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BMW에서 작정하고 만든 고성능 럭셔리의 끝판왕
XM이 강하고 고급스러운 M의 새로운 경지를 보여줍니다
‘BMW는 럭셔리 브랜드’라는 사실은 모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럭셔리 브랜드는 무엇일까요? 해석이 워낙 다양하고 시대에 따라 변해서 딱 잘라서 정의하기는 쉽지 않지만, 고급스럽고 희소하고 값비싼 제품을 만들어 내는 브랜드 특성에는 대부분 공감합니다. 이 밖에도 고상하거나 세련된 멋, 대다수가 아는 높은 인지도, 독보적인 우월성, 깊이 있는 전통, 감성적인 가치 등 여러 요소가 있죠.
최근에 BMW는 럭셔리에 초점을 맞춘 XM이라는 모델을 내놓았습니다. ‘BMW에서 나온 차는 당연히 럭셔리 아닌가?’라는 의문이 생길 만하죠. 럭셔리 브랜드에서 럭셔리를 강조했다니 뭔가 다르지 않을까요? XM을 직접 타보니 BMW가 강조하는 럭셔리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XM이 추구하는 럭셔리의 실체는 희소성과 독창성입니다. 희소성은 흔하지 않은 것, 쉽게 볼 수 없는 것을 말하죠. 존재 자체의 수량적인 면은 물론이고, 각 세부 요소의 흔하지 않은 면모도 희소성의 범주에 넣을 수 있습니다. 희소성의 본질은 고유한 개성인 독창성에서 비롯됩니다. XM의 각 요소를 살펴보면 독창성에서 우러난 희소한 특성이 두드러집니다. 희소성이 생명인 럭셔리의 특성이 더욱더 드러나죠.
XM은 존재부터 희소가치의 끝판왕입니다. 1978년 선보인 M1에 이어 45년 만에 나온 M 전용 모델이죠. M 브랜드 50주년을 맞이해 방향성을 제시하는 모델이기도 합니다. 이 사실만으로도 매우 특별한 차라고 할 수 있죠. M 전용 모델이면 납작하고 매끈한 스포츠카가 나와야 하는 거 아닌가 싶지만, SUV를 선호하는 시대 상황에 맞게 M도 트렌드를 따랐습니다.
XM의 첫인상은 거대합니다. 길이는 5110mm로 대형급이죠. 너비와 높이도 2005mm와 1755mm로 만만치 않게 큽니다. 대형 SAV X7 사이즈가 5180, 1990, 1835mm이니 크기가 대략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가죠. 거대한 덩치에 커다란 그릴과 분리형 헤드램프로 대담하면서도 매서운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차체 곳곳에 날이 서 있고 보닛에 두 개의 파워돔이 솟아 있는 등 강하고 역동적인 기운이 감싸고 돕니다. 마치 거대한 야수 같습니다. 처음 마주하면 카리스마에 압도당하죠. ‘존재감’이라는 말이 정말 잘 들어맞는 자동차입니다.
크고 우락부락한 이미지가 전부는 아닙니다. X7과 수치를 비교해 보면 알겠지만, XM은 SAV이면서 길고 넓고 낮은 비례에 루프 라인이 뒤로 갈수록 낮아져서 쿠페 스타일을 보여줍니다. 휠 크기도 23인치나 되어서 역동성이 두드러지죠. 야수이면서 굉장히 움직임이 날쌘 듯한 이미지를 풍깁니다.
실제로도 움직임은 덩치와는 다르게 날쌔고 절도 있습니다. 몸무게가 2750kg이나 나가는데 느낌은 매우 가볍습니다. 4.4L V8 트윈파워 터보 엔진과 전기모터가 결합해 합산 출력 653마력과 81.6kg・m에 이르는 막대한 토크를 뿜어내죠. 밟는 대로 튀어 나가고 원하는 대로 속도가 올라갑니다. 제로백은 4.3초에 불과합니다. 길이가 5m가 넘고, 무게가 2.7t이 넘는 차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쾌감을 경험할 수 있죠. 주행감으로 따지면 야수로는 부족하고 괴물이라고 부를 만합니다. 굽이진 길에서 움직임은 더욱 놀랍습니다. 도로에 끈끈하게 달라붙어서 사뿐사뿐 방향을 바꾸는데 운전자와 차체가 한 몸이 된 기분이 듭니다. 덩치와 힘은 코뿔소인데 움직임은 날렵한 치타 같다고나 할까요.
