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단짝’ BMW X5 vs X6, 내게 맞는 모델은 무엇?
- BMW X5와 X6를 놓고 고민하는 당신에게

BMW X5와 X6는 영원한 단짝 같은 존재입니다. 실제로 두 차는 플랫폼을 공유하는 준대형급이고 X5는 정통 SUV, X6는 쿠페형 SUV입니다.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거죠. 그렇다고 X6를 단순히 X5의 뒷모양만 살짝 바꿔 만든 모델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입니다. 플랫폼을 같이 사용하는 태생적 공통점이 있는 반면, 생김새도 다르고 고객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선호가 나뉘는 등 각각의 매력이 있는 모델입니다.

X5는 국내 BMW SUV 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모델입니다. 지난해에 5,286대나 팔렸고, 올해 상반기에는 2,993대를 기록했죠. X6는 쿠페형 모델로 특정 취향을 공략하는 모델이어서 판매량이 적을 것 같지만 2023년과 올해 상반기에 각각 3,757대와 1,610대 판매됐습니다. 이 정도 수치면 쿠페형 SUV 시장의 대중화를 이룬 인기 모델이라고 봐야 하죠.

중요한 사실은 X5와 X6가 함께 준대형 SUV 시장을 이끌어간다는 점입니다. 두 모델의 판매량은 합쳐서 지난해 9,000여 대이고, 올해 상반기에도 4,600여 대로 상승 추세를 이어갑니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동일 차급 두 모델이 한 해에 거의 1만여 대 가까이 팔리며 시장을 선도해 나가고 있습니다.

판매량만큼이나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부분은 두 차의 상징성입니다. BMW 브랜드 안에서는 물론 자동차 시장에서 한 획을 그은 중요한 모델이죠. 먼저 X5를 알아보겠습니다. 1999년 선보인 X5는 BMW에서 최초로 선보인 SUV입니다. BMW는 역동성을 강조해 X5를 SAV(스포츠 액티비티 비히클, Sports Activity Vehicle)로 분류하죠. 1990년대는 도심형 SUV가 태동하던 시기입니다. X5는 전 세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도심형 고급 SUV 시장을 확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냅니다.

이전까지 SUV는 투박한 생김새와 험로에 특화된 주행 성능이 특징이었습니다. X5는 세련된 디자인, 도심 주행에 적합한 고성능과 승차감, 실용적인 공간 구성으로 SUV의 성격을 새롭게 정의하고 BMW라는 고급 브랜드의 가치까지 더했죠. X5가 성공을 거두면서 비슷한 모델이 나오기 시작해 시장이 형성되고 커졌습니다. 현재 4세대 모델까지 나온 X5는 여전히 고성능 고급 SUV의 대표 모델로 통합니다.

X6는 2007년에 처음 선보였습니다. X5의 플랫폼을 이용해 뒤쪽 라인을 경사지게 다듬은 쿠페형 SUV입니다. X5보다 길고 낮아서 좀 더 매끈하고 날렵한 차체가 특징이죠. X6는 쿠페형 SUV 시장을 개척했습니다. 쿠페는 보통 세단처럼 납작한 차의 파생 모델로 나오는데, X6는 커다랗고 키 큰 SUV에 쿠페 라인을 적용하는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선보였습니다. BMW는 X6를 SAC(스포츠 액티비티 쿠페, Sports Activity Coupe)로 분류합니다.

X6는 소수의 취향을 공략하는 틈새 모델로 선보였지만 전 세계에서 호평 받으며 인기를 끌었습니다. X6가 성공을 거두자 다른 브랜드들도 앞다퉈 쿠페형 SUV를 내놓기 시작했죠. 이제 쿠페형 SUV는 정규 세그먼트라고 해도 될 정도로 보편화되었습니다. 고급 브랜드라면 정통 SUV의 파생 모델로 쿠페형을 함께 선보입니다. 시장을 개척하고 발전시키는데 X6가 혁혁한 공을 세웠습니다.

이렇게 두 차는 시작은 물론 걸어온 길도 다릅니다. 게다가 형태에서도 차이가 나죠. 그런데도 준대형 SUV라는 같은 범주에 속하고 플랫폼도 같다 보니 구매할 때 두 차를 함께 놓고 고민하는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이런 선택의 고민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두 차의 차이점을 상세히 따져보겠습니다.

먼저 디자인입니다. X5는 정통 SUV의 형태를 따릅니다. 라인 자체는 매끈하게 뽑아냈지만 전체 틀은 SUV의 기본인 박스 형태를 유지하죠. X6는 쿠페형이어서 지붕에서 트렁크 끝까지 라인이 완만한 경사를 이루며 내려갑니다. 수직에 가까운 X5와 완전히 다르죠. 앞뒤 모습도 차이가 큽니다.

앞모습은 그릴 모양과 범퍼 형상을 차별화해서 분위기 사뭇 다릅니다. X5는 각진 형태의 키드니그릴로 강인하면서 단정한 분위기라면 X6는 조금 더 날카로운 형태로 역동적이고 과격합니다. 그릴을 감싸는 테두리의 색상 차이도 눈에 보입니다.

뒷모습도 테일램프와 범퍼의 형상이 다릅니다. X5는 후면부 면적이 상대적으로 넓어 안정적인 느낌을 주며 테일 램프 또한 상대적으로 큼직한 형태입니다. 반면 X6는 쿠페형 SUV 실루엣 때문에 조금 더 응축되고 단단한 뒷모습과 뒷유리의 경사면이 조금 더 가파릅니다. 테일 램프도 비교적 날카로운 모습을 보여주죠.

