 역시 우아함을 더하고 있습니다. 시트는 꽤나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됐습니다. 시트에 몸을 포갰을 때 아늑하고 푹신한데요. 이렇게 몸을 단단히 잡아주면서 안락한 시트는 흔치 않습니다.
‘아빠들의 드림카’라는 애칭답게 뒷자리와 트렁크 공간도 훌륭합니다. 7시리즈(G11/G12)와 비슷한 너비(1900mm)와 휠베이스(3070mm) 덕분에 동급 세단에서 느낄 수 없는 만족감을 선사합니다. 특히 뒷좌석은 성인 남성 세 명이 앉아도 비좁지 않습니다.
뒷좌석 천장을 움푹 파내 머리 위 공간도 넉넉합니다. 게다가 양쪽 창문에 선바이저를 부착해 편의성을 챙겼고 파노라마 선루프가 있어 개방감까지 좋습니다.
트렁크 기본 용량은 610L입니다. 40:20:40 비율의 등받이를 모두 접으면 1800L의 광활한 공간이 펼쳐집니다. 참고로 X5의 트렁크 용량은 650L, 뒷좌석을 모두 폴딩하면 1870L입니다. 이렇게 비교하니 6시리즈 GT의 넉넉한 공간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나요?
시승차인 630i xDrive GT는 최고출력 258마력, 최대토크 40.8kg·m를 내는 직렬 6기통 2.0리터 터보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로 네 바퀴를 굴리는데요.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6.4초로 준수한 수치를 자랑합니다.
BMW의 직렬 6기통 엔진은 ‘실키 식스’로 불리며 굉장히 유명하죠. 명성대로 직렬 6기통 엔진의 질감은 정말 매끈했습니다. 소음, 진동, 회전 상승 속도 등 무엇 하나 나무랄 곳이 없었어요.
주행 감각이나 승차감은 다이내믹 럭셔리를 표방하는 7시리즈와 비슷했습니다. 한없이 나긋하고 여유로웠죠. 노면에서 발생하는 갖가지 충격을 아주 노련하게 걸러내거든요. 스티어링과 서스펜션의 반응도 굉장히 세련돼 콤팩트한 7시리즈를 타는 기분이었습니다.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단단해진 섀시 덕분에 가속페달을 마음껏 밟고 운전대를 신나게 휘둘러도 휘청대거나 불안함이 느껴지지 않은 것도 특징이었습니다. 운전자의 의도를 명확하게 파악하는 네바퀴굴림 xDrive 시스템의 역할 덕분이겠죠?
6시리즈 GT는 손쉬운 운전을 편의장비도 풍성하게 챙겼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프로페셔널, 후진 어시스턴트 등과 같은 운전자 보조 시스템입니다. 3차원 모형 디자인을 통해 주변 환경을 계기판 중앙에 표시해주는 드라이빙 어시스트 뷰나 차량이 진입한 동선을 따라 후진할 수 있는 후진 어시스턴트 같은 기능이 있어 더욱 편리하고 여유로운 주행을 가능하게 합니다. 사용하는 방법도 간단해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건 정말 큰 장점이네요.
그동안 세단과 SUV를 모두 만족하려는 모델들을 보면 때때로 자가당착에 빠지는 경우를 흔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두 차종의 장점만 취하려다 보니 차가 가진 특징이나 매력을 놓칠 때도 있었죠. 하지만 6시리즈 GT는 세단과 SUV 사이에서 절묘한 줄타기를 하며 두 가지 매력을 모두 살렸습니다.
이런 차라면 비즈니스와 레저를 구분하지 않고 매일 탈 수 있을 것만 같아요. BMW가 6시리즈 GT를 통해 하려는 이야기가 어쩌면 이런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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