무지막지한 힘을 발휘하는데도 성능을 다루는 방식은 과감하면서도 세심합니다. 주행모드는 M 하이브리드(하이브리드/일렉트릭/e컨트롤)와 M 모드(로드/스포츠) 조합으로 나뉩니다. PHEV여서 전기모터만으로 62km를 달릴 수 있죠. 주행모드 세팅에 따라 편안한 패밀리카와 M의 진수를 보여주는 과격한 스포츠카 사이를 오갑니다. 웅장한 배기음과 전기로 달릴 때 울려 퍼지는 주행음도 빼놓을 수 없는 환상적인 요소입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로 구성한 파워트레인은 희소성의 한 부분입니다. 동급의 600마력 대 SUV는 몇몇 종류 있지만 PHEV는 희소하죠. PHEV는 BMW M 모델 중에서도 첫 번째입니다. 전동화 시대에 M의 방향성을 보여주죠.
XM은 M이면서 독특한 개성을 창조해내는 데 공을 들였습니다. 고성능 외에 특별한 감성을 경험하는 데 초점을 맞추죠. 그것이 곧 럭셔리이고요. 케이프 요크 그린 메탈릭 색상은 쉽게 볼 수 있는 색상이 아니어서 단번에 눈에 띕니다. 그릴 둘레와 측면 유리 둘레, 휠, 후면 디퓨저에는 금색으로 포인트를 줘서 훨씬 더 튀어 보입니다. 금테 두른 슈트를 입은 슈퍼 히어로가 떠오릅니다. 그릴에는 테두리를 따라 불이 들어오는 아이코닉 글로우를 갖춰서 어두울 때는 색다른 분위기로 존재감을 과시합니다.
실내로 들어서면 갈색과 파란색으로 구성한 독특한 색상 대비가 눈에 들어옵니다. 패션 감각이 보통이 아닌 사람만 소화해 낼 수 있는 색상 조합이죠. XM의 실내는 개성 넘치는 두 색상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룹니다. 특히 갈색 가죽은 빈티지한 분위기가 매력적인데 BMW에서는 XM에 처음 도입했다고 하네요. 이 밖에도 금속과 탄소섬유 등 고급스러운 소재로 멋을 냈습니다.
앞뒤의 대비되는 시트도 독특합니다. 앞좌석은 울룩불룩하게 볼스터가 튀어나온 스포츠 시트입니다. 역동적인 성능을 체험하는 데 적합하죠. 뒷좌석은 2인승으로 분리해서 앞 시트처럼 스포츠 감성을 살려야 균형이 맞을 듯한데 오히려 수수한 편입니다. 평범한 벤치형에 등받이도 고정식이지만, 앉아보면 굉장히 편안합니다. 무슨 마법을 부렸는지 시트에 별다른 기능을 추가하지 않고도 최적의 착좌감을 완성했습니다. 시트가 도어까지 이어진 부분은 다른 차에서 보기 힘든 독특한 구조인데 탑승자를 포근하게 감쌉니다.
XM의 휠베이스는 X7과 같은 3105mm로 상당히 깁니다. XM은 5인승이어서 3열을 고려할 필요가 없으므로 2열에 넓은 공간을 확보했죠. 2열 공간 전체가 마치 아늑한 라운지 같습니다. BMW에서도 M 라운지라고 이름 붙였죠. 쿠션까지 배치한 세심한 배려도 눈여겨볼 부분입니다.
천장은 실내에서 가장 독특한 부분입니다. 파노라마 루프가 없는데도 천장에 가림막 자리가 뚫려 있고 그곳에 일루미네이티드 헤드라이너가 달려 있습니다. 삼차원 프리즘 구조 형태에 조명이 들어와서 마치 신비한 동굴에 들어온 듯한 분위기에 빠져듭니다. 이 밖에도 멋진 금속 스피커와 영롱한 소리가 돋보이는 바워스 앤 윌킨스 오디오 시스템, M 로고의 삼색을 스티치로 박은 시프트 레버 등 곳곳에서 특별하고 고급스러운 요소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XM을 하나하나 뜯어볼 때마다 상식을 뒤엎는 반전에 놀라게 됩니다. 럭셔리 감성을 배가하는 희소성과 독창성이 두드러지죠. XM만의 아이덴티티가 확실하게 드러납니다. ‘M을 이렇게도 만들 수 있어!’라고 개발자들이 온갖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해 만든 듯합니다. 고성능 모델로만 알았던 M에게 한계는 없고 럭셔리를 표현하는 방식은 무궁무진하다는 사실을 XM이 확실하게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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