다음은 크기입니다. X5는 길이 4935mm, 너비 1970mm, 높이 1765mm이고, X6는 4960mm, 2005mm, 1700mm입니다. X6가 좀 더 길고 넓고 낮습니다. 대부분의 쿠페가 길면서도 넓고 낮은 차체로 역동적인 자세를 완성하죠. X6 역시 쿠페형 SUV인 만큼 쿠페의 차체 비례를 따릅니다. X5보다 X6가 날렵해 보이는 이유가 단순히 보는 이의 기분 탓이 아니라 실제 수치 차이에 비롯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죠.

플랫폼을 공유하는 만큼 휠베이스는 2975mm로 같습니다. 휠베이스가 실내 크기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인 만큼 두 차의 탑승 공간은 비슷하다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결정적인 차이는 트렁크 용량입니다. X5의 뒤쪽은 박스형 구조여서 공간을 최대한 확보해 트렁크 용량이 650L나 됩니다. X6의 뒤쪽은 경사지게 낮아지는 만큼 용량이 조금 줄어서 580L입니다. X5와 비교하면 조금 작지만 절대적인 수치만 놓고 보면 여유롭죠. 2열을 접으면 X5는 1870L, X6는 1530L로 차이가 좀 더 벌어집니다.

X5와 X6의 실내는 거의 모든 부분의 레이아웃을 공유합니다.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과 14.9인치의 컨트롤 디스플레이로 구성된 최신형 BMW 커브드 디스플레이가 탑재되었으며, 크리스탈 기어 레버와 메리노 가죽 시트 등 여러 실내 사양도 동일합니다. 스티어링 휠의 경우 M 스포츠 패키지 여부에 따라 모양이 달라지며, 눈에 띄는 차이점으로는 공조장치 옆쪽 앰비언트 라이트에 새겨진 모델 레터링이 있겠습니다. 전체적으로 세련미와 고급스러움이 잘 조화된 디자인입니다.

파워트레인은 대체로 비슷합니다. X5 국내 판매 모델은 xDrive30d, xDrive40d, xDrvie40i, xDrive50e, M60i xDrive입니다. X6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모델이 없고, 나머지는 동일합니다. 디젤 30d, 40d, 가솔린 40i, PHEV 50e 모두 직렬 6기통 3.0L 엔진이 들어가고 출력은 각각 298마력, 352마력, 381마력, 489마력입니다.

일반 모델도 전반적으로 높은 출력으로 역동적인 성능을 지향하는데, 고성능으로 가면 힘의 수준이 한 차원 높아집니다. V8 4.4L로 실린더 개수와 배기량이 늘어나고 출력은 M60i 530마력, M은 625마력으로 훌쩍 뛰어오릅니다.

그렇다면 두 모델의 가격을 알아볼까요? 시작 가격은 X5 30d 1억 1730만 원, 40i 1억 2320만 원, 50e 1억 2870만 원, M60i 1억 5800만 원, M 1억 9020만 원입니다. X6는 30d 1억 2600만 원, 40i 1억 3140만 원, M60i 1억 6160만 원, M 1억 9420만 원입니다. X6가 적게는 360만 원에서 많게는 870만 원 정도 비쌉니다. 1억 원대 초반에서 2억 원대 가까이 형성된 가격을 고려하면 선택에 영향을 미칠 만큼 그리 큰 차이는 아닙니다. 두 차의 가격이 거의 비슷한 수준이어서 선택은 취향에 크게 좌우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죠.

살펴본 대로 두 차의 파워트레인, 크기, 가격이 비슷하므로 선택할 때 주로 고려하게 되는 요소는 디자인과 짐 공간입니다. 정통 SUV의 박스 형태를 선호하는 이에게는 X5가 어울립니다. 평소 짐 실을 일이 많거나 천장까지 닿는 키 큰 짐을 종종 넣어야 한다면 트렁크 공간이 넓고 높은 X5가 제격이죠. 패밀리카로 1, 2열에 가족이 다 타고 짐도 많이 싣는 생활 패턴이라면 X5가 알맞습니다. 또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호하는 분들도 X5를 선택하게 됩니다.

덩치 크고 키 큰 SUV를 타고 싶지만 좀 더 날렵하고 멋진 디자인을 원한다면 X6가 정답입니다. 짐은 적당히 많이 들어가면 될 뿐 구석까지 짐으로 꽉꽉 채워 활용하지 않아도 된다면 X6로도 충분합니다. 가족과 함께 탈 일은 있지만 그 횟수가 많지 않고, 스타일리시한 SUV를 운전하고 싶다면 X6가 적합합니다.

X5와 X6는 같은 듯하면서도 다른 차입니다. 그래서 두 차를 놓고 더 고민하게 되죠. 공통점이 많지만 차이점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자기의 생활 패턴과 차를 활용하는 용도를 대입하면 어느 차를 사야 할지 답이 나오죠. 그러면 어떤 차를 선택해도 만족도는 높아집니다. BMW가 X5를 선보인 후 동급의 쿠페형 모델인 X6를 내놓은 것은 다 이유가 있습니다. 미묘한 취향 차이와 활용도를 고려한 배려죠. 시장에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높은 인기가 두 차의 존재 이유와 가치를 말해줍니다.